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시작 기다리는 양 팀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양팀 감독,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기자회견 시작 기다리는 양 팀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양팀 감독,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3년 가을, 목동과 잠실을 오간 두 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유례없는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5경기 가운데 4경기가 연장 승부였을 정도로 매 경기가 드라마였다. 넥센이 홈에서 두 경기를 먼저 잡고도 두산이 내리 세 경기를 쓸어 담으며 '리버스 스윕'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넥센의 창단 첫 가을야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가을, 이 두 팀이 다시 한 번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NC의 상대가 될 수 있는 팀은 단 한 팀이다. 2년 전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팬들은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넥센 팬은 복수를, 두산 팬은 재현을 간절히 바란다.

두 팀은 각각 1차전 선발투수로 양훈과 더스틴 니퍼트를 예고했다. 와일드카드를 치른 넥센, 그리고 5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은 두산 두 팀이 어떤 승부를 펼칠까. 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s(위협) 총 네 가지 요인별로 분석하는 SWOT를 통해 두 팀의 전력을 살펴보자.

[Strength(강점)] '펀치력' 갖춘 타선 vs. '좌완왕국'의 탄탄한 선발

넥센-두산 선수단 두 팀이 오늘(10일)부터 잠실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 넥센-두산 선수단 두 팀이 오늘(10일)부터 잠실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 유준상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침묵했던 넥센의 타선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서건창, 고종욱이 건재한 테이블세터를 필두로 이택근-박병호-유한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김민성과 '가을 사나이' 스나이더가 힘을 보탠다. 김민성의 경우 아직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SK전에서 동점타를 때린 스나이더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타순의 짜임새는 2년 전보다 훨씬 좋다. '8번' 김하성은 복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두산전에서 16경기 66타수 20안타 타율 .303(3할 3리), 홈런만 무려 네 개를 쳤다. 큰 경기에 나서는 것은 처음인 만큼 집중력이 요구되는 단기전에서 김하성의 존재감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두산은 탄탄한 선발진에 기대를 걸어본다. 니퍼트-유희관-장원준까지 단기전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그뿐만 아니라 4선발 혹은 구원으로 등판할 이현호가 히든카드다. 후반기 들어 좋은 피칭으로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던 이현호. 그는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직후 준플레이오프 상대와 관련된 질문에 "SK가 올라오든 넥센이 올라오든 그건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계투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최소 6이닝 이상을 끌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9월 '최악'에 가까웠던 유희관과 장원준 두 좌완의 호투는 필수조건이다. 올 시즌 넥센이 선취 득점을 뽑았던 79경기에서 56승을 거두며 승률이 7할 1푼 8리에 달한다. 분위기를 가져오는 기선제압, 절대 타선만의 과제는 아니다.

[Weakness(약점)] 여전한 좌완 기근 vs. '역시나' 계투진 그리고 로메로

넥센 박병호-두산 김현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두 타자, 박병호와 김현수.

▲ 넥센 박병호-두산 김현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두 타자, 박병호와 김현수. ⓒ 박중길


두 팀의 공통 고민은 모두 마운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넥센은 좌완 자원이 부족하고 두산은 계투진이 약하다. 거기에 또 하나의 고민, 로메로가 변수다. 우선 넥센을 보면, 좌완 불펜 자원이 김택형 한 명밖에 없다. 입대한 강윤구가 자리를 비우는 등 2년 전과는 사정이 같지 않다.

김현수, 오재일, 최주환 등 시즌 막바지까지 두산 좌타자들의 컨디션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특히 '미운 오리'였던 오재일의 완벽한 부활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외 진출까지 거론되고 있는 김현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김택형과 남은 우완 투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좌완 왕국' 두산의 고민은 계투진이다. 노경은과 윤명준이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제구에 고생했고 정규시즌 후반기 보직을 전환한 진야곱 역시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계투진에서 제 역할을 하는 투수는 함덕주와 이현승 두 투수가 전부였다. 선발진이 좋아졌을 뿐 계투진의 현실은 악화하지도, 나아진 것도 아니다.

여기에 두산은 넥센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한 가지 더 안고 있다. 엔트리 합류 여부도 불투명했던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는 결국 엔트리에 승선했고, 그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 현재로썬 선발진에도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 대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한 방'을 보여야 한다.

[Opportunity(기회)] 적은 체력소모 vs. 기동력 살리기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했지만 단 한 경기로 준PO행이 결정되며 사실상 넥센의 체력 소모는 제로에 가까웠다. 조상우(49개), 한현희(39개)가 많은 투구 수를 소화했지만, 이틀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며 1차전부터 등판할 수 있다.

당사자인 조상우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데이부터 후끈했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린 선수가 너무 많이 던져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된다"라며 "승리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의 미래가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어 "어리니까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 감독이 던지라니 너무 죽어라 던지고 있다, 나중에 후회할 거야"라며 재치 있는 농담을 던졌다.

반면 두산은 기동력을 살리기 위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올해 군 문제를 마치고 돌아온 김동한을 바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올 시즌 내내 잔 부상에 시달린 오재원, 허경민 등 몸이 성한 선수가 몇 명 없었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을 이끌었던 '허슬 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초부터 선수들에게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아웃되어도 좋으니 한 베이스를 더 훔치라는 게 김 감독의 지시사항이었다. 데이터상으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단기전일수록 기동력은 두산을 살리는 좋은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Threats(위협)] 집중력 vs. 유희관-장원준 부진

넥센 서건창-두산 정수빈 비슷한 타격 폼, 같은 타순. 공통분모가 있는 두 좌타자의 자존심 대결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 넥센 서건창-두산 정수빈 비슷한 타격 폼, 같은 타순. 공통분모가 있는 두 좌타자의 자존심 대결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 한호성


하마터면 SK와 한 경기를 더 치를 뻔했던 넥센으로서, 이번 준플레이오프 주요 키워드는 단연 집중력이다. SK전에서 5회 초 좌익수 박헌도의 잘못된 타구 판단이 2실점을 불렀던 장면은 선수단 전체가 생각해봐야 한다. 분위기 싸움이라 불리는 단기전에선 실책 한 개가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하다.

또한, 2년 전 아픈 추억을 잊지 못하는 선수들에겐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복수의 기회'다. 선수들 모두가 아쉬워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매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올핸 잠실에서 1, 2차전이 치러져 두산 팬의 압도적인 응원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기선제압도 나름 중요한 요소다.

두산은 유희관과 장원준 두 선수의 부진이 가장 큰 문제이자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두 투수만 잘 버텨준다면 계투진의 부담도 줄어들고, 니퍼트와 이현호의 어깨도 가벼워진다. 게다가 두 투수 모두 부진에 대해 선수들과 팬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

2년 전의 결과를 뒤집느냐, 아니면 재현하느냐. 서건창과 정수빈 두 리드오프의 맞대결부터 박병호와 김현수의 자존심 싸움, '리벤지 매치' 등 볼거리는 풍성하다. 그 풍성한 볼거리를 제대로 즐길 팀은 단 한 팀, 1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혈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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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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