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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들이 9월 13일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시리아 난민에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들이 9월 13일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시리아 난민에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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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빼앗긴 채 공항에 수개월째 갇혀 지내던 난민 신청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지난 9월 <오마이뉴스>는 고향 세네갈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아온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사촌형과 함께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발이 묶여 있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인인정심사(정식 심사) 불회부 결정 때문이었다(관련 기사 : 200일 넘게 빵만 먹는 '인천공항판 올드보이').

난민법은 공항 등에서 난민 신청이 있을 경우 정식 심사 전 회부심사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A씨와 사촌형은 법대로 절차를 밟았지만, 정식 심사를 받을 자격조차 없다는 '불회부' 결정이 나왔다.

이들은 마치 정식 심사처럼 '신청인들은 난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지어버린 회부심사 내용을 납득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난민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섯 달가량 고민한 끝에 인천지방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석규)는 10월 1일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라이베리아 출신 C씨 사건에서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불회부 결정 사유가 존재한다고 입증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처분청에 있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세 사람이 난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불회부 결정을 '예외'라고 지적했다. 회부심사는 공항 등에서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정식 심사를 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불회부 결정은 명백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소송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 등이 스스로 불회부 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난민신청자에게 불회부 결정사유를 입증하라고 책임을 묻는다면 정당한 난민 역시 정식심사를 받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강제 출국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A씨와 함께 보도했던 나이지리아 출신 B씨는 끝내 정식 심사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는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의 테러에 가족을 잃고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한국을 찾은 인물이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가 직접 테러를 받은 적도 없고, 막연히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만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며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관련 기사 : '기회의 땅' 찾아 왔는데, 오늘도 갇힌 신세).

재판부는 이번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손을 들어줬다. B씨가 나이지리아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갔을 때 위조 여권을 손에 넣은 다음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 일이 난민법 시행령 5조가 정한 불회부 결정 사유,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해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3시간 반 넘도록 면담을 진행하는 등 충분한 조사를 거쳤기 때문에 불회부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태그:#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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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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