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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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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침묵한 채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귀국 시점은 18일 새벽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국 당일 예정된 국무회의도 박 대통령이 아닌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12일 오후 예정된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로 더욱 격화될 사회적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려와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다"라며 "현재로서 그것 이상의 말씀을 드릴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부 발표 이후 청와대 입장이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라며 사실상 더 이상 밝힐 입장이 없음을 덧붙였다.

사실 이는 지난 9월부터 반복됐던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014년도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게 전부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월 11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는 한국사 교육의 미비한 점을 개선하라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일반론적인 언급을 하셨던 것"이라며 "아무리 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직접 언급하신 것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 불붙을까 우려

이 같은 '침묵'은 청와대마저 목소리를 낼 경우, 거세게 일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반대 여론에 불을 붙일 수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다 야당이 이번 사태를 '유신 회귀' 프레임으로 잡은 만큼 박 대통령의 언급 자체가 여론지형을 좌지우지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이른 바 '짜고 치는'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발행체계 개선시 일정 등 일반적 보고만 했고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당의 국정화 요구만 경청했다.

즉, 검정강화냐, 국정 전환이냐를 놓고 검토하던 정부가 당의 국정화 요구에 따라 결단했다는 '그림'을 만든 셈이다. 당정협의 다음 날 바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관련 기사 : '국정화' 군불 때는 새누리 "역사쿠데타 한 건 노무현").

특히 박 대통령이 국내 현안 이슈와 거리를 둔 채 해외 순방을 떠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6월 중국 방문 당시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건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관련 기사 : 남재준 개인플레이? 청와대 '모르쇠'로 책임론 차단). 같은 해 11월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 때도 노숙 투쟁을 벌이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한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를 외면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김한길 길바닥에 두고 순방길 올라). 2013년 11월 서유럽 3개국 및 EU 방문 때는 박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사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청구가 심의, 의결됐다.

2014년 '친일 미화' 논란을 빚으며 낙마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2015년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려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2014년 6월 당시 문 후보자가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와중에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났다.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임명동의안 재가를 미루면서 문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도록 유도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사퇴 요구를 받던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서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이후 두 번째 방문국인 페루에서 이 전 총리의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

[관련기사]
나갈 때마다 '징크스', 박 대통령 해외순방의 명암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박근혜, #역사교과서 국정화, #해외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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