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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되기 전의 대통령기록관 현판.
 교체되기 전의 대통령기록관 현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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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쓴 정문 현판을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한민국 정체성이 훼손된다"라는 한 보수단체의 민원 이후 이뤄진 교체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임수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통령기록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2일 정문 현판 글씨를 '국가기록원 글자체'로 바꿨다. 당초 '신영복 글씨체'로 적힌 현판에 새 현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교체가 이뤄졌다. 신 교수가 쓴 현판은 2008년 개관 때부터 사용돼 왔다.

앞서 보수단체인 블루유니온은 2013년 10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대통령기록관 현판 글씨체 교체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된 신 교수의 현판 글씨체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통령기록관은 "신중 검토하겠음"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는 2014년 5월 26일 15차 회의를 열고 현판 교체를 정식 안건으로 심의했다. 회의에는 이재준 당시 대통령기록관장과 강규형 전문위원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강 위원은 민원을 제기한 권유미 블루유니온 대표와 함께 자유민주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해당 연구원에는 최근 이념 편향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고영주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장이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 교수의 글씨로 공공기관의 상징적인 현판을 제작한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기록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시점에 교체해야 한다", "현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데 위원회에서 회피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교체로) 결정내리는 것이 맞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보수단체의 문제제기로 당장 현판을 교체하게 되면 좌파정권의 기록물을 의식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현판을 교체하되 기존 현판은 예우 차원에서 다른 장소에 걸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견해 차이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위원들은 차기 회의 때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결정하고 의결을 연기했다.

이후 대통령기록관은 같은 해 11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안전행정부 명칭이 행정자치부로 변경되자, 별도의 의결 절차 없이 현판을 교체하며 글씨체를 변경했다. 위원회에는 교체 사실만 보고했다. 

임수경 의원실 관계자는 "2013년에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바뀌었을 때는 부처 이름만 변경하고 신영복 글씨체는 그대로 뒀다"라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준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논의해야 하는 위원회가 이념적 잣대에 따라 현판 교체에 간섭하는 것은 문제 있다"라고 비판했다.


태그:#신영복,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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