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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도암만 풍경. 바닷가 들녘이 누렇게 물들었다. 그 길을 따라 주민이 갯일을 나가고 있다.
 강진 도암만 풍경. 바닷가 들녘이 누렇게 물들었다. 그 길을 따라 주민이 갯일을 나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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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가우도는 향기의 섬이다. 바다와 숲, 사람의 향기가 어우러졌다. 섬의 규모는 작다. 면적이 32만㎡, 10만 평도 안 된다. 임야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해안선은 2500m, 사람은 14가구 31명이 살고 있다.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신기리에 속한다. 도암만이 품은 유일한 유인도다.

작은 섬 가우도지만 매력 덩어리다. 뭍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서 들어갈 수 있다. 바다와 숲이 빚어낸 풍광도 으뜸이다. 여행객은 물론 손맛을 즐기려는 바다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고 있다.

가우도는 요즘 강진여행의 시작지점이 됐다. 1990년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다산초당과 영랑생가를 찾던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 섬을 찾아간다. 지난 10월 1일이었다.

출렁다리에서 본 저두마을 풍경. 차진 갯벌과 도암만을 앞마당으로 삼고 있다.
 출렁다리에서 본 저두마을 풍경. 차진 갯벌과 도암만을 앞마당으로 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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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진 도암만 갯벌에서 주민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저두마을 앞 갯벌에서 난 바지락은 '저두것'으로 통한다.
 바닷물이 빠진 도암만 갯벌에서 주민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저두마을 앞 갯벌에서 난 바지락은 '저두것'으로 통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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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는 강진읍에서 마량 방면에 있다. 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다. 오른편으로 아름다운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구릉을 따라 둥지를 튼 마을 풍경도 예쁘다. 갯내음도 은은하다. 갯가 사람들의 삶도 정겹다.

가우도는 대구면 저두선착장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서 만난다. 선착장은 저두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던 포구다. 썰물 때가 되면 차진 갯벌이 드러난다. 펄 좋기로 소문난 저두갯벌이다. 여름엔 바지락, 겨울엔 굴이 지천이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갯벌에서 마을주민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저두 것이오. 저두 것이라고 아요?" 저두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영심씨의 말이다. 읍내에서 '저두 것'이라면 서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도회지에선 다른 데서 갖고 온 바지락을 '저두 것'이라고 속이기도 한단다.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지점이어서 갯것의 맛이 더 좋단다.

정씨는 '저두 것' 바지락을 무쳐서 손님들에 내놓는다. 갯벌 너머 바다에서는 낚싯배에 탄 강태공들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돔과 황가오리가 많이 잡힌다.

저두마을 한 음식점의 바지락회무침. 가우도를 품은 도암만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무쳐 낸다.
 저두마을 한 음식점의 바지락회무침. 가우도를 품은 도암만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무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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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마을에서 가우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도보교로 만들어져 있다.
 저두마을에서 가우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도보교로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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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선착장에서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2011년에 놓였다. 출렁다리지만,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길이 438m, 폭 2.6m에 이른다. 차는 다닐 수 없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도보교다. 가우도 주민들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연륙교를 원했지만, 섬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다리 오른편으로 도암만 구강포가 펼쳐진다. 강진을 '남도답사 일번지'로 만들어 준 공신인 다산초당과 백련사도 희미하게 보인다. 왼편으로는 고바우공원과 강진청자박물관이 있는 대구면이다. 그 너머로 마량항과 고금도가 자리하고 있다.

가우도(駕牛島)는 보은산을 소의 머리로 여기고, 섬의 모양이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었다. 저두마을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가우도로 들어가니 두 갈래의 길이 나 있다. 왼편으로는 해안을 따라 나무데크로 이어진다. 오른편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가우마을에서 만난다. 길의 둘레가 2400m에 이른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함께海길'이다.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나무데크 길. 싸목싸목 걸으면서 가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나무데크 길. 싸목싸목 걸으면서 가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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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의 해안에서 만나는 영랑나루 쉼터.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알려진 시인 영랑 김윤식의 동상이 반겨준다.
 가우도의 해안에서 만나는 영랑나루 쉼터.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알려진 시인 영랑 김윤식의 동상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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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으로 난 해안길을 따라 간다. 가우도에 함께 들어온 다른 여행객들도 이 길을 하늘거린다.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은 숲이 우거진 길이다. 바닷가로 내려가 모래밭을 거니는 젊은 연인들이 보인다.

해안 데크의 한편에서 의자에 앉아 인자하게 웃음 짓고 있는 동상이 보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이다. 동상 옆으로 영랑의 시도 여러 편 걸려 있다. '영랑나루 쉼터'다.

강진에서 나고 자란 영랑은 강진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의숙에 들어갔다. 1919년 기미독립운동 때 강진으로 내려와 독립운동(강진 4·4운동)을 이끌었다. 일본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1930년 창간한 〈시문학〉지를 중심으로 우리 현대시의 새 장을 열었다. 1934년 〈문학〉지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삭발령을 거부하며 의롭게 살았다. 한국전쟁 때 부상을 당해 47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며 87편의 시를 남긴 민족시인이다.

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 도암만의 섬 가우도를 양쪽의 뭍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가운데 하나다.
 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 도암만의 섬 가우도를 양쪽의 뭍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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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에서 내려다 본 가우마을 풍경. 14가구 30여 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이다.
 가우도와 망호마을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에서 내려다 본 가우마을 풍경. 14가구 30여 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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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나루 쉼터에서 데크 길을 따라가니 가우마을이다. 마을 앞 바다에 해상낚시공원이 떠 있다. 손맛을 아는 낚시꾼들이 모여 있다. 낚시공원 옆으로 또 하나의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가우선착장에서 망호마을과 이어주는 다리다. 길이가 716m로 먼저 건넌 다리보다 길다. 2012년에 놓였다. 가우도 주민들의 뭍 나들이와 여행객들의 섬 나들이를 수월하게 해준 다리다.

출렁다리에 올라서니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품은 만덕산이 가까이 보인다. 저만치 주작산의 품새도 멋스럽다. 가우마을은 출렁다리 아래 포구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 14가구가 여기에 모여 살고 있다. 김용현(65)씨가 이장을 맡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금은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는 전어를 주로 잡는다. 인근 바다와 마량, 완도바다까지 나간다. 전어철이 지나면 낙지를 잡으며 생활한다. 농토라고는 텃밭 밖에 없다.

강태공들이 가우도의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강진군 도암면이다.
 강태공들이 가우도의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강진군 도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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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돔. 가우도는 배를 타고 나가지 않고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어 강태공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가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돔. 가우도는 배를 타고 나가지 않고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어 강태공들이 많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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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함께海길'은 마을에서 가우선착창으로 이어진다. 20년 전에 문을 닫은 가우분교가 오른편에 있다. 철봉과 축구골대가 방치돼 있는 운동장에 잡초만 무성하다.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단다.

길은 해안 데크를 지나 숲길로 들어간다. 후박나무와 곰솔, 엄나무, 사스레피 우거진 숲이다. 성긴 숲 사이로 도암만 풍경이 동행한다. 숲길도 단아하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불을 밝히는 출렁다리의 야경도 환상적이다.

가우도의 미래도 독특하다. 섬의 산정에서 청자 모양의 전망탑 설치가 한창이다. 바다 건너 저두마을로 떨어지는 공중하강 체험시설도 설치한다. 후박나무 군락지에 당집을 복원하고, 어부의 빈 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섬 개방에 따른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목적으로 입장료 징수도 모색하고 있다. 감성 넘치는 섬 가우도의 변화상이다.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숲길. 한편은 나무데크로, 다른 한편은 숲길로 이어져 있다.
 가우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숲길. 한편은 나무데크로, 다른 한편은 숲길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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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출렁다리의 밤풍경. 도암만에 해가 지면 출렁다리가 불을 밝혀 황홀경을 연출한다.
 가우도 출렁다리의 밤풍경. 도암만에 해가 지면 출렁다리가 불을 밝혀 황홀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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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데에 가볼만한 곳도 부지기수다. 도암만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바우전망대가 지척이다. 하트 조형물이 예쁘다. 강진청자박물관과 미항 마량항도 멀지 않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돼 와서 처음 머물렀던 주막집 사의재(四宜齋)와 영랑 김윤식의 생가는 강진읍에 있다. 다산초당과 다산기념관, 백련사는 도암면에 있다.

강진 다산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트릭아트전.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을 부담없이 만나게 해준다.
 강진 다산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트릭아트전.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을 부담없이 만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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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가우도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순천 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간다. 강진읍에서 마량 방면으로 23번 국도를 타고 칠량면 소재지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저두마을과 가우도를 만난다.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우도, #출렁다리, #저두마을, #영랑쉼터, #남도답사일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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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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