폐막식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반전을 주제로 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라크의 헬리 루

▲ 폐막식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반전을 주제로 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라크의 헬리 루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아프가니스탄 배우 마리나 골바하리와 송강호

▲ 개막식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아프가니스탄 배우 마리나 골바하리와 송강호 ⓒ 유성호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논란 이후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탄압을 받았지만, 20회 성년식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우여곡절만큼이나 저력을 보여줬다. 비 내리던 개막식은 올해 내내 위태로웠던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고, 이후 맑게 이어진 날씨는 역경을 딛고 치러내는 영화제를 위한 선물과도 같았다.

지난 1일 개막해 10일 막을 내린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날씨만큼이나 상징과 은유가 넘쳐났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에게 배우 생활을 위협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를 개막식 사회자로 내세운 것이 출발이었다면, 폐막식에서는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졌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표현대로 "폐막공연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부분은 이슬람근본주의 비판과 반 IS(이슬람국가) 메시지였다. 폐막공연을 담당했던 이라크의 헬리 루(올해 부산영화제 초청작인 바흐만고바디 감독의 <나라 없는 국기>의 주인공) 역시 개막식 사회자와 비슷하게 IS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영상으로 표현된, 전쟁으로 인해 폐허로 변한 도시에서 민간을 향해 돌진해 오는 탱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반전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위협받고 이슬람근본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아프칸과 중동 국가 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가 연대의 뜻을 전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긴 개폐막식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세월호를 다룬 영화들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와 군의문사 문제를 다룬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상수 감독(우측)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월호와 군의문사 문제를 다룬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상수 감독(우측) ⓒ 부산국제영화제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반전, 평화는 비단 중동 이슬람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통제와 검열이 부활하려는 한국적 상황이기도 하고 분단국가로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정을 거론하는 형식으로 우회로를 택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영화는 올해도 등장했다. 지난해 논란을 불러왔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직접적인 문제제기였다면,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편과 단편 극영화를 통해 슬픔과 애도가 표현됐다. 정치권력의 영화제 프로그램 간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감독들이 작품으로 항의한 셈이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초청작이었던 <스틸 플라워> 박석영 감독과 독립 다큐멘터리 정병철 감독의 세월호 추모 1인 시위는 이 같은 영화인들의 의지를 드러낸 몸짓이기도 했다.

아시아의 거장 감독들이 함께 만든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에 참여한 임상수 감독은 단편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다. 아울러 군 의문사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 영화 속 세월호 희생자는 군 의문사 희생자 옆에 나란히 눕는다.

임상수 감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람이면, 제 또래 남자들이면 다 마찬가지다. 비통함과 죄의식을 갖고 애도하고 싶은 것이 이 작품을 만든 의도"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또 "젊은 죽음, 납득할 수 없는 죽음, 죽지 않았으면 하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고려하고 걱정해야 하나?"라며 영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울하고 심각하고 비통한 것을 장르적으로 경쾌하고 귀엽게 푸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공개되는 것을 감안해 뱀파이어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눈꺼풀>을 연출한 오멸 감독(좌측)과 출연배우들

<눈꺼풀>을 연출한 오멸 감독(좌측)과 출연배우들 ⓒ 부산국제영화제


오멸 감독의 <눈꺼풀>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바닷가 외딴섬의 홀로 사는 노인의 떡집에서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분탕질하는 쥐 한 마리 역시 상징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들의 절규를 담은 바다 속 세월호는 영화의 속뜻을 표현했다. <지슬>을 통해 4.3 항쟁 희생자들에게 제의를 올렸다면 <눈꺼풀>에는 희생된 아이들에게 제를 올리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눈꺼풀>은 CGV 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일본 다큐멘터리 <우리 승리하리라>는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저항을 기록한 다큐로, 일본의 상황을 통해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의 문제점을 엿보게 했다. 중국 다큐멘터리 < 22 >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로 고통 받았던 22명의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지난 20년간 지켜온, 정치적 망명을 해서 떠돌아다니는 유명 감독이나 목숨의 위협을 받는 이들을 품는다는 원칙과 영화제는 영화로만 바라본다는 지난 원칙"에 충실한 결과물이었다.

부산영화제 세월호 임상수 오멸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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