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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경기도의원
 민경선 경기도의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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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경기도의원(고양, 새정치민주연합)은 하루를 '1인 시위'로 시작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50분까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다음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 9월 10일 시작해서 10월 6일 17일째를 맞이했다.

1인 시위는 무엇인가를 꼭 알리거나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하는 시위 방법이다. 그런데 막강한 발언권이 있는 도의원이 왜 1인 시위를 하는 것일까? 6일 오전 민 의원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서울-문산 고속도로 때문인데, 국토부가 고양시 측과 협의를 하는 도중 느닷없이 실시설계 승인을 했다. 협의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우릴 우롱한 것이다. 실시설계를 취소시켜야 하는데 행정이나 법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도지사(남경필)나 국회의원이 나서줬으면 좋겠는데, 뒷짐만 지고 있고."

"대부분 구간 흙을 높이 쌓아... 고양시 둘로 나뉘게 될 것"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민경선 의원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민경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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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산 고속도로는 수도권 서북부 지역 교통난 해소와 남북통일 시대 대비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울 방화대교 북단에서 경기도 고양을 거쳐 파주 문산읍을 연결하는 총 길이 35.2km의 민자 고속도로다.

국토교통부는 고양시와 세부사항을 협의하는 도중인 지난 8월 5일 갑자기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다만, 녹지 훼손 논란 등으로 환경부가 '터널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한 성라산 국사봉 일대 1.9㎞ 구간은 제외했다.

지난 9월 30일에 민 의원과 서울-문산 고속도로 고양시 구간을 직접 돌며 문제점을 알아봤다. 이날 서울외곽순환도로와의 교차지역인 수역이 마을과 '자유로'와 만나는 '현천나들목 예정지' 등을 방문했다.

민 의원은 "대부분의 구간을 성토(흙을 쌓아) 하므로 고양시가 양분되고 마을간 왕래가 단절돼 미래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 도로(서울-문산)는 분명 '이상하고 나쁜 도로'가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고양시) 요구는 고양시가 둘로 나뉘지 않도록 가능하면 성토를 하지 말고 다리를 놓는 방법으로, 또 자연환경이 덜 파괴되는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경필 지사한테 나서 달라고 부탁했는데 묵묵부답"

현천 나들목 예정지, 나들목이 들어서면 주유소 두 곳의 폐쇄가 예상된다.
 현천 나들목 예정지, 나들목이 들어서면 주유소 두 곳의 폐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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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역이마을 전경
 수역이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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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민 의원과 9월 30일과 10월 6일 나눈 일문일답.

- 왜 국토교통부가 아닌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나?
"9월 10일부터 국회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그 기간에 맞춘 것이다. 시작하기 이틀 전인 8일 요구사항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관심을 두고, 국회가 나서서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국회 보좌관들은 자주 만나고, 그들에게 힘내라는 소리도 듣는데, 문제는 국회의원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걸어 다니지 않고 주로 차를 타고 다니니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보고는 받았으리라 기대한다."


- 1인 시위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국토부에서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 이게 우리 지방자치 현실이다. 고양시 출신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특히 해당 상임위에 있는 김태원(새누리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가. 그런데 그분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분이 한마디 해주면 사실 내가 1인 시위 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도 문제니 남경필 지사가 나서줬으면 좋겠는데, 역시 묵묵부답이다. 면담 때 나서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말이다."

- 성토한다고 고양시가 양분? 좀 과장한 것 아닌가?
"성토 높이가 아파트 3층에서 6층 높이다. 전체 구간 중 86.6%를 이렇게 흙을 쌓아서 만든다는 것이니, 양분되는 게 맞다. 토끼 굴 같은 통로박스를 만들어서 오갈 수 있게 한다는데, 그 넓이가 4.5m 정도다. 최소 6m 정도는 돼야 차 두 대가 마주 달림할 수 있는데, 24개 통로 중 6m가 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성석동 같은 공장 밀집 지역은 공단이 양분된다. 폐차장과 물류단지가 있어 대형차가 수시로 오가는 곳인데, 도로가 사라지고 작은 통로 2개만 놓이게 된다. 이곳은 반드시 교각을 설치해야 한다. 현천동 난점 마을도 마찬가지, 고속도로가 놓이게 되면 건너편에 조성 예정인 '자연치유 공원'과 단절되게 된다. 이게(자연치유 공원) 주민들 숙원 사업이었다. 이곳은 도로를 지하화해야 한다."

- 마을이 고립되는 곳은 어디인가?
"수역이 마을이다. 이곳이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울-문산 고속도로 교차점이 되는데 진·출입로가 엉켜서 무척 복잡해진다. 성토를 하지는 않는데, 진·출입 도로 때문에 마을 길이 사라져 버려 아주 답답한 동네가 된다. 교통섬이 되는 것이다. 이 부근에 누리길이 많은데 그곳도 훼손된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주민 설명회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교통 체증이 유발되는 자유로 구간은?
"자유로 방화대교와 가양대교 구간에 있는 현천 나들목 예정지다. 자유로와 서울-문산 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이다. 이곳은 교통량이 많아서 지금도 막히는 곳이다. 만약 나들목이 들어서면 시간당 평균 3000대가량 교통량이 늘게 된다. 지금도 대한민국 최대 교통량을 기록하는 구간인데, 3000대가 늘어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주유소와 가스 충전소도 있는데, 두 곳 모두 나들목이 들어서면 장사하기 힘들다. 아마 폐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 사장님들 반발이 심하다. 왜 하필 이곳을 나들목으로 한다는 것인지, 참. 이곳부터 가양대교까지 1차로 정도는 넓혀야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

"민자 사업이라 더 엉망일지도"

민경선 의원과 고양시 공무원이 성석동 공장지대에서 지도를 펴고 서울-문산 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민경선 의원과 고양시 공무원이 성석동 공장지대에서 지도를 펴고 서울-문산 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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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동 공장지대 전경
 성석동 공장지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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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의 도중 실시설계 승인을 했으면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지?
"중앙집권적 행태를 시대가 변했는데도 관행적으로 답습하는 것이다. 민자 사업이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 민자 사업이라서?
"돈을 아끼려다 보니 이렇듯 엉망으로 사업할 가능성이 크다. 그걸 국토부는 묵인하는 것이고. 만약 국가에서 직접 한다면 국회가 통제하기 때문에 이렇게는 못한다. 그런데 민자 사업은 국회에서 제어할 권한이 별로 없다. 일단 실시설계 승인이 나면 통제가 안 된다. 그래서 고양시와 고양시민들이 실시설계 승인 전에 줄기차게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심의가 끝나는 12월 말까지는 일단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다음에는 고양시민들이 주축인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촛불 문화제 등을 해서 여론을 환기하고 경기도 행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다. 남 지사와 면담도 신청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다시 한 번 요구할 예정이다. 촛불 문화제는 화정공원에서 11월 1일 열린다."


태그:#민경선 경기도의원, #수원-서울 민자고속도로, #고양시,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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