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가수 전인권이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새 싱글 '너와 나'를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전인권이 포항에서 밤바다를 보고 생각했다는 이 곡은 폭풍이 막 지나간 바다를 보며 자신의 힘겨웠던 지난날과 사는 게 녹록치 않은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려 했다고 한다. ⓒ 이희훈


 전인권의 새 싱글 <너와 나>에 참여한 후배 뮤지션들. 위에서부터 자이언티, 윤미래(두번째 사진 좌측), 타이거JK(우측),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

전인권의 새 싱글 <너와 나>에 참여한 후배 뮤지션들. 위에서부터 자이언티, 윤미래(두번째 사진 좌측), 타이거JK(우측),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 ⓒ 아메바컬쳐 외

자이언티, 윤미래, 타이거JK,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티. 장르도, 색깔도 각기 다른 음악을 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선배인 전인권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다.

1년여 만에 발표한 새 싱글 <너와 나>에서 전인권은 후배 뮤지션들과 목소리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나눴다. 자이언티와는 나이와 데뷔 연도까지 무려 30여 년이나 차이가 나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세대 차이 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외치는 후렴구는 역설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너와 나'는 지난 2014년 전인권이 포항에서 밤바다를 보고 생각한 곡이다. 폭풍이 막 지나간 바다를 보며 자신의 힘겨웠던 지난날과 사는 게 녹록치 않은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전인권과 가수들은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노래와 사람, 사랑에게서 한줄기 희망을 찾자고 노래한다. 이는 전인권이 평소 생각해온 사회의 역할이기도 하다.

"후배들과 녹음하면서 정말 놀랐다. 짧은 시간 안에 자기 것을 표현하는 게 기가 막히더라. 불이 일어나는 것 같더라. 자극도 많이 받았다. 함께했던 이들 모두 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이다.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고, 대중적인 매력도, 실력도 다 갖춰진 친구들이다. 사실 요즘 노래들은 다 똑같이 들린다. '타타타타' 하고 비트를 쪼개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는 다르더라. 평소 나부터 희망적이고 그런 노래를 많이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는데 '양화대교'가 딱 그랬다."

두 번째 인생

그는 지난 1년간 카카오뮤직의 뮤직룸 등 SNS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전인권은 "SNS를 안 했는데 (카카오뮤직 뮤직룸은) 음악만 하는 곳이라고 해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전인권은 1년간 이곳에 매일 3곡씩을 올리고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그간 특별한 경험이 없었는데 SNS가 사회의 정식 참여라고 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생애 첫 팬미팅도 열었다.

"내 이야기를 직접 쓰면서 나의 감성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나는 내 감성을 사랑한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지금 아무 것도 안 되어 있었을 거다. 나를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꼭 그런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음악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다. 물론 악플(악성댓글)도 있다. 어설프게 덤비면 나한테 살아남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짚어가면서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성공한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마약 중독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그는 스스로 이를 극복하며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오는 23일 과천에서 열리는 콘서트 < 2ECOND CHANCE(세컨드 찬스) >는 중독에서 벗어난 전인권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청소년 밴드 MG(미라클 제너레이션)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기회다. 그는 "처음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누굴 돕느냐'고 생각했는데 MG의 공연을 보고 '같이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이들에게도 '맑은 정신이 낫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요톱텐> 끝까지 안 나가겠다는 생각, 지켰다"

지난 1979년 밴드 따로또같이로 데뷔한 전인권은 1985년 최성원, 고 허성욱, 조덕환, 고 주찬권과 밴드 들국화를 결성해 활동했다. 40여 년간 음악을 떠난 적이 없는 그는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사랑했던 감성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종로에 살며, 유신 시대를 오롯이 겪었다는 전인권은 "시작부터 힘들었지만 감성을 굽히지 않으려 소신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명랑 운동회>, <가요톱텐> 등에 끝까지 안 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지켰기에 흘러간 가수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새로운 가수인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86년, 2집으로 함께 활동했던 밴드 들국화. 왼쪽부터 손진태, 고 주찬권, 전인권, 최성원, 최구희, 고 허성욱.

지난 1986년 2집으로 함께 활동 중일 당시의 밴드 들국화. 왼쪽부터 손진태, 고 주찬권, 전인권, 최성원, 최구희, 고 허성욱. ⓒ 들국화컴퍼니

그가 몸담았던 밴드 들국화는 지난 2012년 재결성해 같은 해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당시 전인권은 페스티벌을 찾은 청춘들에게 "나이 드는 거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좋다, 걱정 말아라"라는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드러머 주찬권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때의 들국화는 이제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이후 들국화가 아닌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는 전인권은 "(들국화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들국화를 한다는 것은) 좀 힘들다"고 전했다.

"나 역시 들국화만의 여리면서도 강한 느낌을 좋아한다. 하지만 (들국화를 다시 결성해 하지 않는 것은) 예의인 셈이다. (이미 오래 활동했고, 알려진 곡들도 많기 때문에) 들국화로 굉장히 많은 돈벌이를 할 수 있지만, 다 접어버렸다. 다만 언젠가 들국화 2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앞으로 5년간은 내 소리 자신 있다"

 전인권

지난해 환갑을 맞은 전인권은 "앞으로 5년간은 보란듯이 젊은 아이들과 음악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이희훈


이제는 음악 자체가 몸에 배었을 나이지만, 전인권은 여전히 연습에 몰두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너와 내가 알고, 사흘을 안 하면 모두가 안다"는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의 말을 언급한 그는 스스로를 "히트곡을 만들었지만, 음악적인 실력까지 키운 가수는 못 된다"고 평했다. 이어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연습할 때 궁극적인 희열을 느낀다'고 하더라"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다듬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정말 짜릿하다"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 5년간은 내 소리가 자신 있다. 더 약해지거나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동안은 일선에서 보란 듯이 젊은 아이들과 음악을 할 거다. 그런데 5년 후에는 왠지 자신이 없다. 그 후에는 일선에 나서기보다 곡을 만들어 준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그때부터 진짜 해볼 거다."

앞으로 5년간은 자신의 소리에 자신이 있다는 전인권. 그는 1954년생이다.

전인권이 '묘비에 남기고 싶은 말'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면, 전인권이 묘비에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에게 물었더니, 그는 자신이 쓴 들국화의 '행진' 가사를 읊었다.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까지를 싣고 싶다."

전인권밴드는 오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콘서트 <너와 나>를 연다.

 전인권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너와 내가 알고, 사흘을 안 하면 모두가 안다"는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의 말을 언급한 전인권은 스스로를 "히트곡을 만들었지만, 음악적인 실력까지 키운 가수는 못 된다"고 평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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