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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삼성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삼성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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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외법인 임직원을 상대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동남아 등 글로벌 삼성전자 법인 소속 직원들이며, 규모는 지역에 따라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사의 강도 높은 인력 조정에 대해 일부 지역 법인에선 해당 국가의 법률 저촉 우려 등을 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실적이 부진한 일부 해외법인의 경우 인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본사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에 대해선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전 세계 대부분 해외법인 '인력 효율화' 명목으로 구조조정 진행 중

5일 <오마이뉴스>가 삼성전자 해외법인 등을 상대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사업장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직 진단을 했다. 이어 올해 들어 실적이 부진한 해외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통폐합 등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대상 지역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동남아, 동유럽과 중남미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글로벌 사업장이 포함돼 있다. 규모도 적게는 수십여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법인 관계자는 "삼성전자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최근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해외법인의) 실적이 악화하자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인력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도 크고, 실적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 인력 감축도 크다"면서 "많은 직원이 혼란스러우면서도,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해외 주요 총괄이나 법인 주변에서 지역별 인력 조정의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돌고 있다. 일부에선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목표액을 설정해놓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전해진다.

특히 일부 지역 법인에선 이런 인력조정에 대해 해당 국가의 법률 저촉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의 조직 통폐합 등에 따른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칫 해당 국가의 법률에 상충할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임직원들이 희생양인가?" - 삼성전자 "일부 부실사업장에서 인력조정"

또 다른 관계자는 "정작 한국에 있는 본사의 인력감축은 최소화하면서, 유독 해외법인 임직원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상당수의 해외사업장 직원들이 허탈감에 빠져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에선 지난달 국내 사업장의 구조조정설이 나돌자 "인력 감축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난달 9일 기자들에게 "삼성이 인력을 줄인다고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현장으로 좀 더 가라는 의미"라며 "(인력) 재배치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쪽에선 해외법인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장에서 조직개편을 통한 (인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업조정은 그동안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이라며 "수백 명씩 인력조정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해외 주요 사업장에서의 인력 감축과 함께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구조조정설도 여전하다. 물론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감원 등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다만 이상훈 사장의 언급대로 사업재편에 따른 인력재배치 등은 진행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사옥에 있는 재무와 인사, 기획, 법무 등 지원부문 인력을 10% 정도 줄이고, 마케팅 등 현장으로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것. 이밖에 내년 사업의 일반 경비도 50% 줄이는 등 긴축 경영도 이어진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7일 3분기 경영실적 잠정치를 발표한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전망 평균치는 50조1700억 원과 6조6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6조9000억 원보다 낮다. 중국 '샤오미' 등에 사실상 추월을 허용한 모바일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회사 주변에선 전자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삼성그룹의 위기로 이어지게 돼 있다. 전직 삼성 고위인사는 "인력 감축과 비용 축소 등 긴축경영이 단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이같은 방식이 본질적인 위기 극복책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과거 방식을 되풀이할 것인지, 새로운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태그:#삼성전자,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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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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