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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병우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
 지난 6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병우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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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20일, 한국·중국·일본인 1000명이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고 과거사를 왜곡한 후소샤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일본 에히메 현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한중일 시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정교과서에 진땀 흘린 <후소샤> 반대 학자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올해 10월 6일, 이 소송에 앞장선 안병우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61)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다음 주 중으로 중고교의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결국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요? 우리 정부가 국정제를 강행하면 이제 일본의 교과서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안 대표는 후소샤 교과서 배포 1년 뒤인 2002년부터 13년째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맨 앞에서 싸워왔다. 그는 동북아평화연대, 한국정신대연구소, 흥사단 등 31개 단체가 모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대표단으로 일본에 수십 차례 건너가 항의활동을 벌여왔다. 일본과 중국 역사학자와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역사 관련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국정교과서 추진의 총대를 멘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이 단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연 '역사교과서 편찬의 국제적 기준과 한국의 현실' 토론회에 나온 안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토론회 뒤 기자와 따로 만나 "민간이 내는 검정교과서 체제를 갖고 있는 일본 교과서를 비판해온 한국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은 망신 중에 큰 망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2013년 유엔(UN) 총회에서 채택된 역사교육 권고를 지키지 않기는 일본의 아베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마찬가지"라면서 "특정한 정치이념으로 정치인이 학문을 재단하고 정부가 역사가를 압박하면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2013년 10월 제68회 유엔 총회에서 통과한 역사교육 권고는 ▲ 교사의 역사교과서 선택권 보장 ▲ 역사학자의 역사교과서 내용 선택권 보장 ▲ 정치적 필요에 따른 역사교과서 선택 배제 ▲ 정치인의 의사 결정 배제 등을 담고 있다.

지난 7월 국제단체들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국제공동성명의 포스터.
 지난 7월 국제단체들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국제공동성명의 포스터.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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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150여 개의 국제단체는 지난 7월 30일 일본 아베 총리에게 15만 명이 서명한 국제공동성명을 보냈다. 내용은 "유엔의 역사교육 권고를 지켜 더는 역사 왜곡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관련 기사 : 'UN 역사지침 위반' 아베나 박근혜나 오십보백보).

그런데 이 공동성명을 주도한 안 대표는 "한국 정부의 국정제 추진에 맥이 풀린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중고교 역사교과서가 국정제이던 2005년 오사카 지역을 돌며 일본 교육자들을 만났을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당시 한국의 교과서 체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등에 진땀이 났던 기억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재국가 가운데 일부 나라에서만 운영하는 국정제를 갖고 있는 한국이 검정체제인 일본의 역사학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아베 정부도 하지 않는 걸 하는 것"

안 대표는 '아베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유엔의 역사교육 권고를 지키기 않는 것은 도찐개찐 아니냐'는 물음에 다음처럼 답했다.

"아베 정부도 자신들의 한국 침략행위를 미화하기 위해 역사교과서에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역사교과서를 장악하기 위해 국정교과서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다. 아베 정부도 하지 않고 있는 걸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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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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