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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세계는 구식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문제를 야기한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천재적인 그의 창의력에 이견을 제기하기 힘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설계하다', '계획하다', '밑그림을 그리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디자인. 그 디자인의 영역에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창조성'이다.

그런 까닭에 일찌감치 그 사실을 깨닫고 디자이너에게 "'무엇을'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라"고 주문한 기업가들은 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1955~2011)이다.

인문학자 이상의 논리 전개와 매끄러운 결론 도출력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 조영 옮김 / 봄길 펴냄 / 2015.09 / 2만3800원)
▲ <디자인 포워드>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 조영 옮김 / 봄길 펴냄 / 2015.09 / 2만3800원)
ⓒ 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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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디자인 포워드>는 여러모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저자인 하르트무트 에슬링거가 '디자인 중심의 성공전략'을 펼친 스티브 잡스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 외에도 산업디자이너가 다학문적 접근 방식을 통해 인문학자 수준의 논리 전개와 매끄러운 결론 도출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에슬링거는 "인간의 창조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후천적 환경과 교육에 의해 훈련 가능한 것"이라 주장한다. 이전 시대 '창조'는 신의 영역이었고, 그 영역은 '일부 천재'의 몫이었다. 그렇다면, 에슬링거의 주장은 어떻게 객관성과 설득력을 얻어내야 할까?

답은 체계적이고 타당성 있는 논거다. 앞서 그가 인문학자에 가까운 글쓰기 능력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디자인 포워드>는 그 증거물이라 해도 좋다. 에슬링거는 여러 가지 키워드로 자신의 주장을 객관화시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개방성과 비정형성 여기에 모호함을 특징으로 하는 창조적 인재를 '창조적 교육제도'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의 이론은 신선하고도 흥미롭다.

비단 애플만이 아닌, 베가, 소니, 루이비통, 루프트한자 등 세계적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 높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에슬링거. 그가 <디자인 포워드>를 통해 펼치는 주장과 제시하는 논거는 정치인의 그것처럼 선동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다. 그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과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해왔으며, 누구보다 자본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구체적 사례와 각종 문헌을 풍부하게 인용하며, 자기주장의 설득력을 높여간다.

창조성은 인간과 자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책의 전체 내용 중 1장 '창조적 권력이동'과 6장 '미래 디자인 리더 육성' 결론격인 10장 '혁신 이상의 디자인'은 비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만이 아닌, 창조성이 인간과 자본의 미래를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관한 궁금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하다.

<디자인 포워드>는 딱딱한 이론서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디자인 작업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 또한 풍부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1982년 초 나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매우 탄탄한(그리고 충분한 투자를 받는) 디자인 및 제품기획센터와 연구개발부서들을 갖춘 소니와 비교하면, 애플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은 내 삶과 경력을 완전히 바꿔놓는 사건이었다.

우리들은 우선 내가 했던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스티브를 특히 사로잡은 것은 모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제품들이 된 소니를 위한 프로그 디자인들이었다. 이어서 그는 애플이 디자인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말했다. '맥의 판매량을 백만 대 이상으로 올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그 회사가 출하한 애플 II의 열 배 이상 되는 숫자였다. 나는 좋은 디자인만 가지고는 그만한 숫자에 이를 수 없음을 설명했다." - <디자인 포워드> 본문 168쪽 중에서

내한하는 에슬링거, 오는 20일 광주에서 강연

'창조성'과 '디자인'을 핵심어로 하는 책이기 때문일까. <디자인 포워드>는 책 자체의 표지와 내부 디자인도 세련되고 창조적이다.

이제는 자신이 주도하던 전략적 디자인 전문기관 '프로그 디자인'의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강연과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에슬링거. 그는 오는 10월 17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에 참여해 '디자인의 미래와 디자인 인큐베이션'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에슬링거의 연설이 있을 10월 20일, 미래의 '창조적 디자이너'를 지향하는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있다면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디자인 포워드>(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 조영 옮김 / 봄길 펴냄 / 2015.09 / 2만3800원)



디자인 포워드 -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창조적 전략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조영 옮김, 봄길(2015)


태그:#에슬링거, #창조성, #디자인 포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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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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