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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우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강석우씨 강석우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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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진행한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지난 7월 하차했던 배우 강석우. 그가 클래식 DJ로 라디오에 복귀했다.

강석우는 CBS의 9월 가을 개편을 맞아, 음악FM의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인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를 맡게 됐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여성시대>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청취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DJ로서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지난 6일 목동에 위치한 CBS 사옥에서 강석우씨를 만났다. 다음은 강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클래식 방송 진행한 지난 한 달, 꿈 꾸는 것 같았다"

- 클래식 방송인 CBS 음악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를 맡으신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지난 한 달 어떠셨어요?
"클래식 방송은 제가 대학 때부터 동경하던 프로그램이에요. 지상파 라디오를 쭉 하면서 오전 9~11시대에 클래식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클래식 방송을 하는 방송사는 CBS와 KBS1뿐이잖아요. 제가 가장 원하던 방송이었는데 마침 CBS에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서 지난 한 달을 꿈 같이 보냈습니다.

보통은 방송을 시작하면 주말엔 몸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쉬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제가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먼저 깨서 '오늘은 방송하며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어떤 문자를 통해 어떤 사람을 만날까?'란 생각에 기분 좋은 한 달을 보냈어요."

-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땠나요?
"종교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제가 그 제안을 받을 입장이 아니었는데도 CBS에서 제안이 왔더라고요. 그땐 제가 다른 방송을 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전, 당시 그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담당 PD에게 얘기한 상황이었는데, CBS는 그 얘기를 모르잖아요.

그런데 연락이 와서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방송사를 옮겨서 프로그램이 바뀌는 과정이 마치 이미 예견된 것처럼 부드럽게 넘어왔어요. 전 이 과정에서 사람의 힘이 아닌 어떤 힘을 느꼈고, 이게 제가 가야 할 자리이고 소명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전 방송을 좋아하신 분이 많았으니까, 섭섭해 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같은 시간대에 오랫동안 MBC 표준FM에서 <여성시대>를 진행하셨잖아요. 하지만 방송 콘셉트가 달라서 준비하는 것도 다를 것 같은데.
"방송을 듣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겠다는 점은 같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청취자들을 만나겠다는 마음은 동일합니다. 다른 건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음악입니다. 음악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조용히 듣고 싶은 사람도 있고, 또 음악만 계속 나오면 조금 지루하니까 재미 외에 유익한 얘기를 듣고 싶은 분도 계십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있으니 다 맞추긴 어렵죠. 그래서 저와 제작진의 스타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어요.

물론 분위기가 달라요. 예를 들어 목소리 톤도 저쪽에서는 마이크를 많이 떼어 놓고 수다 떨듯이 했었죠. 그러나 여기는 마이크를 가까이 놓고 작게 이야기하는, 일대일 방송을 하니 그런 스타일이 좋다는 문자가 많이 옵니다. 제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계신 분들은 표현하지 않는 다수예요. 이분들이 이 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실수하지 말아야 하고, 경망스럽지 말아야죠.

왜냐하면 농담과 유머는 재미와 경박의 중간쯤에 있어요. 같은 농담이라도 분위기에 따라서 치우칠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이전 프로그램에서는 제가 경박하거나 말거나 농담을 자유롭게 했고, 또 그게 청취자분들게 통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르죠. 듣는 사람이 라디오를 켜는 자세가 다릅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저라는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해도 '저 사람이 최소한 그런 사람은 아니다'를 알게 되면, 그때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강석우는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인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를 맡게 됐다.
 강석우는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인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를 맡게 됐다.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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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시대>는 전국 방송이었지만 CBS 음악FM은 청취권이 수도권과 부산이라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수도권과 부산만 나가는 건 줄 알았다면 안 왔죠(웃음). 우리나라는 방송하기에 좋은 나라지요. 인구 집중이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에 몰려 있어서 수도권 인구만 2000만 명이잖아요. 거기에 부산·동남권이면 인구의 반이 넘고, 레인보우로 듣는 분을 합치면 청취층이 적지는 않아요. 물론 약간 아쉬워요. 그래도 전국방송이었으면 하는 건 있죠.

광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두메산골에 계신 분들도, 스마트폰이 아닌 라디오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우리나라는 지역 형편상, 지역 방송국의 광고 문제상, 음질이 고르게 들어갈 수 없는 나라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해결해야죠. 언젠간 블루투스가 좀 더 확산 되어 전국 어느 도로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방송을 들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방송을 참 편안하게 진행하세요.
"사람 사는 모습이 각자 다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니까요. 삶의 얘기라든지….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대충 알죠. 듣는 이에게 핀잔을 주고 곤란하게 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뭔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기왕이면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해요. 제가 마음을 열고 얘기하면, 라디오는 일대일의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쪽에서도 (제 감정을) 금방 이해해요. 그러니 제가 피곤하면 안 돼요. 그 전날 제가 잠 못 자서 피곤하면 문자 등에 예민해져요. 가시가 나가죠. 그래서 전 진행 전날 가급적 쉬려고 합니다. 마음과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죠."

- 클래식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대학 때 대학 방송국이 있어서 시험을 보고 높은 점수로 합격했어요. 국어, 영어, 상식을 봤어요. 영어는 딸렸지만, 국어와 상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들어가서 클래식 담당을 맡게 되어 정말 행복했어요.

그때 선배들이 1학년 중 몇 명에게 숙제를 줬는데 제가 모차르트 담당이었어요. 그래서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그 당시 도서관 등에 가서 책을 섭렵했어요. 논문을 쓰듯이 숙제를 써서 제출하고 음악도 엄청 들었죠. 누군가는 흘려들을지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전 귀담아듣고자 노력했습니다. 작곡자를 찾아보고, 또 곡의 부제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를 찾다 보니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그러나 전문가들에 비하면 바닷물 한 숟갈 뜬 것도 안 돼요."

- 강석우씨가 생각하는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클래식이 저에게 맞아요. 그렇다고 제가 팝이나 가요를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고 특히 1960·1970년대 팝과 가요를 얘기하면 웬만한 평론가만큼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이 저에게 들어오면, 그 음악이 제 안에 머물러요.

클래식의 매력은, 우선 그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져요. 그리고 굉장한 만족감과 포만감이 있죠. 그런 면에서 매력이라고 얘기하기보다도, 저 스스로가 무척 편안한 거죠. 클래식을 듣는 환경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빠를 부탁해> 종영하면 <복면가왕> 나갈 수도?

강석우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배우 강석우씨 강석우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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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클래식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잖아요.
"제가 볼 때 젊은 나이 때에 클래식을 들을 수 있는 건, 본인의 성향이 아니라 축복을 받아야 해요.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클래식을 향한 통로보다는 록이나 힙합 등 몸을 맡기는 음악에 숙달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고도로 훈련된 연주자들의 정제된 소리를, 침착하고 차분히 듣기엔 청춘의 심장은 너무 박동이 빨라요. 클래식 음악은 행운이 아니면 못 들어요.

그렇지만, 집안에 클래식을 계속 틀어 놓는다면 어떨까요. 언젠가는 젊은이들도 나이가 들었을 때 그 음악을 찾을 거예요. 그래서 클래식은 듣든 말든 계속 들려줘야 하는 거예요, 어느 날 그 음악에 궁금증이 생기고, 연주가를 알고 싶고, 작곡가를 알게 되고, 음악은 그렇게 알아야 좋아하게 됩니다. 그런 기회가 많아야 하기 때문에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역할이 큰 거라고 생각합니다."

-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하루에 2시간씩 365일이면 어마어마한 시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한 패턴 가지고 방송하면 재미없어요. 요일마다 다른 색깔이 있긴 하지만, 방송 멘트나 분위기는 그날그날에 따라서 적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들도 이 방송에 매력을 느낄 거예요. 그래서 특정한 무언가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발 빠르게 많은 분이 원하는 음악을 선곡해서 틀고 그 기분에 맞추는 겁니다. 제가 항상 (청취자를) 당기는 것 같지만, 어떤 날은 제가 따라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제가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 그동안 연기를 주로 해오셨는데 요즘 들어 예능 프로그램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시잖아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세상이 바뀐 것 같아요. 저희가 연기를 시작할 때는 연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영화와 드라마밖에 없었어요. 제가 20대일 때 많은 사람이 저에게 노래하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엔, 연기자가 녹음해서 판을 내면 배신자로 선배들에게 눈총 맞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연기자가 그럼 안 된다고 규제했던 사람들의 근거가 무엇이었을지 그게 참 허무한 거였어요. 배우로 나와서 배우로 끝내야 한다는 걸 누가 가르쳤을지….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그땐 그런 문화가 있었죠. 그렇게 무대를 지킨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도 있고, 한 우물만 파는 사람도 있잖아요. 지금 세상은 한 우물 파는 사람보다는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을 더 엔터테이너로 인정하는 세상이 되었지요? 이제 한 우물만 파면서 살라고 한다면, 그건 '전근대적'인 것 같아요. 물론 젊은 시절의 절제가 오늘날 강석우라는 어떤 이미지를 갖게 해준 건 틀림이 없죠. 그러나 '만약' 그때 다른 걸 했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예능을 해보니까 연기만 했던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고 적응하기 어려워요. 그러나 그건 대세예요. 어쩔 수가 없어요. 옛날 텔레비전 세대와는 다르죠. 더욱이 드라마보단 예능이 더 임팩트가 세요. 그런데도 드라마만 고집해야 할까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예요."

- 한 인터뷰에서 만능엔터테이너가 부럽다고 하셨잖아요. 연기만 하신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으신 거 같은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가수요. 노래를 남기고 싶었어요. 노래에 대한 미련이 조금 있어요."

- 아직 가능하시지 않나요?
"가능할까요(웃음). 재작년까지도 하자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가 올드 팝을 잘 불러서 그쪽 음반을 내자는 거예요. 저희 또래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팝이 없으니까, 올드 팝만의 시장이 있다는 설명이었어요. 사실 그런 가수가 없잖아요. 향수 일으킬만한 가수가 없다며, 저에게 음반 제의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음반을 내는 데 목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낸 음반을 가지고 지방 쇼를 다니자는 거예요. 끌려 다니기 싫어서 거절했죠."

- 요즘 MBC 예능프로인 <복면가왕>에 배우들도 나와 노래를 부르던데, 혹시 제안이 있었나요?
"현재 <복면가왕>과 <아빠를 부탁해>가 같은 시간대잖아요. 물론 전 하차했지만, 의리가 있잖아요(웃음). 지금 시청률이 힘든데, 이런 때 <복면가왕> 나가면…. <아빠를 부탁해>가 완전히 끝난 이후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죠."

- 드라마 활동이 뜸합니다.
"드라마는 6개월 정도의 텀이 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주말 드라마가 들어왔었는데, 두 가지가 걸렸어요. 하나는 제가 원하는 만큼 역할이 크지 않아요. 또 하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들어가기 때문에 라디오가 오전에 꽉 차요. 오후만으로는 야외 촬영을 못 하거든요.

만약 드라마 내 역할이 주인공이라면 라디오와의 관계가 달라지겠죠. 배역이 작으면 그것보단 라디오를 택하겠죠. 묘한 관계예요. 라디오를 하게 되면 드라마는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예요. 두 가지를 같이 하면, 드라마 하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줘요. 여러 가지로 미안해요. 현장 가면 제가 선배 축에 속하지만, 끽소리 안 하고 앉아 있습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강석우, #클래식, #아름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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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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