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담화를 통해 청년실업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전면도입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담화를 통해 청년실업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전면도입을 예고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제대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며 "그래도 몸부림을 쳐야 한다. 호흡을 넓고 길게 하면서 발걸음을 행복하게 하자"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 8일 저녁 경남 창원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노동의 희망, 생동하는 연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현재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대기업' '정규직' '남성' '한국인' 중심이라 지적한 그는 "세계화시대에 이주노동자도 끌어안아야 하고, 여성과 비정규직도 하나가 되어야 하며, 중소기업 노동자도 하나가 되어야 희망이 있고, 생동하는 연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집회를 사례로 들었다. 강 교수는 "큰 집회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연사만 연설하고 나머지는 박수만 친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교수노조 집회도 그랬다"며 "지정된 연사의 이야기는 좋은데, 한두 시간 정도는 자유발언을 해서 울부짖는 목소리를 생생하게 끌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노하고 눈물 흘리며 이야기하고 그런 정서가 공유되면서 현장에 에너지를 주어야 하고, 그것이 역동적이다"며 "벽을 넘어가는 물결이 소용돌이칠 때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대한민국 현실지표를 거론하기했다. 지금 우리는 '부채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부채가 1085조 원이고, 가구당 평균 4000만 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공공부채와 자영업자, 기업부채를 포함하면 4781조 원인데 국민총생산 대비 228%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월급이 100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2000만 원이다. 2000년과 2015년 사이 대통령 월급이 두 배로 올랐다. 뭐 하는데 두 배냐. 패션쇼 하면서 두 배냐"면서 "15년 동안 국민들의 월급은 두 배로 올랐느냐"고 말했다.

강 교수는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이 710조 원이라 한다. 영국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가 밝힌 자료에 보면, 한국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해외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자산이 중국, 러시아에 이어 3위라 하고, 특히 자산 액수가 총 7790억 달러(약 900조)로 GDP의 70%다"며 "우리가 피땀 흘려 노력한 부가 우리 사회에 쌓여서 골고루 배분되는 게 아니라, 이상한 구조로 인해 한 쪽에 빨려 들어가고 그들의 금고도 모자라 외국으로 빼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보다 공인과로사가 더 어렵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8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노동의 희망, 생동하는 연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8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노동의 희망, 생동하는 연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한국 노동시간은 평균 연간 2300시간으로 OECD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강 교수는 "5000만 인구 가운데 한때는 노동자 숫자가 1000만이라더니 어떤 자료에는 1500만이라 하고 최근에는 1800만이라 한다"며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에는 명절만 빼고 1년에 363일 일한다는 노동자도 있다고 한다. 유럽은 1400시간으로, 우리와 900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우리 노동자들은 아이 돌볼 시간도 없고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240명 내외가 산재사고를 당하고, 그 중에 7~10명이 사망한다. 2~3명이 과로사이고, 직업병도 심각하다"며 "행복하게 살려고 일하는데 일하다 죽으면 어떡하나. 산재 기준도 까다롭게 해놓았는데 오죽했으면 '공인회계사보다 공인과로사가 더 어렵다'는 말까지 하겠느냐"고 말했다.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계속 언급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 내외인데, 노르웨이는 56%이고,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은 70% 내외다"며 "노조 조직률이 50% 정도는 넘어야 어느 정당이든 노동자한테 정책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어볼 거 아니냐. 지금 정부와 기업은 사람을 짓밟아 가면서 경제발전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또 그는 "자살률은 10만명당 3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행복지수는 경제규모와 '불비례'이고, 아동과 청소년 행복도는 조사대상 22개국 중에 꼴찌며, 10대 청소년 자살은 연간 250~300명이다"며 "학교가, 배움이 즐거워야 하는데 지금 학교는 미래가 없다. 점수와 등수․시험으로 찌들어 있다. 12년간 학교 다니고 나오면 국어·영어·수학 박사가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교과서를 불 지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청년 전태일의 꿈을 다시 생각하자고 했다. 강 교수는 "1970년 11월 13일, '사라답게 사는 세상'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했던 청년 전태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란, 사랑하는 사람 만나 행복한 밥상 차려 오순도순 살고, 의식주 기본생계가 되며, 건강여유와 존중평등·공동체·생태계가 살아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트리클 다운은 거짓말"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은 거짓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 교수는 "지식인이며 언론, 정치가들은 재벌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이나 소비자한테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한다. 윗물이 흘러 아래쪽도 흠뻑 적신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며 "지금은 아랫물을 온통 펌프질로 뿜어 올리고 있다. '트리클 다운'이 아니라 '펌핑 업'이 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 자영, 기업, 국가부채가 산더미로 불어날 때, 재벌은 비밀 금고에 돈을 쌓아 두고, 극소수 부자들은 해외로 재산을 도피한다"며 "트리클 다운이 안 되는 이유는 '위쪽 그릇이 너무나 넓고 깊고', '위쪽 그릇이 다 차기 전에 얼른 새 그릇으로 바꾸며', '위쪽 그릇 뒤에 구멍을 뚫어 빼돌리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강수돌 교수는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일정한 소득과 더불어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행복해질 수 있고, 경쟁력 중심이 아니라 삶의 질 중심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자본이 원하는 경쟁과 이윤의 원리가 아니라 사람이 원하는 연대와 필요의 원리에 따라야 하고, 자본과 권력을 추종하는 세력을 뽑기보다 인간과 생명을 중시하는 세력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수돌 교수는 '농민 공무원제'를 제시했다. 그는 "유기농 중심의 식량 자급률 향상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25%도 안되는 식량자급률이고, 그나마 쌀 때문에 자급률이 높으며 쌀을 빼면 5% 정도다"며 "농민공무원제를 해서 적정한 생계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청년들도 농촌으로 갈 것"이라 말했다.

"노사정 합의는 양심도 없는 엉터리 합의"

강 교수는 노사정 합의안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능력주의·성과주의 임금체계 강화'와 '일반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확대' '취업규칙 퇴행 변경' '탄력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가 노사정합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노사정합의라고 하는데, 노동은 한국노총만 들어간 것이다. 민주노총이 배제되었고,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대표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양심도 없이 '엉터리 합의'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능력주의라고 하지만 상사한테 비비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합의문에 노골적으로 써놓지는 않았지만 그런 저의가 숨어 있다"고,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를 이야기 했던 사람이 할 것은 아니다. 똥 누기 전과 똥 눈 뒤에 마음이 달라진 것"이라고, "탄력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는 잔업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노사정합의는 대표성, 구속력이 없고 애매모호하다. 내용은 입법전쟁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 여론의 움직임이 최종 내용을 좌우할 것"이라며 "1980년 5월의 봄, 1987년 노동자대투쟁, 1996~1997년 '노개투' 대투쟁처럼 전국적 저항 물결이 일어나야 하고, 생동하는 연대가 있어야 노동자가 원하는 법이 되고 노동의 희망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수돌 교수는 "정치경제 민주화가 되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3~4%의 소금이 바다를 짜게 하듯이, 나부터 소금이 되어야 하고, 미래의 세상도 행복해야 하지만 만드는 과정도 행복하게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 이자는 쌓아두면 이후 원금과 이자를 찾지만 인간 행복은 미룬다면 노후에는 찾을 수 없다.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했다.


태그:#강수돌 교수, #노동개혁, #경남직업문화센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