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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하면 흰색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연상되고, ‘의사’하면 목에 두르고 있는 청진기와 머리에 걸치고 있던 반사경이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 임윤수 | 관련사진보기 |
50대 나이로 접어들면서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 든 몸 관리 차원에서 투자하는 필자만의 각오이자 실천입니다.
사실 성가시고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최소한의 경비와 노력으로 50대 이후에 자칫 맞닥뜨릴 수도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사전에 방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자구책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을 채취하고 하루나 이틀쯤은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아 그 결과를 알게 됩니다.
지난 9월에도 혈액검사를 받았습니다. 예약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병원에 도착해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예약시간이 돼 진료실로 들어가니 의사는 이미 조금 전에 뽑은 혈액검사 결과를 모니터로 보고 있습니다.
의사는 모니터에 떠 있는 숫자들을 보며 결과를 설명하기도 하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처방도 내려줍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내 몸에서 채취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이지만 내가 그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 순간은 의사와 마주앉아 모니터를 보며 설명을 듣는 순간까지입니다.
그 결과를 내가 소유하거나 다시 보려면 별도의 절차를 밟고,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만 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의료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민주화되면 이 또한 달라질 거라 생각됩니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미래 의료환경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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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지은이 에릭 토폴 / 옮긴이 김성훈 / 펴낸곳 (주)청년의사 / 2015년 9월 14일 / 값 30,000원> |
ⓒ (주)청년의사 | 관련사진보기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는 이미 가까이 와있는 의료 환경 변화를 실감 나게 예고하고 있습니다.
병원엘 가야만 할 수 있는 혈액검사를 집에서 혼자 할 수 있고, 1시간쯤은 걸려야 알 수 있었던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날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실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을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세계 문명사에 미친 영향에 버금가거나 상회 할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만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현대 문명사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크고 깊습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여러 번에 걸친 성전, 루터의 종교개혁, 르네상스, 미국공화국의 설립, 1차 산업혁명은 물론 현대과학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착용형 센서를 연계시키고, 의료 관련 정보를 분석 관리할 수 있는 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되는 날이 결코 머지않았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누구도 쉬이 꿈꾸지 못했던 세상을 가져왔고, 그 범위와 영역을 점차 넓히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또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구체적인 사례 등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긍정적이고 파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을 의심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래의 의료 환경이라는 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주화에 동참하는 게 진정한 의료환경 변화 가져와"앞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려 한다. 당신에 관한 모든 의학 자료는 당신의 소유여야만 한다. 착용형 센서나 스마트폰의 임상검사, 이미지 촬영 장비 등을 이용해 수집한 자료라면 그것은 당신의 소유다. 당신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추출하는 비용도 당신이 지불한 것이다. 이 정보는 이 세상 다른 그 누구보다도 당신에게 큰 의미가 있다."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본문 382쪽 중에서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의학 자료에 대한 민주화입니다. 저자는 "'민주화'이라는 용어를 더 깊이 파고들어 보자, 민주화에는 '무언가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어 있다"는 내용으로 책을 열어갑니다.
검사, 분석, 이미지 촬영, 진단과 같은 의료 환경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의료자료가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독점되는 여건에서는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적극적으로 의료민주화에 기여할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의료민주화가 가능하려면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달성하고 나면 우리 모두는 결국 더 나은 건강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엄청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본문 470쪽 중에서저자는 의료민주화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말로 글을 맺습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에 의한 의료 환경 변화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의료 정보는 내가 마음대로 관리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민주화이며 진정으로 갈구해야 할 의료발전이라는 것을 웅변을 하듯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거나 구현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상상해 보거나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읽다보면 미래의 의료 환경이 어림됩니다. 의료민주화에 동참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당위성 있는 설득에 시나브로 의료민주화에 기여할 투사의 마음이 다가옵니다.
덧붙이는 글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에릭 토폴 / 옮긴이 김성훈 / 펴낸곳 (주)청년의사 / 2015년 9월 14일 / 값 3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