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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하면 흰색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연상되고, ‘의사’하면 목에 두르고 있는  청진기와 머리에 걸치고 있던 반사경이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병원하면 흰색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연상되고, ‘의사’하면 목에 두르고 있는 청진기와 머리에 걸치고 있던 반사경이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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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나이로 접어들면서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 든 몸 관리 차원에서 투자하는 필자만의 각오이자 실천입니다.

사실 성가시고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최소한의 경비와 노력으로 50대 이후에 자칫 맞닥뜨릴 수도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사전에 방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자구책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을 채취하고 하루나 이틀쯤은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아 그 결과를 알게 됩니다.

지난 9월에도 혈액검사를 받았습니다. 예약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병원에 도착해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예약시간이 돼 진료실로 들어가니 의사는 이미 조금 전에 뽑은 혈액검사 결과를 모니터로 보고 있습니다.

의사는 모니터에 떠 있는 숫자들을 보며 결과를 설명하기도 하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처방도 내려줍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내 몸에서 채취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이지만 내가 그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 순간은 의사와 마주앉아 모니터를 보며 설명을 듣는 순간까지입니다.

그 결과를 내가 소유하거나 다시 보려면 별도의 절차를 밟고,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만 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의료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민주화되면 이 또한 달라질 거라 생각됩니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미래 의료환경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지은이 에릭 토폴 / 옮긴이 김성훈 / 펴낸곳 (주)청년의사 / 2015년 9월 14일 / 값 30,000원>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지은이 에릭 토폴 / 옮긴이 김성훈 / 펴낸곳 (주)청년의사 / 2015년 9월 14일 / 값 30,000원>
ⓒ (주)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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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는 이미 가까이 와있는 의료 환경 변화를 실감 나게 예고하고 있습니다.

병원엘 가야만 할 수 있는 혈액검사를 집에서 혼자 할 수 있고, 1시간쯤은 걸려야 알 수 있었던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날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실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을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세계 문명사에 미친 영향에 버금가거나 상회 할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만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현대 문명사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크고 깊습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여러 번에 걸친 성전, 루터의 종교개혁, 르네상스, 미국공화국의 설립, 1차 산업혁명은 물론 현대과학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착용형 센서를 연계시키고, 의료 관련 정보를 분석 관리할 수 있는 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되는 날이 결코 머지않았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누구도 쉬이 꿈꾸지 못했던 세상을 가져왔고, 그 범위와 영역을 점차 넓히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또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구체적인 사례 등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이 의료 환경에 긍정적이고 파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을 의심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래의 의료 환경이라는 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주화에 동참하는 게 진정한 의료환경 변화 가져와

"앞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려 한다. 당신에 관한 모든 의학 자료는 당신의 소유여야만 한다. 착용형 센서나 스마트폰의 임상검사, 이미지 촬영 장비 등을 이용해 수집한 자료라면 그것은 당신의 소유다. 당신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 정보를 추출하는 비용도 당신이 지불한 것이다. 이 정보는 이 세상 다른 그 누구보다도 당신에게 큰 의미가 있다."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본문 382쪽 중에서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의학 자료에 대한 민주화입니다. 저자는 "'민주화'이라는 용어를 더 깊이 파고들어 보자, 민주화에는 '무언가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어 있다"는 내용으로 책을 열어갑니다. 

검사, 분석, 이미지 촬영, 진단과 같은 의료 환경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의료자료가 병원이나 의사들에게 독점되는 여건에서는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적극적으로 의료민주화에 기여할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의료민주화가 가능하려면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달성하고 나면 우리 모두는 결국 더 나은 건강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엄청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본문 470쪽 중에서

저자는 의료민주화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말로 글을 맺습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에 의한 의료 환경 변화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의료 정보는 내가 마음대로 관리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민주화이며 진정으로 갈구해야 할 의료발전이라는 것을 웅변을 하듯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거나 구현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상상해 보거나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읽다보면 미래의 의료 환경이 어림됩니다. 의료민주화에 동참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당위성 있는 설득에 시나브로 의료민주화에 기여할 투사의 마음이 다가옵니다.

덧붙이는 글 |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에릭 토폴 / 옮긴이 김성훈 / 펴낸곳 (주)청년의사 / 2015년 9월 14일 / 값 30,000원>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 환자 중심의 미래 의료 보고서

에릭 토폴 지음, 김성훈 옮김, 이은 감수, 청년의사(2015)


태그:#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김성훈, #(주)청년의사 , #착용형 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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