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의 기세가 무섭다. KT는 지난 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전주 KCC를 89-59로 대파했다. 3연패를 끊으며 4승 6패로 공동 5위권을 반 경기 차로 추격한 9위가 됐다. KCC의 6연승은 좌절됐다.

당초 KT는 무서운 복병으로 지목됐다. 이재도(24·180cm)와 조성민(32·190cm)이 이끄는 가드진은 스피드와 슈팅력에서 발군이다. 조성민은 국가대표 주전 슈팅가드이며 이재도는 지난 시즌을 계기로 리그 최고의 공격형 가드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경기 내내 빠르게 코트를 휘젓고 다니며 정확한 외곽슛과 속공플레이가 가능하다. 수비력도 갖추고 있으며 빅맨들과의 2-2플레이도 수준급이다.

박상오(34·196cm)와 박철호(23·197cm)의 '박박콤비'는 높이와 힘은 물론 슈팅력까지 갖췄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박상오는 듬직한 사이즈를 바탕으로 3-4번을 오가며 매치업 상대를 압살한다. 자신보다 작으면 힘으로 누르고 비슷한 체격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4-5번을 오가는 박철호는 올 시즌 들어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 시즌(2.52득점, 2리바운드)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백업 빅맨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두자릿수 득점에 5개 가량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슈팅력도 준수한 편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일대일로 상대하기 버거운 선수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부산 KT 외국인 센터 코트니 심스의 높이는 위력적이었다.

부산 KT 외국인 센터 코트니 심스의 높이는 위력적이었다. ⓒ 전주 KCC


코트니 심스(32·205.1cm), 마커스 블레이클리(27·192.5cm)로 구성된 외국인선수 조합 역시 훌륭하다. 2012-13 시즌 외국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심스는 높이는 물론 기동성까지 일품이다. 위치 선정을 잘하고 받아먹는 플레이에도 능한지라 이재도-조성민과의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블레이클리는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력과 힘이 좋아 가드와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거기에 패싱센스까지 겸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듯 탄탄한 선수들로 구성된 KT 베스트5는 공수 어느 쪽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전원이 스피드-몸싸움-슈팅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속공시 함께 뛰어나가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상대하는 수비 입장에서는 내외곽을 동시에 신경써야하는지라 막아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때문에 그동안 팬들 사이에서는 "저런 엄청난 멤버로 왜 저 정도 성적밖에 나오지 않는가?"라는 의구심 어린 의견까지 쏟아져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은 조성민의 부재로 완벽한 베스트5가 구성되지 않았었지만 2라운드부터는 풀전력을 가동할 수 있어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는 평가다.

KT는 KCC전에서 가지고 있는 강한 전력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화력을 선보였다.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던 KCC는 추승균 감독의 리드와 선수들의 열정으로 깜짝 5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체로 거듭난 KT는 전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폭격을 해대며 30점차의 대승을 거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국인선수가 모두 투입될 수 있었던 3쿼터의 경기력이었다. 당초 KBL은 4라운드부터 양 팀 외국인 선수 4명을 2,3쿼터에 걸쳐 동시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의 차출로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이사회를 거쳐 규칙을 바꿨다. 2~3라운드 3쿼터에 네 명의 외국선수들이 동시에 뛰도록 했다.

외국인선수 2명이 모두 최상급인 KT는 3쿼터에서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선보였다. 3쿼터 KT 심스는 혼자 무려 16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거침없이 포스트로 밀고 들어가 골밑슛을 쏘거나 파울을 얻어냈다. 하승진은 스피드에서 심스를 따라잡기 힘들었으며 포웰은 높이에서 밀렸다. 언더사이즈 빅맨 블레이클리도 7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블레이클리의 플레이다. 블레이클리는 신장에 비해 체구가 워낙 단단한지라 국내선수들은 물론 비슷한 신장의 같은 외국인선수들마저 감당하기 어렵다. 그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미들 라인과 골밑을 오가며 돌파를 거듭하던 블레이클리는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빈 공간의 심스에게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줬다. 좋은 타이밍에서 들어오는 블레이클리의 패스는 여지없이 심스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워낙 힘과 돌파력이 좋아 KCC선수들은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심스와 블레이클리의 2-2플레이는 향후 타팀에게도 각별한 경계가 요구되고 있다. 두 선수가 나란히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을 올리는 플레이가 너무 안정적인지라 둘 중 누구를 중심으로 막아야 할지 어렵게 됐다. 거기에 너무 이 둘에게만 집중하기에는 이재도, 조성민, 박상오 등의 외곽슛이 무섭다. 비록 단 한경기에 불과했지만 'KT의 가장 무서운 공격패턴'이라는 말까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완벽한 베스트5를 구축한 KT가 가지고 있는 전력만큼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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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T 코트니 심스 이재도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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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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