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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스크랜튼대학 주최 특강을 하고 있다.
▲ 김무성 대표 이대 특강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스크랜튼대학 주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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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수요일 오후 2시.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위원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 소식이 전해진 몇 주 전, 교내는 술렁였다.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왜 오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캠퍼스 곳곳을 떠다녔다.

강연 전: 총학생회의 반대 시위

강연 당일 오후 1시, 이대 총학생회는 반대 시위를 했다. 총학생회 2인과 '청년하다' 1인, '돈만 쌓는 이화여대에 맞선 도전' 2인 등 학내 여러 단위가 함께 정문에서 피케팅을 했다.

피켓에는 "현재의 노동개혁이 청년 실업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청년들을 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노동개악이다", "청년들에게 부당노동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김무성 대표는 청년들에게 강연할 자격이 없다", "국정교과서 편찬은 획일적 역사관 주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김세영 부총학생회장은 강연 소식을 들었을 때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연 후 학생들에게 무엇이 남았는가를 돌이켜보면 여전히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저 김무성 대표 개인의 변명을 위한 강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 부총학생회장의 말이다. 그렇다면 이 강연에서 대체 어떤 내용이 오갔기에, 그리고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소감은 어땠기에?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강연장을 직접 찾았다.

강연 당일: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 이에 대한 답변은

강연장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학생들의 다음 수업 시간 때문에 종료되었을 만큼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새누리당에서 추진한 임금 피크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개혁 등 정책부터, 김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과 가장 회의감이 들었던 순간, 자신의 인생 평가까지 다양한 질문이 제기됐다.

한 학생은 임금 피크제와 관련해, 안정적으로 일하는 중장년층이 많지 않은데 그분들의 임금을 깎는다고 해서 과연 청년들의 일자리가 증대되는지, 또 그런 방식의 일자리 창출은 세대 갈등을 더 조장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임금이 보장돼있는 많은 분들의 임금을 깎아서 청년들 일자리까지 만들어준다고 하는 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65세까지로 올렸으니 그만큼 청년들의 일자리도 보장해 주려는 "사회적 협의"라는 것이다.

왜 굳이 국정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논리로는 (역사 교과서의 다양성 보장이) 맞는데 현실상 그렇지 못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정부는 국정 교과서 편찬에 나서지 않고, 중립적 사관을 가진 역사학자들을 모아서 공동 집필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역사 교과서 보면 김일성 주체사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예가 너무 많습니다. 분단된 우리나라에선 허용돼선 안 됩니다."

일제 식민지 시기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업적을 칭송하기만 하고 월북 이후의 사실은 숨기며, 유관순 이름이 교과서에서 한 번만 언급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김 대표는 물었다. "좀 더 긍정적 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강연 도중 "(우리나라가) 성장통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을 치유해야 하고, 사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도 있지만, 1,000조를 쌓아둔 재벌과 그것을 대출받아 빚을 지는 시민들 간의 격차도 있다"며 "기업들에 유리한 정책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대표께서) 말씀하신 '해소'와 '진정한 노동개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재벌 개혁해야 한다고 제가 발언한 적 있습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뒤이어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기적처럼 성장한 배경에는 재벌들의 선각자적인 역할이 대단히 컸다"고 말을 이었다. 대기업들이 저축한 돈은 1,000조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수치를 바로잡았다. 또한, 우리나라 국제 경쟁력이 세계 22위인 데 비해 노동 유연성은 132위이므로, 현재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아 일정 비율 정규직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비정규직을 아예 없애게 되면 국제경쟁력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본인에 대한 평가는 저 스스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김 대표는 본인이 대권 주자로서 자격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해도 안 해줘서 15주째 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김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험은 "제가 속한 정치세력이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감을 느꼈던 순간에 대해선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의 경험을 언급하며 "나름대로 당에 충성을 다 했는데 공천을 안 줬어요. 그때 오는 배신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에 또 공천을 못 받았어요.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하는 데 자극이 되었습니다."

강연 이후: "왜 왔지?" 의문은 해소되었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스크랜튼대학 주최 특강을 하고 있다.
▲ 김무성 대표 이대 특강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스크랜튼대학 주최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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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직후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강연이 어땠나요?" 공통적인 대답은 "아쉽다"였다. 김진선씨는 "전체적으로 뜬구름 잡는 소리인 것 같다. 학생들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도 두루뭉술하게 하셨다. 이미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반전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왜 이화여대로 강연을 오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왜 오셨는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처음에는 대선 때문에 젊은층을 공략하시려고 하나? 그래서 좀 더 소통을 많이 하시려고 하나 싶었는데, 막상 강연 듣고는 오히려 왜 오셨나 하는 의문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제일 핫한 인물이시잖아요. 요즘 워낙 정치적으로 시끄러워서 못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2주 전까지만 해도 사위 문제 때문에 굉장히 이슈가 많이 되었고, 최근에 하신 발언들이 다 대표님께 불리하게 얘기된 게 많아서, 취소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대학생으로서 이런 분을 뵙는 자리가 흔하지도 않고, 학교에서 하는 거라 규모도 작으니 좀 더 소통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왔는데... 아쉬워요."

김진선씨의 말이다. 일부 학생은 김 대표의 답변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미진씨는 "특히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원하는 실질적인 대답은 안 하셔서 그게 가장 궁금하다. 그 분이 저희의 의도를 아시는데 일부러 피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행한 조주은씨도 "질문이 적절한 게 나왔는데, 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안 해주신 것 같아서 아쉽다"며 "다른 학생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관련 질문자였던 신수연씨 역시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대통령 출마 선언 준비하실 거라는 말이 돌고 있으니 정책들도 궁금한 게 많은데, 세세하게 알려주셨으면 유권자로서 도움이 많이 되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김 대표가 왜 강연을 오신 것 같으냐는 질문엔 "아무래도 오픈 프라이머리가 곧 있으면 시행되고, 또 이번에 뉴스에서 사위 문제 등 불거져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해서 오신 것 같다. 서울대도 갔다 오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연 참가학생 중에는 해당 시간에 수업이 있었음에도 여당 대표위원의 강연을 듣기 위해 수업을 불참하고 강연을 들으러 온 이들도 많았다. 모든 학생이 진중한 자세로 강연을 들었으나, 김무성 대표의 강연 내용이 대다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혹은 궁금증들이 해소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왜 이대에 왔나?"라는 질문은 끝내 해소되지 않은 듯하다.


태그:#김무성, #새누리당, #이화여대, #임금피크제, #국정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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