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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트 두상
 레오폴트 두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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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성물과 성화

제2·3전시실은 초창기 멜크 수도원과 관련된 인물과 그들의 유품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앞에서도 언급한 레오폴트와 콜로만이다. 레오폴트는 황금 두상 형태로 남아 있고, 콜로만은 초상화로 남아 있다. 레오폴트 두상의 목과 머리 부분에는 장식이 있다. 그리고 콜로만은 베네딕트 수도사답게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오른 손을 내밀고 있다.

제2전시실은 신과 인간이 교감하는 방이다. 그러므로 십자가, 이동식 제대, 상아로 만든 상자, 술잔, 성물함 등을 볼 수 있다. 십자가는 금과 보석으로 장식했고, 제대는 상아로 장식을 했다.

제3전시실에도 역사 속의 유물이 있다. 성찬용 잔, 크리스탈과 금으로 된 십자가, 배 모양을 한 향유 그릇, 책자와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금도금이 돼 있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림은 중세 말기 작품으로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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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전시실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있다. 이것은 지금과는 달리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1200년 전후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예수의 얼굴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다. 고통과 죽음보다는 소생과 부활을 느낄 수 있다. 제4전시실에서 제5전시실로 넘어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거울이 물처럼 얼굴을 비추듯이, 마음은 거울처럼 인간을 비춘다.(잠언서 27장 19절)" 

보석과 금동으로 장식한 성물
 보석과 금동으로 장식한 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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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5전시실은 거울의 방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마음이다. 종교개혁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좀 더 강하고 깊은 믿음을 추구했고, 그 믿음이 저 높은 곳에 있는 신을 이 땅으로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는 성물과 성구가 무수히 많다. 성찬용 잔, 성체현시대, 촛대 등이 있다.

제단화
 제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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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전시실에는 이 땅에 천국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수도원장들의 유품이 있다. 예복, 수단, 모자, 지팡이 등이 전시되고 있다. 제7전시실에는 황제의 유품이 있다. 제8전시실에서는 인간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면만 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도와 노동이다. 제9전시실에서는 제단화를 통해 신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음을 보여준다.

제10전시실에는 1700년대 이뤄진 수도원 건축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연장통, 망치와 미장도구 등이 있고, 1769년이라고 새긴 경계석도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바로크 양식의 멜크 수도원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노란색 벽에 붉은 지붕을 한 수도원, 노란색 벽에 파란 지붕을 한 수도원교회가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11전시실에는 1700년대 수도원장 베르톨트 디트마이르, 건축가 야콥 프란타우어의 초상이 걸려 있다.

수도원 서쪽 풍경은 어떨까?

수도원 서쪽 발코니에서 보이는 멜크강과 도나우강
 수도원 서쪽 발코니에서 보이는 멜크강과 도나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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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11전시실을 끝으로 서쪽의 대리석 홀과 연결된다. 대리석 홀은 내부 기둥과 박공이 그리스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곳 천정에도 프레스코화가 있는데 바로크 양식이다. 그림은 성경의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이곳 대리석 홀을 나오면 타원형의 발코니가 나온다. 이 발코니는 수도원의 서쪽을 감싸고 있다. 성 밖으로는 나폴레옹 정원이 있고, 성 안쪽으로는 콜로만 마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서쪽으로 멜크강과 좀 더 멀리 도나우강을 볼 수 있다. 멜크강은 동북쪽으로 흘러, 동쪽으로 흐르는 도나우강과 합류한다. 그리고 멜크강과 수도원의 남쪽으로는 멜크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멜크강 주변으로는 숲이 발달해 있다. 방향을 돌려 동쪽을 바라보면 수도원 교회가 보인다. 두 개의 탑을 가진 바로크 양식 교회다.

멜크 수도원 교회
 멜크 수도원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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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의 주보성인은 베드로와 바울이다. 2층의 창 양쪽으로 열쇠를 가진 베드로와 칼을 든 베드로가 지키고 있다. 3층은 두 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져 있고, 벽에 시계가 있다. 이 교회가 지어진 것은 1736년이다. 그런데 1738년 화재가 나서 지붕과 첨탑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이때 건축양식에 로코코적인 요소가 도입되었다. 교회가 새롭게 축성된 것은 1746년이다.

수도원 도서관

발코니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도서관이 나온다. 이 도서관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1980)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이 소설의 배경은 1327년 이탈리아의 베네딕트 수도원이다. 그리고 소설의 등장인물 중 두 번째로 중요한 사람이 멜크의 수도사 아드소(Adso, 독일식으로는 Adson)다. 그는 죽음에 임박해서 1인칭 화자 시점으로 도서관 살인사건을 이야기한다.

수도원 도서관
 수도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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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크 수도원 도서관에는 수도원이 설립된 1089년 이후 수집된 도서 10만 권이 소장돼 있다. 그중 가치가 있는 것은 9세기 이후 쓰여진 1800종의 필사본이다. 10세의 버질(Vergil) 필사본, 13세기의 <니벨룽의 노래 Nibelungenlied> 필사본이 유명하다. 그리고 798종의 초창기 인쇄본이 중요하다. 이들 책은 활자를 옮겨 제판한 다음 인쇄하는 방식으로 1454~150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여기서 1454년은 구텐베르크 성경이 처음으로 인쇄된 해다. 멜크 도서관에도 구텐베르크 성경 초판본이 소장돼 있었다. 그러나 1926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판매되어, 현재는 미국의 예일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또 가치 있는 책은 멜크의 역사를 기록한 <멜크 연대기>(Melker Annalen)다. 이들 도서는 2009년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일반 관광객들은 도서관 안을 주마간산 지나갈 수 밖에 없다. 모두 책장 안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의 기운(書卷氣)이나 향기(文香)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지구본과 천정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눈에 들어온다. 프레스코화는 신앙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플라톤이 강조한 네 가지 덕목도 표현되어 있다. 천정화는 1731~1732년 트로거(Paul Troger)가 그렸다고 한다.

수도원 교회

원형 거울에 반영된 나선형 계단
 원형 거울에 반영된 나선형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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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보고 우리는 둥근 나선형 계단을 통해 교회로 내려간다. 계단의 아래에는 원형 거울이 있어, 위에서 보면 나 자신의 모습과 나선형 계단이 반영된다. 이곳 멜크 수도원에서는 여러 군데서 거울을 통해 반성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웅장한 교회의 서쪽 입구로 연결된다. 교회로 들어가 동쪽 중심제단을 보면, 기둥과 벽 그리고 천정의 화려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붉은색 대리석 기둥의 웅장함, 그 위로 금칠한 화려한 장식, 첨탑의 벽에 그려진 밝고 아름다운 그림, 이 모든 것이 천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첨탑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실내를 환하게 비쳐준다. 화려함과 밝음 그리고 웅장함이 조화를 이뤄 환희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곳에서 화려한 실내장식이 이뤄내는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 내부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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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이 세 개의 제단이다. 정면에 있는 중심제단은 베드로와 바울의 이별을 보여주고 있다. 두 인물 위로 거대한 왕관이 있는데, 이것은 순교와 승리의 월계관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사도 베드로와 바울 주위에는 구약의 선지자들이 호위하고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세례자 요한 제단이다. 위쪽에 1727년 로트마이르(Johann Michael Rottmayr)가 그린,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예수가 있다. 아래쪽 제단 유리상자 안에는 유골이 들어 있는데, 그것은 카타콤베로부터 가지고 온 성인 프리드리히의 유해로 알려져 있다.

세례 요한 제단
 세례 요한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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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성인 미카엘 제단이다. 이곳에도 위쪽에 그림이 있고, 아래쪽에 유골이 있다. 그림은 성인 미카엘이 칼과 방패로 천사를 찔러 떨어뜨리는 모습이다. 이 그림 역시 로트마이르가 1723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유리상자 안의 유골은 성인 크레멘스의 유해로 알려져 있다.

이곳 수도원 교회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신자석 위쪽 천정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다. 이 그림은 성 베네딕트가 천상으로 올라가는 '승리의 길'(Via Triumphalis)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둥근 지붕 안쪽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함께 하는 천상의 예루살렘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둥근 지붕 양쪽으로는 마리아, 사도, 성인, 천사들이 그들 삼위일체를 축복하고 찬양한다.

파이프 오르간
 파이프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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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멜크 수도원 교회 안은 온통 천국이다. 이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파이프 오르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미사에 대비해서 조율하고 연습하는 연주였다. 그러므로 1분 내외의 짧은 연주가 너댓 번 반복된다. 음악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분위기를 맞추는 모습이다. 이 파이프 오르간은 1970년 설치되었고, 2005년 수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빈대학과 멜크 수도원의 교류가 650년도 넘는다.

교회를 보고 나서 우리는 서쪽문을 통해 콜로만 마당으로 나간다. 이곳에서 우리는 교회의 서쪽 파사드를 다시 한 번 올려다 보다. 몇 번을 보아도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교회 남쪽으로 연결된 홀을 통해 고위성직자 마당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 뮤지엄 샵이 있어 그곳에서 멜크 수도원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한다.

멜크 수도원 기록물
 멜크 수도원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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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을 나오면 박석이 깔린 길이 나오고, 그 길은 자연스럽게 고위성직자 마당으로 연결된다. 나오다 보니 우리가 박물관을 보기 위해 올라갔던 계단이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도원 남쪽과 서쪽 그리고 중앙의 도서관과 교회를 한 바퀴 돌아 나온 것이다. 성직자 마당으로 나온 나는 마당의 북쪽 석주홀(Säulenraum)에서 열리고 있는 '빈대학과 멜크 수도원 650년 교류의 역사'전을 보러 간다. 이 전시는 2015년 4월부터 열려 2016년 1월까지 계속된다.

빈대학은 1365년 3월 12일 설립되었는데, 이때 참석한 유명인사로 멜크 수도원장 요한스(Johans)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요한스가 1360년부터 1371년까지 수도원장을 지낸 요한네스 라덴브룬너(Johannes Radenbrunner)다. 이 교류역사전에는 두 기관의 교류를 보여주는 필사본, 기록물, 임명장 등 문서와 책자가 전시되고 있다.

15세기 멜크수도원에도 개혁이 이뤄지는데, 이때 멜크 수도원 출신의 빈대학 교수들이 많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빈대학 교수들은 연구자료를 멜크 수도원 도서관으로부터 얻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도원은 빈대학 설립 650주년을 기념해 이러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와 관련된 강연도 5월부터 9월까지 6번 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하인츠 크납의 '물고기와 돌고래'
 하인츠 크납의 '물고기와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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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고난 나는 이제 레스토랑 정원 앞을 지난다. 그런데 그곳에 철판을 자르고 결합해 만든 특이한 조형물이 있다. 2012년 크납(Heinz Knapp)이 만든 '흐름과 함께 하는 것들(Eiflossler)'이다. 모두 네 개 형상으로 물고기, 돌고래, 오리, 고니라고 한다. 물고기와 돌고래가 한 공간에 있고, 오리와 고니가 다른 공간에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물을 근거로 살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물고기와 돌고래는 물속에서 살고, 오리와 고니는 물위에서 산다는 것이다.

크납은 이처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유사성·공통성(Similarity: Gemeinsamkeit)과 차이점이라는 개념에서 예술작품을 만들어 왔고, 이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멜크에서 멀지 않은 엠머스도르프(Emmersdorf)에서 사는 크납은 2014년에도 멜크 수도원과 함께 유사성과 관련된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수익금을 필리핀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크납은 상업적인 작가라기보다는 종교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작가로 보인다.


태그:#멜크 수도원 박물관, #멜크강과 도나우강, #수도원 도서관, #수도원 교회, #빈대학과 멜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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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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