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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과 달님 작업실에서 키우는 고양이 햇님(野翁)과 달님(夜翁).
▲ 햇님과 달님 작업실에서 키우는 고양이 햇님(野翁)과 달님(夜翁).
ⓒ 노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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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업실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한배에서 난 일곱째, 여덟째 자매로, 분양해준 분이 지어준 아명은 칠삐, 팔삐이고 내가 지은 본명은 夜翁, 野翁이지만 발음상 구분이 되지 않아 햇님, 달님으로 부른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의 이름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종의 이름이다.

우리는 늘 가까이에 있거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의 이름을 주로 한 글자로 지었다.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존재인 개, 농사일을 돕고 죽어서는 고기를 남기는 소, 전쟁의 판도를 바꾼 말, 지금은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때 경외의 대상이던 범, 한민족의 조상이 숭배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곰, 귀중한 곡식을 축내는 지긋지긋한 쥐, 포근한 털을 제공하는 양, 키우기 쉽고 알과 고기를 주는 닭, 약이면서 동시에 독인 뱀 등이 모두 한 글자다.

인간과 가까우면서 이름이 한 글자가 아닌 동물로는 돼지, 염소, 노루, 사슴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고양이는 세 글자나 된다. 심지어 고양잇과 야생동물인 삵도 한 글자인데 말이다('삵'과 '고양이'를 합쳐서 '살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고양고양' 하고 울어서 고양이일까? 울음소리가 동물의 이름이 된 예로는 멍멍이, 꿀꿀이, 야옹이 등이 있는데 고양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개구리도 '개굴개굴' 우니까 개구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디 '물에 사는 벌레'라는 뜻이다). 고양이도 한때는 이름이 한 글자이던 시절이 있었으니, '고양이'의 옛말 '괴'(발음은 '고이'에 가까웠다고 한다)였으며, 여기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 〉 괴양이 〉 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괴발개발'은 괴발과 개발, 즉 ' 고양이 발과 개 발'이라는 뜻이다.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고양잇과 동물인 호랑이는 (호랑이를 일컫는) 옛 몽골어 '할빌'에서 '할'이 '홀'로 바뀌고 여기에 '-앙이'가 붙어서 만들어졌다는 견해도 있고―'빌'을 '범'의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범 호虎와 이리 랑狼이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동물의 새끼는 '-아지'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강아지'는 '개'의 옛말 '가히'에 '-아지'가 붙은 것이고 '송아지'는 '소 + 아지', '망아지'는 '말 + 아지'다. '소아지'가 아니라 '송아지'인 이유는 '-아지'의 'ㅇ'이 음가가 있는 옛이응이었기 때문이다. 새끼 호랑이는 '개호주'라고도 하고 '갈가지'라고도 하는데, '갈가지'는 호랑이를 일컫는 '갈'에 '-아지'가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돼지는 본디 '돝'이었는데 여기에 '-아지'가 붙어 '돝아지 〉 도아지 〉 되야지 〉 돼지'가 되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새끼의 이름이 동물 자체의 이름으로 바뀐 경우다. 각 동물의 새끼를 일컫는 우리말은 이 밖에도 많다. 어떤 이는 새끼 고양이를 일컫는 말 중에서 '괴지'가 '괴 + 아지'라고 추측하기도 한다(고양이 새끼는 왜 '공아지'가 아닐까?).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미 삼아 읽어볼 만한 기사가 있다( 고양이를 고양이라 못 부르고).

예전의 고양이는 쥐를 잡는 가축이었고 사람들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반면에 지금의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한 글자짜리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언어는 의도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서 고양이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양이'가 들어간 합성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한두 글자로 된 이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영어 '캣'이나 '냥'이 합성어의 어근으로 쓰인다. 이를테면 고양이를 키우거나 돌보는 사람은 '캣맘'이고,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행위는 '냥줍'이다. 길고양이는 '길냥이', 붙임성이 강한 고양이는 '개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냥이'는 '냐옹이'의 준말일 것이다.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인데, '아기 고양이'는 '괭이'를 강하게 발음한 '깽이'를 써서 '아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고양이'를 대신할 한두 글자 이름이 이미 여러 가지로 시도되고 있다. 그 밖에 고양이의 귀여움과 도도함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의 후보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담이지만 '길고양이'는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이 뜻으로 올라 있는 단어는 '도둑(도적)고양이'다. 주인에게서 버려져 동네를 떠도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면 이런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어쩌면 태도가 바뀌면서 '길고양이'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토종 고양이 품종을 흔히 ' 코리안 숏헤어'(줄여서 '코숏')라고 부르는데, 한 동물병원에서는 이 이름을 예쁜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의견을 받고 있기도 하다(한국 토종 고양이 이름 공모).

[참고 자료]
홍윤표, 『살아 있는 우리말의 역사』(태학사)
이주희, 『내 이름은 왜?』(자연과생태)
조항범, 『그런 우리말은 없다』(태학사)
이남덕, 『한국어 어원 연구』(이대출판부)
서정범, 『국어어원사전』(보고사) ( 인터넷에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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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번역한 책으로는『새의 감각』『숲에서 우주를 보다』『통증연대기』『측정의 역사』『자연 모방』『만물의 공식』『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스토리텔링 애니멀』『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