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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도축농장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들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9일,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도축농장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들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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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안내견과 동승한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한 시각장애인 A씨의 사연이 사회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앞을 못 보는 장애인, 그리고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냉대를 감내하는 안내견. 이 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태도에 나 역시 무척이나 분노했다.  

A씨는 그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로 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이 승차거부를 당할 때 그를 돕거나 함께 항의해 주는 승객이 없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 활동가로서 나는 이 말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옳다고 믿는 바를 외치고 동참을 호소할 때마다 숱한 무관심에 부딪혔다. 때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느꼈던 터라 승차거부에 대항하는 시각장애인의 투쟁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 이용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시각장애인이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가 어떤 복지를 이룰 수 있을까? 이것은 시각장애인 개인의 외로운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에 대한 낙후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떠올랐다. 그라면 당장 어떤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도,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박원순 시장을 약자에 편에 서는 시장,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펴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시장으로 알고 있다.

박원순 시장에게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페이스북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끔 시민들의 글에 박원순 시장의 댓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본인이 페이스북을 직접 관리하는 것 같았다.

작년 7월, 페이스북의 일대일 메시지 주고받기 기능을 통해 박원순 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돌아온 답.

"조세형님, 잘 알았습니다. 잘 검토하겠습니다."

답장이 오지 않아도, 제대로 전달만이라도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게다가 "잘 알았고 잘 검토하겠다"는 응답은 비록 짧기는 했지만, 큰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시민들이 전달하는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짧은 한 줄이라도 답신을 해주는 성의가 얼마나 고맙던지.

박원순 시장은 역대 서울시장들에 비해 그간 우리 사회의 말 못하는 약자인 동물들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서울대공원의 쇼 돌고래였던 '제돌이'가 제주도 바다로 돌아간 것, 재정 위기의 동물원에서 굶주리던 호랑이 '크레인'이 고향인 서울대공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박원순 시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동물의 권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이기에, 현재 도축농장에 있는 사슴과 흑염소들이 고향인 서울대공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줄 거라 믿는다.

한국 동물 구하려고 단식하는 미국인

지난 9일 케어의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들고 있었던 피켓
 지난 9일 케어의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들고 있었던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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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에서 동물들을 위한 단식농성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9일, 한 미국인 활동가가 한국 동물들을 위한 최초의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미국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AJ 가르시아.

단식을 하는 이유는 지난 8월 발생한 서울대공원의 사슴·흑염소 매각 사태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43마리의 사슴과 흑염소를 '잉여동물'이라며 매각했는데, 매각된 곳이 도축농장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사건 현장을 급습한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게 도축농장에 매각된 동물들을 구조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매각을 통한 잉여동물 처리를 지양하고, 불임수술을 통한 번식제한을 통해 애초에 잉여동물이 태어나지 않도록 할 것, 그럼에도 잉여동물이 생겨나 처리가 불가피할 경우 동물의 복지를 준수하는 곳으로 보낼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동물원 측은 해당 동물들이 도축농장에 매각된 줄 몰랐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을 뿐, 지금까지 도축장에 있는 동물들의 구조에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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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 AJ 가르시아 케어 미국 법인 대표.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을 시작한 AJ 가르시아 케어 미국 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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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케어는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케어는 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시작으로 동물을 위한 복지를 표방해온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도축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슴과 흑염소는 외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매각된 사슴·흑염소를 구조하려면 최초 낙찰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재매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에 대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관계자가 "100원 주고 판 것을 어떻게 200원 주고 사오냐"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케어는 공영 동물원이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저울질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케어는 "도축장에 팔린 사슴·흑염소를 재매입하기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 중이지만, 모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동물원이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의 임명 권한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케어는 이날 시작된 단식농성이 절박한 심정으로 택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히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축장에 있는 사슴·흑염소의 구조를 약속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대공원 동물원장, 지난 9월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긴급토론회를 이번 사건과 무관한 주제발표들로 채워 시민들을 분노케 한 실무책임자, 서울대공원 동물원 SNS에 남긴 시민단체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지우고 차단하도록 지시한 책임자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단식농성이 시작된 지 4일째. 비가 오면서 꽤 쌀쌀해진 날씨에 AJ 가르시아씨는 작은 천막조차 치지 못하게 하는 경찰 때문에 앉거나 서서 단식 중이다.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했다. 박원순 시장으로부터는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다. 케어는 이번 단식농성을 릴레이로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단식을 시작한 9일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단식을 시작한 9일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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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회원 조세형 시민기자가 호소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동물원에 갑니다.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을 찾지만, 동물원 동물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8월 19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슴·흑염소 43마리가 도축농장에 매각됐습니다. 동물원에 전시되며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던 동물들이 '잉여'라며 식용으로 전락했습니다. 트럭으로 도축농장에 실려 가는 동안, 서로 뿔에 받힌 부상과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한 흑염소들을 제외하고, 현재 37마리의 사슴과 흑염소가 살아있습니다.

도축농장주는 이 동물들을 도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농장주는 이들을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도로 사들여 데려가길 기다립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동물들의 재매입은 물론 재수용마저 거부했습니다. 한때 '가족'이었던, '자식'이라던 사슴과 흑염소를 비정하게 내쳤습니다.

가정에서 기르던 개·고양이를 못 키우게 됐다고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 세상입니다. 또한 무분별한 번식으로 태어나 버림받는 개·고양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불임수술을 해줍니다. 동물원 역시 동물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런 의무를 저버린 동물원이 번식농장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사건은 동물에 대한 사랑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상식'의 문제입니다. 동물들에게 이토록 모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두 달이 되어갑니다. 케어가 도축농장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슴과 흑염소를 구하려고 합니다. 상식이 짓밟히지 않는 사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동물들을 도축장에서 매입하기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한 희망해 모금서명에 동참해주세요. "서명합니다" 한 줄만으로 100원이 자동 기부됩니다.  

목표 금액인 2천5백만 원을 100원으로 나누면 25만입니다. 25만 명의 서명이 모이면 당장 오늘이라도 모금이 달성됩니다. 서울시 인구보다 적은 숫자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시민기자 조세형 올림

희망모금 서명하러 가기 클릭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슴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슴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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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대공원, #동물원, #식용 매각,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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