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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지역구 간 인구 편차가 너무 커, 1표의 가치가 많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2015년 말까지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2:1 이하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중앙선관위가 연동형 권역별비례대표제(이하 연동형)를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향을 선호하면서, 병립형 권역 별비례대표제(이하 병립형)를 논의 중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연동형에 동의하면서, 내심 국회의원 정수의 증가를 희망한다. 과연 어느 제도가 민주주의에 더욱더 부합되는 제도일까?

현행 소선거구 선거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표가 많이 발생한다. 지역구 투표에서는 당선자의 표만 유효하고, 나머지는 사표가 된다. 전체의석 300석에서 지역구가 246명이고 비례대표가 54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당투표가 지역구에서 사표로 발생한 정당의 지지율을 반영해 주지 못한다. 다음으로 정당 입장에서는 득표율과 의석률 간에 불비례성이 발생한다.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국회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연동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역대표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정당대표의 의미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은 선거권역별로 의원 수를 할당하고, 전체의석 배분을 정당의 득표율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의원정수가 50명인 어떤 선거권역에서(지역구와 비례대표 각각 25명으로 상정), A정당이 지역구 8명을 당선시키고 정당득표율 20%를 획득했다고 치자. A 정당의 선거권역 전체의석은 정당의 득표율인 20%인 10석에 고정된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8석을 확보했으므로, 2석을 비례대표에서 당선시켜 총 의석수 10석을 가지게 된다. 지역구에서 12석을 얻으면, 2석은 초과의석으로 인정이 되며 비례대표 당선자는 없다.

새누리당은 연동형에 반대한다. 의원 수 증가, 직능대표제의 왜곡, 국회의원의 정당 임명제, 새로운 지역구도 형성 등이 이유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적 이유는 선거승리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여의도 연구소에서 연동형의 도입을 전제로, 35가지 모델을 만들어 19대 총선 결과에 적용시켜 보았다. 결과는 평균 13석이 감소했고 모든 경우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역시 19대 총선 결과를 선관위가 제안한 연동형에 적용해 보아도, 새누리당은 152석에서 141석으로 줄어들어 과반확보에 실패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새정치연합은 한 발짝 물러서고 있다. '의원정수 유지와 연동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새누리당에게 연동형과 오픈프라이머리의 빅딜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현 제도를 고수하면서 내부적으로 병립형을 논의하고 있다. 연동형과 병립형은 권역별로 의석을 할당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출마시키는 데서 동일하다.

그러나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당선 의석수를 고정시키고,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별개로 취급한다. 따라서 연동형으로 하면 새정치연합을 포함하는 야권이 유리하고, 병립형으로 하면 새누리당이 손해 볼 일이 없다.

일단 새누리당이 연동형을 거부하겠지만, 의원정수 동결을 전제로 하는 병립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도 자신의 주장만 지속할 수 없다. 소선거구제에서 농촌선거구를 늘이고 비례대표를 줄이면, 상당히 불리한 환경에서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례대표의 수를 두고 다투겠지만 병립형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비례대표의 규모이다. 비례대표 54석이나 그 이하는 사표와 불비례성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립형으로 연동형 효과에 어느 정도 접근하려면, 비례대표를 150석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며 적어도 100석 규모는 되어야 한다.


태그:#권역별비례대표제, #선거구개편, #소선거구, #중대선거구, #중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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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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