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지난 2014년 11월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이종운 감독과 결별하고 조원우 SK 와이번스 수석코치를 제1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난 겨울 롯데와 3년 계약을 맺었던 이 감독은 결국 한 시즌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보통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들의 경우, 웬만하면 자진사퇴 등으로 포장해 주는 야구계 관행과 비교해도 직접적인 '경질'이라는 표현에서 구단의 교체 의지가 확고했음을 볼수 있다.

이종운 감독은 여러 모로 불행한 감독이었다. 일단 이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맡은 시기부터 좋지 않았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롯데는 지난 겨울 CCTV 파문과 선수단-프런트간의 갈등으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김시진 감독이 성적부진 속에 불명예 하차했고, 코치진-프런트까지 대대적인 물갈이에 돌입한 롯데 구단은 어려운 상황에서 팀 내분을 수습할 막중한 책임을 초보 사령탑인 이종운 감독에게 맡겼다. 이 감독은 롯데에서만 9년간 선수생활을 했고 롯데 코치, 경남고 감독을 역임하는 등 지역 프랜차이즈스타이자 롯데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시작부터 가시밭길... 선수와 팬 모두 못 잡은 이종운

하지만 이종운 감독의 행보는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사실 이 감독의 인선 과정부터가 충분한 검토 없이 임시 변통으로 내부 인사 중에 급하게 대안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강했다. 프로 1군 감독 경력이 전무한 이 감독이 과연 어수선한 선수단을 잘 추스를 수 있을지 리더십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이 감독 본인 역시 경남고 감독 시절도 관련된 각종 루머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출발도 하기 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롯데 이종운호 1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당초 올시즌은 성적보다 리빌딩에 무게를 두는 듯했으나 시즌 후반기 5강 경쟁에서 뛰어들며 저력을 발휘했다. FA 2년차를 맞이한 강민호의 화려한 부활을 필두로 한 막강 타선의 구축, 아두치-레일리-린드블럼 등의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은 롯데 팬들의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8위에 그쳤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운 감독의 리더십도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주전들 상당수가 개막 전의 물음표을 딛고 좋은 성적을 올렸음에도 팀순위가 반등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구슬을 하나(팀성적)로 꿰지못한 감독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종운 감독의 실험적인 투수운영과 잦은 보직 변경으로 인한 마운드의 혼란,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잦은 역전패는 초보 감독으로서의 시행착오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팬들의 불만을 샀다.

또한 이 감독은 장점으로 여겨졌던 선수단과의 소통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점을 드러냈다. 시즌 중반 부친상을 당한 손아섭의 경기출전을 둘러싼 논란은 팬들이 이 감독에 대하여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고, 구단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소통 부족과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었지만 가뜩이나 지난해 CCTV 파문 이후 팬들의 여론에 민감하던 롯데 구단으로서는 또 한번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다.

역대 최대의 5위 전쟁이 펼쳐진 운명의 9월에. 롯데는 잠시 6연승을 질주하기도 했지만 이후 잔여 경기에서 2승 10패라는 믿을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5강 경쟁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사실 개막 전의 평가를 감안하면 롯데의 올시즌 순위가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1년간 누적된 시행착오와 불신의 과정은 이 감독의 팀내 입지를 급격히 약화 시켰다.

후반기부터 감독 교체설 파다... 또 다시 초보감독 선택

이미 시즌 후반기부터 공공연하게 이종운 감독의 교체설은 야구계에 소문이 파다했다. 신동빈 회장이 야구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면서 감독 교체에 대한 소문이 급격히 확산됐고,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계약기간이 엄연히 남아 있는 이종운 감독에 대한 지지나 동정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은 1년내내 팬들에게도 구단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소모품처럼 버림받는 과도기의 불행한 감독으로 남게 됐다.

이종운 감독은 3대 성기영 감독(1989), 5대 김진영 감독(1989), 9대 우용득 감독(2002) 등에 이어 롯데 역사에서 1년 이내에 물러난 단명 감독의 불명예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34년 동안 벌써 17번째 감독을 맞이하게 된 롯데는 가장 많은 감독을 자주 교체한 팀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 감독의 경질이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해도 조원우 신임감독의 선임은 또 한번의 파격이다. 조 감독은 부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쌍방울과 한화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냈으며 은퇴 후에는 한화-롯데-두산-SK 등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하지만 1군 감독 경력은 전무하다. 부산 출신이고 롯데에서 짧게 코치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롯데와의 연결고리에 크다거나 최근 팀 내부사정에 밝은 것도 아니다. 초보 사령탑 인선으로 실패했던 롯데 구단이 또 한번 초보 감독을 선택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롯데 구단은 조 감독을 선임하면서 "팀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능력에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종운 감독 체제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작 이 감독을 선임한 당사자인 롯데 구단 측은 아무도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 롯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단의 조직력 부재와 개인 플레이 성향 등은 과연 선수들 개개인만의 잘못이라고 할수 있을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프로 원년부터 KBO와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지만 정규시즌 우승 경험도 아직 한 번도 없다. 예전만 못한 구도의 열기를 회복하고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도 일관성도 없이 주먹구구식 감독교체로만 책임을 전가하는 풍토가 반복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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