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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숏 사이즈가 있었지 뭐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근처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모처럼 전화를 걸어 호들갑이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늘 찾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려 하는데 다른 손님이 숏(Short)사이즈를 주문하더란다. 그런데 메뉴판에 표기된 가장 작은 사이즈는 톨(Tall). 가격도 오백 원이 더 싸서 미리 알았더라면 자신도 숏 사이즈를 주문했을 것이라고 친구는 말했다.

늘 톨 사이즈가 버거웠다는 이 친구는 그동안 숏 사이즈를 마셨다면 돈도 아끼고 카페인도 적당히 섭취할 수 있었을 거라며 불만을 늘어놨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 때문에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안 마시지도 못하는 친구의 사정을 알기에 공감이 갔다.

작은 문구외에 숏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 스타벅스 메뉴판 작은 문구외에 숏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 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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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Tall), 그란데(Grande), 벤티(Venti). 다른 어느 종목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커피전문점 가운데 독보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벅스(Starbucks)의 메뉴판 상단에 적혀있는 음료 사이즈다.

카운터 앞 진열된 컵 사이즈 모형을 들여다봐도 숏 사이즈는 없었다. 메뉴판 왼쪽 맨 아랫줄에 적혀있는 '따뜻한 음료는 숏 사이즈 가능(톨 사이즈와 가격차이:500원)'이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숏 사이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피&에스프레소 메뉴판 아래 숏 사이즈에 대한 정보가 한줄로 적혀있다.
▲ 스타벅스 메뉴판 커피&에스프레소 메뉴판 아래 숏 사이즈에 대한 정보가 한줄로 적혀있다.
ⓒ 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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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을 듣고 궁금해져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문제로 과거 몇 차례의 불만이 제기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글씨를 아주 조금 더 크게 해놓았을 뿐 메뉴판에 숏 사이즈를 따로 표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양의 커피가 부담스럽거나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이라도 상당수가 톨 사이즈 커피를 주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 친구처럼 숏 사이즈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말이다. 아는 사람만, 혹은 메뉴판을 아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고객들만 주문할 수 있는 사이즈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운 게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숏 사이즈를 표기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다.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숏(Short), 톨(Tall), 그란데(Grande), 벤티(Venti)로 이어지는 사이즈가 스타벅스 매장 메뉴판에 그대로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메뉴판엔 숏 사이즈가 빠져있는 것일까? 매장에서 팔고 손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말이다. 전 세계적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한국에서도 해외 지점들과 동일하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의무가 있다고 보는 건 무리한 시각일까?

스타벅스의 숏과 그란데 사이즈의 차이가 상당하다.
▲ 컵 사이즈 스타벅스의 숏과 그란데 사이즈의 차이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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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타벅스에서 만난 손님 김아무개씨(31)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나도 톨 사이즈가 가장 작은 사이즈라고 알고 있었다. 가끔 양이 많은 것 같아 부담스러운 적이 많았는데 숏 사이즈가 있다고 하니 앞으로 숏 사이즈를 이용할 것 같다"며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양반이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대부분은 숏(Short) 사이즈와 같은 용량(237ml)을 판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임대료로 인해 사이즈가 큰 음료를 판매해야 하는 여건일 수 있지만,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는 경우만이라도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스타벅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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