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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작가의 전시장 일부
 이지영 작가의 전시장 일부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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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작가의 개인전이 7일부터 대구 봉산문화회관 제3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교 미디어아트 박사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개인전은 독일에서 열었고, 세 번째 개인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올해의 청년작가 초대전), 네 번째 개인전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빛갤러리 초대전), 다섯 번째 개인전은 인사이트 센터(서울, 이미더아트전)에서 열었다.

그 이후에도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던 작가는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출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지영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비의도적 공간의 끌림'이라는 표제를 걸었다. 이때 '비의도적 공간'은 작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작품의 피사체가 된 공간이 그렇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고 설치해둔 공간에 작가의 '끌림'이 작동을 했다는 것이다.

'끌림'을 만드는 작가의 작품

위의 것은 이지영 작가의 실제 작품을 촬영한 것이다. 아래는 실제 작품의 우측 하단부만 잘라서 편집한 것.
 위의 것은 이지영 작가의 실제 작품을 촬영한 것이다. 아래는 실제 작품의 우측 하단부만 잘라서 편집한 것.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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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사진을 예로 들어 작가의 '끌림'을 읽어본다. 사진의 윗부분이 이지영 작가의 작품 중 일부이다. 물론 기자가 전시작을 재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작품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저 형태만 유사할 뿐이지만, 이지영 작가의 '끌림'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예로 들었을 따름이다. 사진 중 아래에 덧붙인 부분이 기자가 이지영 작가의 작품 중 일부를 도려내어 편집한 것이다.

작가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윗부분에 해당하는 대상을 보았다. 태창목공소를 경영하던 누군가가 폐업을 한 모양이다. 목공소 주인은 스스로 예술 작업을 한다는 의도 없이 그냥 문을 폐쇄했다. 문은 중앙이 뻥 뚫린 흰색 합판과 상반부는 희고 하반부는 보랏빛인 합판으로 덧씌워졌다. 그런데(!) 그것이 예술이다.

덧씌워진 합판 부분만 기자가 떼어서 아래에 붙여 보았다. 태창목공소 주인의 합판은 더도 덜도 없이 한 폭의 추상화이다. 목공소 주인은 애당초 이 일을 예술로 의도하지는 않았을 터이고, 문을 없애는 실용적 기능 때문에 주워온 합판을 사용했겠지만, 이지영 작가는 이 모습에 끌리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봉산문화회관에 작품으로 걸렸다.

전깃줄과 나무 사이 집이 보이는 왼쪽이 이지영 작가의 실제 작품을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은 기자가 전깃줄과 나무 사이의 집을 없애 조작한 것이다.
 전깃줄과 나무 사이 집이 보이는 왼쪽이 이지영 작가의 실제 작품을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은 기자가 전깃줄과 나무 사이의 집을 없애 조작한 것이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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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루 나무 사이로 집의 형체가 자그마하게 보이고, 나무 상단부를 가로지르며 전깃줄이 여럿 지나간다. 이 정원의 주인은 자기 집이 나무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기를 의도한 바 없고, 한국전력도 전깃줄이 텅 빈 하늘을 적당히 채워주는 기능을 하라고 전깃줄을 가설한 바 없지만, 우연히 그렇게 예술이 되었다. 기자가 집과 전깃줄을 없애버린 오른쪽의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른쪽의 편집본은 주제가 없다.

이지영 작가는 이를 두고 "내 작업의 비형식적 작가는 분명 도시 외곽에서 활동하였다"면서 "비형식적 작가의 비형식적인 의도를 움직인 것은 비형식적 작가의 정서이며, 비형식적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나의 작업에는 나의 정서가 원동력이 되었다"고 자평했다. 비형식적 작가의 비형식적 의도를 재현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오브제 그리고 소통의 미학

이지영, 개집
 이지영, 개집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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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개집들도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 개집들도 이지영 작가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본 것들로, 사진을 찍어와 다시 재현한 것들이다. 이지영 작가는 이 개집 주인들이 자신의 개를 인격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예로 든 두 개집은 한결같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인간적 설계를 거쳤다. 왼쪽의 것은 공기와 햇살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었고, 당연히 냄새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아직 몸피가 작을 때는 개가 지붕 아래로 난 사이 공간으로 운동도 할 수 있다.

오른쪽 개집은 문이 둘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통의 개집은 출구와 입구가 같아서 문이 하나뿐이다. 만약 두 마리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한 마리가 생활하더라도 들어간 즉시 돌아 나오려면 몸을 정반대로 뒤틀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문이 둘이면, 강의실에 학생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두 문을 이용하듯이, 개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지영 작가는 개집 주인이 자신의 개를 지극히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술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박근서 교수는 "이지영의 작품들을 갤러리에 걸린 또 하나의 오브제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맥락을 긍정하고 그로부터 그 오브제들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 작품들과의 소통, 그리고 이지영과는 소통이 적어도 그 시작만큼은 제대로 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시회는 오는 10월 11일까지 계속된다.


태그:#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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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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