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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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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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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수사당국의 감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카카오가 1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꿔 수사당국의 감청 영장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만 39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가 수사당국의 감청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대화를 수사당국이 검열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카카오는 1년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꿔 수사기관에 이용자들의 대화내용을 제공하기로 한 것일까?

이번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검찰의 내사와 국세청의 카카오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해외도박 혐의에 대해 미국 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는 국세청으로부터 올해 6월 16일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카카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게 된 원인일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카카오가 감청요구 협조라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궁색하기 짝이 없다, 카카오의 변명  

한편, 카카오가 이번에 수사기관의 감청요구에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 역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번에 카카오가 수사당국의 감청요구에 협조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내세운 이유는 "살인범, 유괴범 등 강력범죄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요청한 감청 협조 내역 총 5846건 중 국정원이 수행한 감청 내역이 5531건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의 통계에서도 국정원이 감청을 수행한 비율이 전체 감청 내역의 평균 9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정원을 위한 감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강력범죄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게 감청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카카오의 변명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과연 수사기관의 감청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또한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감청이란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 통신의 내용을 지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감청이란 발신자와 수신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 같은 내용을 보거나 들을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톡의 경우, 현재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감청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 카카오는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기록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실시간 감청을 할 수 없는 카카오톡은 감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카카오도 1년 전에 이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감청불응 방침을 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특별한 변경사유도 없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입장을 180도 바꿔 검찰의 감청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태도다.

카카오는 사용자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는 기업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사용자보다 정부와 검찰 권력의 눈치를 더 보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감청요구에 대한 협조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카카오, #감청, #국정원, #최진봉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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