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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게세미술관의 다비드상 돌 던지기 전의 앙다문 입술에서 긴장되고 결의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고 베르니니의 얼굴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 보르게세미술관의 다비드상 돌 던지기 전의 앙다문 입술에서 긴장되고 결의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고 베르니니의 얼굴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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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낭만적인 일정으로 코스를 짜보았다. <로마의 휴일> 영화에서처럼 계단에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도 먹어보고 트레비 분수에 동전도 넣어보리라.

로마는 관람할 곳이 엄청 많기도 하지만 입장료가 다 있어 다 보려면 입장료만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전략이 필요하다. 며칠동안 몇시간짜리를 구입할 건지 관람순서를 어떻게 정할 건지가 관건이다. 로마패스 소지자는 무조건 3곳은 입장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로마를 알뜰하게 여행하기 위해 먼저 로마패스 3일권을 36유로에 구입했다. 로마 패스는 지하철, 버스, 전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고 전시회 및 관광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로마패스는 48시간권, 3일권 두 종류가 있고 48시간권은 박물관 1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3일권은 박물관 2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로마패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입장료가 가장 비싼 박물관 2곳을 먼저 관람해야 한다. 그래서 입장료가 제일 비싸고 관람객이 많아 관람하기 힘든 보르게세미술관을 제일 먼저 보기로 했다. 이곳은 회화작품만으로 친다면 바티칸 다음으로 소장품이 많다는 로마미술관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곳이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시간마다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어(한 번에 200~360명 정도 입장) 예약이 필수라 예약을 하는 게 좋지만 로마패스를 사용할 경우에는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단다. 사람을 앞에 두고 영어를 해도 어려운데 전화로 영어를 말하려니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당일날 아침 일찍 미술관으로 출발했다.

아폴로와 다프네 베르니니 조각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아폴로와 다프네. 아폴로에게 잡히기 직전의 다프네의 절박한 표정과 월계수 나무로 변해가는 뿌리나 나뭇잎, 가지 등이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여 대리석조각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 아폴로와 다프네 베르니니 조각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아폴로와 다프네. 아폴로에게 잡히기 직전의 다프네의 절박한 표정과 월계수 나무로 변해가는 뿌리나 나뭇잎, 가지 등이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여 대리석조각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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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하얀색 건물로 외관부터 우아했다. 다행히도 비수기인데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입장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방부터 대리석 조각이 시선을 잡는다.

베르니니가 자신의 얼굴을 새겨넣었다는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지는 다비드상, 페르세포네의 납치, 아폴로와 다프네 등이 보고 싶었다. 사실 베르니니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채 로마신화로만 읽었던 '아폴로와 다프네'의 극적인 순간을 어떤 모습으로 담았는지가 궁금했다.

큐피드의 황금화살을 맞고 사랑에 빠진 아폴로가 상대방에게서 영원히 달아나게 만드는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를 쫓는 절박한 순간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다프네는 도망가다가 힘이 빠져 더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아폴로에게 잡히기 직전 아버지를 부르는 절박한 외침이 실제로 들리는 듯하다.

발은 나무뿌리로 땅을 파고 들어가고 손은 월계수 잎으로 변해가고 다리는 월계수 나무 껍데기로 바뀌고 머리카락도 나뭇가지로 변해가는 순간이다. 아폴로의 한쪽 다리는 들려 있어 온힘을 다해서 다프네를 붙잡으려는 순간 이미 나무로 변해가는 다프네의 모습...

한바퀴를 돌아가며 살펴보면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하염없이 보고 있어도 아름답다. 대리석을 조각했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정교한 솜씨에 입이 벌어진다. 이 한 작품을 본 것만으로도 보르게세미술관을 입장한 보람이 있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하데스한테 잡힌 페르세포네가 온몸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 왼손으로 하데스를 밀치는 모습이 사실적이고 그럴수록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더욱 강하게 움켜잡아 그녀의 엉덩이살이 눌려진 모습은 너무 사실적이라 만져보고 싶을 정도이다.
▲ 페르세포네의 납치 하데스한테 잡힌 페르세포네가 온몸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 왼손으로 하데스를 밀치는 모습이 사실적이고 그럴수록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더욱 강하게 움켜잡아 그녀의 엉덩이살이 눌려진 모습은 너무 사실적이라 만져보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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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에서도 저항하는 페르세포네의 엉덩이를 꽉잡은 손과 엉덩이가 눌린 자국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실제로 살아있는 여인의 피부처럼 부드럽고 탄력있어 보여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대리석을 저렇게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었을까?

과연 베르니니의 명성이 자자할 만하다. 미술관 크기에 비해 많이 전시된 작품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은 눈앞에 어른거리며 여운이 오래 남는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스페인 광장으로 간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멋진 배우 그레고리 펙은 없지만 오드리 헵번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엔 음식물섭취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타깝게도 젤라또는 손에 들지 않았지만 계단에 앉아서 거리에 지나다니는 관광객 구경을 하는 것도 자유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먹거리 좋아하는 딸은 한국에서 갈고 닦은 검색 솜씨로 이탈리아맛집 검색에 나선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P와 생면으로 유명한 곳을 찾았다고 먹어보잔다.

둘다 스페인 광장 근처에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었다. 우선 티라미수 집에 가서 클래식 티라미수 2개와 딸기 티라미수를 사들고 흐뭇한 얼굴로 온다. 하나에 4유로라는데 그닥 싼 편은 아니지만 여행 와서 맛집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티라미수를 먹고 나니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물 섭취 금지' 계단... 아쉽지만 기분 좋은 여행

스페인계단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계단. 지금은 음식물섭취 금지이다.
▲ 스페인계단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계단. 지금은 음식물섭취 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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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배분수 베르니니의 아버지가 설계했다는 조각배분수
▲ 조각배분수 베르니니의 아버지가 설계했다는 조각배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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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점심겸 해서 파스타집으로 갔다. 생면집이라길래 생면이 뭔가 했더니 말린 면을 삶아서 만드는 게 아니고 그 자리에서 뽑아서 해주는 집이란다. 우리네 손칼국수쯤으로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도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메뉴가 다양한 건 아니고 딱 2가지이다. 그중 하나를 고르면 1회용 사각 도시락에 담아서 1회용 포크를 끼워서 준다. 이것도 1인분에 4유로씩이다. 바처럼 벽에 붙어 있는 선반 위에 놓고 서서 먹기도 하고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손에 들고 먹기도 하는데 맛도 괜찮다. 마치 현지인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점심을 해결하고 로마의 상징과도 같은 트레비분수로 갔다. 성수기에만 개방을 하고 겨울에는 수리 등의 공사로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정보는 들었지만 로마까지 왔는데 안 가보면 서운할 것 같아서 찾아갔다. 예상했던대로 정면을 가려놓고 공사중이라 물도 없고 분수도 볼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에서처럼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다음에 올 수 있길 기대했는데... 동전을 던지지 않아 다음에 로마에 올 일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트레비분수 겨울의 트레비분수. 수리공사로 개장하지 않아 여름에 가야 볼 수 있다.
▲ 트레비분수 겨울의 트레비분수. 수리공사로 개장하지 않아 여름에 가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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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옮겨 젤라또집을 찾는다. 이탈리아에 와서 먹어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젤라또라 했다. 로마 시내의 유명하다는 젤라또집 몇 군데를 가봤으나 죄다 문이 닫혔다. 휴점기간이 무려 1달씩이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이렇게 문을 닫고 쉬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명한 맛집 젤라또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꼭 맛집 젤라또여야 하는 건 아니리라. 여행와서 먹는 젤라또 그 자체로 즐거움이라 여기며 주변에 있는 젤라또집에 가서 하나씩 사서 먹었다. 입에서 달달하게 사르르 녹는 맛이 좋다.

바로 근처에 있는 판테온으로 향했다. 판테온은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라 하여 로마의 신들에게 받쳐졌던 신전 건축물이다. 크리스트교 공인 이전의 다신 사상을 보여주는데 크리스트교 공인이후에도 남겨져 있다는 게 놀랍고 기원전 25년경에 건축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기원후 118년부터 10년 동안의 공사로 완성된 건축물이 완벽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왔다.

천장에 뻥 뚫려 있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유일하다는데 들어온 빛은 내부를 고르게 비춰주어 창문이 없는데도 어둡지 않다. 게다가 비와 와도 들이치지 않는다니 2000여 년 전의 로마인들의 지혜와 건축솜씨에 놀라울 뿐이다. 안에는 라파엘로의 무덤과 근대에 와서 이탈리아를 통일한 엠마뉴엘 2세의 무덤 및 움베르토 1세 무덤 등이 있어 로마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과 조각 장식들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숙소에 들어가 배터리 교체를 하고 밤 추위에 대비해 복장도 보완하고 나와 공화국 광장 근처의 산타마리아 안젤리성당을 들어가려는데 우리 앞에서 걸어오는 한국인이 우릴 보더니 반가워하며 성당 안도 예쁘다고 꼭 들어가보라고 강권한다.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성당은 로마제국의 크리스트교도를 탄압했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자신의 욕장을 짓기 위해 크리스트교도 4만여 명을 동원했는데 짓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했다고 한다.

그후 약 1200여 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다가 교황 피우스 4세가 순교자들을 위한 성당 설계를 미켈란젤로에게 부탁해서 지은 성당이다. 그래서 이름도 천사와 순교자에게 바치는 성모마리아교회라 붙였다. 그러나 그후 증개축되는 동안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겉에서 보기엔 부서진 건물의 일부를 활용하여 지은 건축이 얼마나 볼 게 있겠어 할테지만 안은 굉장히 넓고 아름답다. 쿠폴라에 천장이 뚫려 있었지만 밤인지라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둘러보는 중에 바닥에 황금색의 선이 길게 그어져 있고 양쪽으로 숫자가 써 있었다. 자오선이란다. 성당에 들어오는 햇빛을 통해 시간을 측정했다는 해시계,그리고 빛이 비친 곳에 쓰인 숫자가 날짜란다. 양쪽에 별자리 그림도 새겨져 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성당을 나왔다. 조금 걸어서 캄피돌리오 언덕으로 갔다. 로마는 구릉지대로 7개의 언덕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인 캄피돌리오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는 광장과 계단으로 유명하다. 계단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단다. 계단의 폭은 넓어서 말이 올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져서 아래 있는 사람에게 친근하게 느껴지고 원근감을 느낄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린 그 느낌을 느껴보기 위해 여러번 오르락내리락해본다. 아름답다는 광장의 꽃무늬는 평면으로는 볼 수가 없단다. 공중에서 보아야 알 수 있다니 현재로서는 볼 수가 없다.

미켈란젤로의 건축설계에서도 그의 천재성을 느끼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공화국 광장에 있는 계단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 본다. 로마야경이 아름답다. 이곳은 낮보다 밤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셋다 아무말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겨울밤인데도 그다지 공기가 차갑지 않다. 누구도 금방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스페인계단에 서서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게 젤라또를 먹지 못하고 트레비분수에 동전도 던지지 못했지만 지금 이곳에 앉아 로마의 야경을 두 아이와 바라보는 것이 행복하다. 딸이나 아들도 언젠가는 아름다웠던 이 순간을 떠올리는 날이 있겠지?  두 아이는 지금 각각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화국광장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는 공화국광장의 야경
▲ 공화국광장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는 공화국광장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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