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K 양팀 감독과 선수들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SK 정우람, 조동화, 김용희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 이택근, 박병호.

지난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K 양팀 감독과 선수들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SK 정우람, 조동화, 김용희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 이택근, 박병호. ⓒ 연합뉴스


프로야구 역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다. 정규리그 4위 넥센 히어로즈와 5위 SK 와이번스가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7일부터 2연전에 돌입한다. 넥센은 한 경기만 이기면 되지만, SK는 두 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 하는 핸디캡이 주어진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흥행은 '와일드카드 레이스'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는 올 시즌 10구단 체제의 출범과 함께 가을야구(포스트시즌) 진출 기회를 기존의 4강에서 5강으로 확대했다. 도입 당시에 찬반 여론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올 시즌 리그 흥행에 있어서 '신의 한 수'가 됐음은 부정할 수 없다.

올 시즌 4위 넥센과 5위 SK의 승차는 무려 8.5게임이었다. 예년 같은 4강 체제였다면 올해 포스트시즌 경쟁은 일찌감치 주인공이 가려지면서 그야말로 '맥빠진 승부'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제도 덕분에 가을야구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중하위권팀들도 정규시즌 후반까지 순위 경쟁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일찌감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LG와 kt를 제외하면 SK-한화-기아-롯데까지 무려 네 팀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규시즌 종료가 거의 임박해서야 마지막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이 가려질 만큼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정규시즌의 긴장감이 끝까지... 와일드카드 제도 때문

 지난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의 박병호가 5회말 1사 2,3루에서 개인통산 최다인 53호 홈런을 치고 있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146타점을 기록해 기존 이승엽이 가지고 있었던 KBO리그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의 박병호가 5회말 1사 2,3루에서 개인통산 최다인 53호 홈런을 치고 있다. 박병호는 이 홈런으로 146타점을 기록해 기존 이승엽이 가지고 있었던 KBO리그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 연합뉴스


치열해진 '5위 전쟁'의 영향은 단지 와일드카드 경쟁에 연관된 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확정하거나 탈락한 팀들도 '상도의'(商道義) 측면에서 정규시즌 후반까지 긴장감을 놓거나 적당히 승부를 치르는 일이 줄어들게 됐다. 특정팀을 상대로 느슨하게 플레이를 했다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삼성도 막판 NC의 추격에 진땀을 흘리며 안정적인 독주체제를 구축하지는 못했고, 신생팀 kt는 후반기 포스트시즌 경쟁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정규시즌 판도를 끝까지 안갯속으로 밀어 넣었다. 자연스럽게 모든 팀들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팬들은 정규 시즌의 긴장감을 끝까지 즐길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 제도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포스트시즌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것은 전력이 떨어지는 중하위권팀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상위권 팀들은 상위권대로 정규시즌 성적에 따른 어드밴티지가 좀 더 확실해졌다.

기존 포스트시즌 4강 체제에서는 3·4위간의 구분이 그리 명확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승차가 아무리 많이 나도 상위권팀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유명무실했다. 그런데 와일드카드제의 도입으로 3위는 시리즈를 한 번 더 치러야 하는 4위보다는 확실히 더 유리해졌다. 또 4위는 5위에 +1승의 혜택을 누리면서 차별 요소가 생겼다. 그만큼 하위팀들이 경기 수가 늘어나며 1~2위 상위권 팀들에게 주어지는 어드밴티지가 강화됐다.

프로야구 하향평준화 우려도 존재

 지난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9회초 SK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9회초 SK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여전히 와일드카드 제도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SK와 넥센의 게임 차에서 보듯이 결국 지나친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다. 와일드카드 순위경쟁 자체는 치열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정규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오히려 가을야구를 노리는 팀들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졸전이 늘어났다.

마지막까지 5위 전쟁을 펼쳤던 4팀이 모두 5할에 크게 뒤지는 낮은 승률에 그쳤다. 최종적으로 5위를 차지한 SK가 승률 4할8푼6리(69승 2무 73패)의 성적을 거두며 2001년 한화(61승 68패 4무·승률 .473)가 세웠던 역대 최저승률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불명예 기록은 피했지만, 더 잘하는 팀보다는 그나마 '덜 못한 팀'에 가까웠다. 이런 점에서 가을야구에 진출한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와일드카드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규시즌 후반기 막판까지 각 팀들이 무리한 운영을 일삼았다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혹사 논란'으로 시즌 내내 도마 위에 올랐던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비롯해, 기아·SK 등도 여러 가지 변칙적인 선수 기용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역대 최초로 144게임을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일부 구단은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다. 또한 역설적으로 5위 경쟁이 더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한 삼성이 주목을 덜 받았다. 이런 점에서 볼 수 있듯 포스트시즌의 확대가 정규시즌의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넥센 vs. SK... 외나무다리 승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와일드카드 레이스는 이제 넥센과 SK의 대결로 피날레를 앞두고 있다. 역대 최대의 5위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SK는 포스트시즌에서 와일드카드의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5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 고생을 해놓고 달랑 한 경기 만에 탈락한다면? 그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달콤한 가을야구의 유혹만큼이나 와일드카드제도의 가장 잔혹한 부분이다.

사실 SK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팀이었다. 삼성의 유일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9월 초 한때 8위까지 추락하다가 기적적인 뒷심을 발휘하며 5위로 올라왔다. 가을야구에 복귀한 것도 SK로서는 무려 3년 만이다. 리빌딩을 목표로 했던 기아나 롯데에 비해 SK는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팀이었다. 이런 평가는 SK 김용희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넥센은 넥센대로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지난해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넥센은 올 시즌 막판 뒷심 부족으로 두산과의 3위 경쟁에서도 밀리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정규시즌 8.5게임 차이가 나는 SK를 상대로 +1승과 홈 2연전 어드밴티지를 누린다고 해도 만약 진다면 엄청난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넥센은 올 시즌 SK와의 상대전적에서 8승 1무 7패로 미세한 우위를 보인다.

과연 어느 팀이 와일드카드 제도가 낳은 올 시즌 마지막 희생양이 될지 흥미롭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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