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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들이 대거 표창을 받고 진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그럴 줄 알고는 있었으나, 너무 노골적이어서 흉측하다"고 반발했다.

6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경찰이 밀양송전탑 어르신들을 짓밟고 포상잔치를 벌였다"고 밝혔다.

임 의원이 공개한 경남지방경찰청의 '최근 2년간 집회시위 대처 관련 표창발부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집회시위 관련으로 유공표창을 받은 경찰관은 113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73명은 밀양송전탑과 관련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전체 특진자 14명 가운데 10명이 밀양송전탑에 투입되었다. 지난해 6월 행정대집행 당시 밀양경찰서장이었던 김수한 서장은 대통령과 요인 경호 직무를 하는 서울경찰청 22경호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수경 의원은 "애초 강경진압을 작정하고 현장에 경찰을 투입한 것이다. 경찰의 밀양송전탑 대응에 대해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서도 국제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며 "주민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달콤한 포상으로 돌아온다면 공권력 남용을 부추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너희는 73명이 표창·진급할 때, 우리는..."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다.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움막 지붕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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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7일 "너희는 73명이 표창·진급할 때, 우리는 100명이 넘게 응급후송되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밀양대책위는 "경찰이 하루 3000명씩 밀양에 주둔하며 계엄군처럼 노인들을 제압하고 있을 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31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당시, 밀양 주민 10명중 1명이 강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10명 중 8명이 높은 불안과 우울증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후 밀양 주민들은 모두 250여 회에 걸쳐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항우울제,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으며 근근이 버텨 나왔다"고 설명했다.

밀양 주민들은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거나 처벌을 받았다. 밀양대책위는 조사 당시 밀양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해서 넘어져서 인대가 늘어남"이라거나 "경찰이 손목을 비틂", "경찰에게 밟힘", "여경들이 꼬집고 들고 나감", "팔을 잡아당겨 아픈 게 나아지질 않고, 수술한 무릎을 밟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전에 한 번 경찰한테 붙들려 나올 때 손발로 막 발버둥을 치고 그랬는데 담날 되니까 손에 힘이 없어서 수저를 못 들겠더라고. 엉덩이 뒤 닦을 힘도 없었다"거나 "바지를 잡아당겨 엉덩이가 보이려고 해서 마음이 상함.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남", "경찰들이 개취급한다", "산 위에서 길 잃고 구르고 하여 불안하고 공포", "손자같은 애들한테 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밀양대책위는 전했다.

또 주민들은 "(경찰이) 맨날 사진 찍고 고발하겠다고 함", "폭력을 쓰지 않았는데, 체포한다는 말로 위협", "경찰들이 운동하는 사람들을 잡아서 못가게 잡는다. 왜 올라가느냐, 그쪽으로 가지마라", "경찰이 길이라는 곳은 다 지키고 있다", "경찰 때문에 운다", "또 밤에 눈만 감으면 경찰이 버글버글해"라고 진술했다.

이어 밀양대책위는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인의협의 보고서를 보내줄 터이니 숙독하기 바란다", "이번에 무더기 표창과 특별진급 처분에 대해 밀양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라", "인륜을 무너뜨린 이 어이없는 사태와 관련한 책임자를 엄중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태그:#밀양송전탑, #경남지방경찰청, #임수경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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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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