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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4년째를 맞고 있는 박원순표 서울시정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서울시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는 이제 행정의 힘만으론 부족하고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참여해야 가능하며, 주변의 '작은 변화'를 '큰 물결'로 이룰 수 있다는 게 혁신의 골자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혁신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편집자말]
 양천구 목2동의 한 카페가 발전한 지역커뮤니티 '모기동문화발전소'의 활동 모습.
 양천구 목2동의 한 카페가 발전한 지역커뮤니티 '모기동문화발전소'의 활동 모습.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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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 구로구 천왕마을의 다둥이 아빠인 장아무개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다가 우연히 아랫집 옆집 아이들도 같이 놀게 됐다. 그러다 가족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놀이모임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10가족 40여 명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축구, 줄다리기를 하며 뛰놀고 있다.

#사례2 : 세계 유일의 봉제 미싱사 방송을 표방하는 '창신동 라디오덤'은 봉제공장 사람들이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일주일에 1회 업로드 된다. 방송 장비는 주민들이 기금을 마련해 직접 장만했다.

#사례3 : 미술을 전공한 두 여성들이 양천구 모기동(목2동)에 카페를 열고 인문학 강의, 영화 상영, 마을밥집 등을 열어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하다가 인근 지역아동센터, 수녀원과 함께 바자회를 열게 됐고, 급기야 4년 전부터는 매년 왁자지껄한 마을축제까지 열고 있다.

서울 구석구석에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서울을 따뜻하고 살 만한 도시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3500여 개 모임 10만 명 참여

'따뜻한 도시'를 만들자며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전담부서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2012년. 마을공동체담당관이 설치되고 마을조례가 제정됐으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서울마을센터')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지원한 풀뿌리 주민모임은 현재까지 3500여 개에 이른다. 그를 통해 보조금을 받거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면 10만여 명. 서울시민 1천만 명 가운데 1%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한 개 구당 4000명이나 되는 사람이 마을을 경험했다고 보면 적지 않은 숫자다.

"서울은 정주율(한 곳에 자리잡고 사는 비율)이 굉장히 낮은 도시입니다. 전세 2년 계약 끝나면 보증금 싼 곳으로 밀려나고, 아이들 학교 갈 때쯤 되면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야 하죠. 그보다는 한 동네에 정 붙이고 오래 살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마을이 행복한 마을 아닐까요."

서울시의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현장 지휘하고 있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김종호 사무국장은 '행복한 마을'을 이같이 정의했다.

김 국장은 이에 "서울에도 마을은 있지만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없다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등 공동체성이 파괴됐다"며 "이런 마을을 보다 따뜻하고 끈끈하게 만드는 것이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예전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하드웨어와 경관 가꾸기 위주에서 탈피, 주민들 간의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제공장이 많은 창신동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덤' 사람들.
 봉제공장이 많은 창신동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덤' 사람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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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이상만 뜻이 맞으면 지원신청 가능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 신청방식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3명 이상'만 뜻을 모아 서울마을센터 홈페이지(http://www.seoulmaeul.org)에 신청하면 된다. 해당 분야마다 정해진 보조금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예전의 공모사업은 대부분 비영리단체나 사단법인 등이 아니면 지원할 수 없어 매번 받는 사람만 받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참가자의 외연이 넓혀지고 다양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심사방법도 전문심사위원들이 서류심사로 끝내는 데서 벗어나 지원을 신청한 주민들이 같이 참여한다. 담합 등 부작용이 있을까 우려됐지만, 오히려 그 심사과정에서 다른 사례를 보고 벤치마킹 하고 참여의식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계획서를 잘 쓰는 것도 좋지만 심사위원들에게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왜 필요한지' 진정성 있게 호소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계획서는 훌륭하지만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계획서는 못 썼지만 진정성이 보여 선정되기도 한다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천왕마을 다둥이 아빠는 지원센터로부터 놀이공간과 놀이기구 임대료를, 창신동 라디오덤은 미디어교육기관으로부터 기술교육을, 모기동 마을은 커뮤니티 공간을 구하고 리모델링하는 비용을 지원받았다.

작은 주민모임들이 마을이 되고...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씨앗기-새싹기-성장기 등 3단계로 나누는데, 올해까지의 사업을 '씨앗기'로 보고 다수의 작은 주민모임을 지원했다면, 이제부터는 이들을 서로 연계해 마을 단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새싹기'로 진입하는 것이다.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 대한 기대도 크다. 파편화된 주민모임을 동 단위로 연결해서 해당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나간다는 것.

서울혁신센터(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서울지원센터 사무실 유리벽에는 최근 생겨난 40개의 마을 이름이 적힌 판넬이 붙어있다. 모두 지역의 작은 주민모임들이 모여서 마을로 발전한 사례다. 정 익는 마을, 도담도담 우리마을, 창동 촌스런마을, 수궁골 등 이름만 들어도 마을이구나 싶은 것도 있지만, 으뜸화음, 꽃가람, 하하호호, 웃자는거여 등 재밌지만 알쏭달쏭한 것까지 다양하다.

광진구 구의동의 작은 주민모임들이 모여서 만든 '왁자지껄 착한경제 광진마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마을경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마을화폐를 떠올리게 됐다. 마을화폐를 활용하여 마을공동체와 마을의 내수경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가맹점 30여개를 확보했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마을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가맹점들은 판매액의 1%를 마을기금으로 기부한다.

김 국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보육과 육아가 이슈가 되는 동네, 유독 청년들이 많은 동네, 1인가족이 많은 동네 등 마을별로 특성이 있다"며 "그런 특성에 맞게 주민 스스로가 따뜻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을 돕는 게 목표"이라고 답했다.

 주민모임들이 모여 새로 '호명' 된 마을 이름들.
 주민모임들이 모여 새로 '호명' 된 마을 이름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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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식이와 춘섭이가 맘 붙일 수 있는 서울을...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 외로움에 길들여짐으로 / 차라리 혼자가 마음 편한 것을..."

90년대 초 인기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가이다. 부푼 꿈을 안고 상경했으나 좌절과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시골 청년 홍식(한석규)과 춘섭(최민식)의 고달픈 달동네 생활이 묻어난다.

서울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2인 이하 가구는 전체 가구의 48.0%로 절반에 이르며,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7.3명으로 OECD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홍식이와 춘섭이는 팍팍한 서울살이를 못 이기고 돌아갔고, 지금도 진한 회한을 안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속에 그들을 더 이상 돌려보내지 않는 마을, 맘 붙이고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일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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