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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특산물인 포도
 투루판 특산물인 포도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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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산맥의 만년설
 천산산맥의 만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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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시에서 2시간 정도 버스로 달려 유원역에 도착하여 선선으로 가는 기차를 탄 시간은 밤 10시 경이다. 서역기행 중 두 번째 기차를 탔는데 여기도 검문검색이 철저하다. 짐들은 탐지기에 통과시키고, 사람들은 신분증을 철저히 대조한다. 우리들도 여권을 제시하자 공안원이 얼굴을 확인한다.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하다. 따라오는 별들을 세다가 선선역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다.

선선은 고비사막에 있는 오아시스로 인구 6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위구르족과 한족이 50% 정도씩 된다고 한다. 선선의 지하자원들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이 매장되어 있는데, 특히 천연가스는 상해시의 70% 정도를 공급한다고 한다. 또 석유가 매장된 곳이 많은데,  곳곳에 원유를 퍼 올리는 펌프들이 보인다.

선선 시내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모래산 쿠무타크 사막이 있다. 사막 입구 매표소에 '낙타 방울소리가 천하에 울린다.'는 의미의 '타령천하(駝鈴天下)'라는 글귀가 우리를 맞는다. 이곳에서는 관광용 낙타는 없고, 대신 지프를 타고 언덕 위까지 오른다. 주로 검정색을 띠는 크고 작은 돌과 모래들로 가득한 이 사막에 길이가 62km, 폭이 약 40km나 되는 아름다운 모래산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매혹적이다.

선선에서 투루판까지는 50km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가까운 거리다. 투루판은 64만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로 위구르족이 50만 정도라고 한다. 위구르족은 터키와 조상이 같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 사람들의 외형이 유럽인들의 모습과 비슷하여 코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사람들이 많다.  

투루판은 중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고 한다. 연중 최고 기온이 50도까지 오르기도 하여 지면 온도는 70도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 도시는 연중 강우량이 18mm 미만이라고 한다. 또한 해발고도가 최고 –125 m로 세계의 내륙 지형에서 가장 낮은 지역의 하나라고 한다.

연 강우량 18mm가 되지 못하는 지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우선 그들이 먹는 물은 어떻게 구할까? 이러한 사막 지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물일 것이다. 오아시스이기는 해도 많은 물이 없다면 이 사막 가운데 도시는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카레스, 천산산맥의 만년설 흐른 물을 끌어오는 지하수로
 카레스, 천산산맥의 만년설 흐른 물을 끌어오는 지하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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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스, 지하로 우물을 파는 모양을 재현한 조각상
 카레스, 지하로 우물을 파는 모양을 재현한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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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물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투루판 주위에 해발고도 5000m가 넘는 천산산맥에 만년 설산이 있다. 이곳에서 흐르는 물을 지하 수로를 만들어 끌어 왔다고 한다. 이렇게 물을 해결하자 포도를 중심으로 한 농작물을 심었고, 사막의 어려운 여건을 이겨 냈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지하수로인 카레즈다. 이 카레즈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카레즈 전시관에는 지하수로를 파는 과정, 그리고 지하수로에 관련된 자료들이 있다. 자료를 다 보면 지하수로를 따라 올라가며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는데, 지하수로는 사람들이 양 옆으로 걸어가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동굴로 되어 있다.

카레즈는 천산산맥에서 약 5000km에 달하는 지하수로를 파서 이곳까지 물을 흘러들게 했다고 한다. 이 카레즈는 한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천산산맥으로부터 사막을 가로질러 10 ~20m 간격으로 깊이 20 ~70m에 달하는 우물을 파고, 그 우물 밑을 옆으로 파서 서로 연결하여 완성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사막을 가로질러 수천 개의 우물을 팠고, 우물과 우물을 연결하는 통로를 파서 수로를 만들고 천산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끌어들여 투루판 사람들은 사막에서 물을 이겨낸 것이다.

건포도를 말리는 창고들
 건포도를 말리는 창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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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포도 창고에서 건포도를 말리는 건조대
 건포도 창고에서 건포도를 말리는 건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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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지역은 포도 농사로 유명한 지역이다. 물, 기후, 토질이 모두 어려운 지역이지만 카레즈란 수로를 통하여 물을 공급받자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생산된 포도의 당도가 20~22%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포도 농사의 발달로 청포도를 비롯한 포도 종류가 몇 십종에 이른다고 한다.

포도를 말려서 파는 건포도의 생산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건포도를 만드는 포도의 종류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검정 포도가 아니라 씨가 없는 포도다. 포도송이는 탐스럽게 큰데 포도알의 크기는 우리가 먹는 포도보다 조그마하다.

포도밭을 비롯하여 사막 곳곳에 벽돌을 구멍이 숭숭 나게 쌓아 올린 사각형 건물들이 보인다.  포도를 말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벽돌 건물 안에 포도 말리는 나무들을 세워 놓았다. 나무들의 모습은 2m 정도의 길쭉한 나무줄기에 많은 30cm 정도 되는 가지들을 박아 놓았다. 이 가지에 포도송이들을 걸어 놓으면 건조한 날씨 때문에 포도가 마른다고 한다. 

우리들이 방문한 포도밭 평상 위에 포도 넝쿨이 가득 뻗어 있다. 포도의 종류는 청포도로 송이가 주렁주렁하다. 조그마한 포도를 하나 따 입에 넣으니 무척 달다. 씨앗이 없는 청포도를 먹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더불어 건포도도 골고루 먹어보고 달콤한 맛에 선물로 몇 봉지 샀다.

이들이 재배하는 작물 중 하나가 목화다. 우리들이 포도밭이 죽 늘어선 곳을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포도가 아닌 다른 작물이 눈에 띤다. 사람들이 모두 궁금하여 무슨 작물일까 서로 궁금하였는데 몇 번 보니 목화다. 연한 연둣빛 꽃과 파란 다래가 주렁주렁하다.

비닐하우스처럼 흙동굴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
 비닐하우스처럼 흙동굴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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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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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에 또 눈에 띠는 것이 있다. 우리의 농촌에 많은 비닐하우스 같은 것이기는 한데, 모두 흙으로 된 것들이다. 서로 의견이 분분한데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 농촌의 비닐하우스의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흙으로 굴을 만들어 그 안에 농작물을 재배한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 이상 이슬람 사원인 소공탑을 찾아 기도한다고 한다. 소공탑은 채색이 되지 않은 순전한 흙으로 되어 있다. 특히 옆에 높이 솟은 첨탑은 흙벽돌로 정교한 문양을 나타내고 있다.

소공탑 내부엔 카페트가 깔려 있고, 사이사이 많은 기둥들이 놓여 있다. 카페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색되지 않은 내부다. 밖에는 그들의 무덤이 있고, 작은 탑도 있다. 우리들이 방문했을 땐 기도하는 사람들은 없고, 우리와 같이 관광으로 찾은 사람들이 많다. 이곳의 관리도 공안이 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 소공탑
 이슬람 사원 소공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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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사막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모습
 투루판 사막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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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 수 있는 곳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도 사람은 산다. 현재만이 아닌 아주 오래 전 과거에도 살았다. 인간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래 전에는 땅 밑을 파 집을 짓고 살아가기도 했다고 하는데, 현대는 대부분 지상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집의 모양들은 더위를 최대한 막으려는 형태로 지어져 있지만.

세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는 신선한 포도를 먹으면서 열사의 땅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김은경 선생님도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발을 담그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을 마시는 천산산맥 설산 녹은 얼음물을 지하로 끌어오는 관개시설, 덕분에 사막을 건너온 대상들은 포도를 먹고, 장안에는 포도가 넘쳐났다고 하네요. 실크로드는 비단만 실어 나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였던 곳이고, 문화가 만들어졌던 곳이네요."

덧붙이는 글 | 7. 29(수)부터 8.6(목)까지 9일 동안 풀꽃산악회 회원 20명은 혜초여행사의 기획으로 신서역길의 중국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신서역기행은 서안에서 천수까지 320km를 버스로 약 5시간, 천수에서 난주까지 330km를 버스로 약 5시간, 난주에서 가욕관까지 740km를 기차로 약 8시간, 가욕관에서 돈황까지 400km를 버스로 약 5시간, 돈황에서 유원가지 120km를 버스로 2시간, 유원에서 선선까지 620km를 기차로 약 9시간, 선선에서 투루판까지 약 150km를 버스로 약 3시간, 투루판에서 우루무치까지 190km를 버스로 약 3시간이 걸리는 총 2800km의 대장정입니다.

'버스와 기차로 간 서역기행'은 총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1) 사막을 가로지르는 신서역기행 (2) 서안(西安), 당나라의 흔적 (3) 진시황과 병마용 (4) 화청지, 양귀비에 대한 인식 (5) 천수, 맥적굴 (6) 난주, 황하와 유가협댐 (7) 가욕관, 만리장성의 시작 (8) 돈황 석굴 막고굴 (9) 투루판, 사막에 사는 사람들 (10) 사라진 왕국 고창고성과 교하고성



태그:#서역기행, #투루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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