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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하게 단열재가 시공된 방바닥으로 청소상태까지 불량하다.
 부실하게 단열재가 시공된 방바닥으로 청소상태까지 불량하다.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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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며 보일러 가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패시브 건축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다. 패시브 건축이란 냉난방을 위해 요구되는 연간 에너지가 건물면적 1㎡ 당 1.5ℓ 이하의 건물을 말한다.

보통의 시골주택이 100㎡(30평) 내외로 지어지는 것을 기준 삼아 계산하면 100㎡ * 1.5ℓ이니, 등유 150ℓ, 즉 1드럼(200ℓ)이 채 되지 않는 등유로 1년 동안 냉난방비 걱정하지 않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 돈 내고 내 맘대로 연료를 쓰는 것을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차원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상가의 문을 열어 두고 냉방기를 가동시키거나, 자동차의 공회전만 시켜도 벌금을 부과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이 개인의 비윤리적 행동을 넘어 반사회적 행동 즉 벌금이 부과되는 범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주로 소비하는 것은 산업, 수송, 가정 등 3대 부문이다. 그 가운데 전체 에너지의 약 20%(가정, 상업, 공공부문 합)를 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건물에서 소비한다.

그런데 이 건물이란 것에 대해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려면 산업이나 수송 등 다른 부문에 비해 복잡하다. 왜냐하면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하고 더불어 건물 안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기전자제품의 효율도 함께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냉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감시켜야 한다.

앞뒤가 바뀐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

최근에는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건물부터 제대로 지어 지속적인 에너지 소비를 감축해야 하는데, 제대로 짓는 것에는 무감각하고, 만들어진 저질의 건물을 가지고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앞뒤가 바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등 선진 에너지 강국에 견학을 다녀와도 그들의 신재생에너지 정책만을 벤치마킹한다. 정작 독일 등에서 지어지는 건물이 패시브 건축인 것은 간과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이 되려면 패시브 건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여기에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하여 '제로 에너지 주택(에너지 사용량이 제로인 하우스)'을 구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패시브 건축을 구현할 것인가. 패시브 건물은 남향(南向)배치가 기본이고, 외부기온으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단열(高斷熱)을 한다. 이때 기밀(氣密) 성능을 높이기 위한 세부계획이 필요하며, 내외부의 공기가 서로 온도를 교환하는 열교환기를 설치해 창을 열지 않아도 환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등이 창호, 차양과 함께 패시브하우스의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패시브 건축의 기본요소 기술인 배치계획, 고단열, 고기밀, 창호, 차양, 열교환기 등 글로는 이렇게 간단한 요소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설계자, 시공자 등 건축가들의 연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건축의 영역에서 에너지 자립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건축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공공건축물이 전반적인 건축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공공건축물의 경우도 예산절감을 이유로 지어야할 규모에 비해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돼 질 낮은 건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에너지효율은 고려할 상황이 되지 못한 채 건물을 만들어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좋은 건축이나 제대로 된 건축을 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

특히 신고위주의 주택시장에서는 감리자가 법적으로 없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이 지어질 때 법적수준에 맞는 단열을 현장에서 시공하는지도 의문이다. 시공하는 과정을 보면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는 현장이 수두룩 하다. '빨리빨리'인 문화수준이 '대충대충'으로 드러나는 곳이 시공현장이다.

집 짓기, 개인 삶 방식 넘어선 사회적 문제의 시작

증개축시 단열규정에도 맞지 않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
 증개축시 단열규정에도 맞지 않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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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시공한다는 현장에서도 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기에 열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습기가 있는 곳에는 흡수율이 제로에 가까운 압출법 단열재를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제성을 이유로 습기에 약한 비드법 단열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경과하면 물을 흡수한 단열재의 열효율은 당연히 떨어진다. 열반사 단열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료마다의 특성에 맞춰 시공이 되어야 효율도 발휘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모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또 공사비라는 작은 사리사욕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집을 짓는 다는 것, 도시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방식을 넘어선 사회적 문제의 시작이다. 지금처럼 '에너지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가지고 건축을 한다는 것'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에너지자립과 '원전하나 줄이기' 캠페인은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기 전에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시민 스스로가 건축의 전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며 재생에너지를 위주로 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사회적으로 무엇보다 리모델링 장려정책이 요구된다. 건물이란 것이 지어지는 전 과정에서 물, 공기, 각종 자연자원들이 소모가 되고 배기가스나 폐수, 쓰레기 같은 형태로 자연에 배출되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건물이 많아지는 것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며 신축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를 한다면 그 자체가 자원낭비이자, 탄소발생량도 높아진다.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여러 자재들의 재활용 논의가 시급하다. 쓰레기로 소각하거나 묻어버리는 것이 아닌 업싸이클링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우리 모두가 에너지 절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또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낭비되는 건축을 하고 있다면 우리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대기 오염으로 초록별 지구의 하늘이 30여 년 전보다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이 다시 환해지는 그 날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전북 신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건축사사무소 예감 건축사입니다.



태그:#패시브건축, #에너지자립, #단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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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효형출판)저자, 건축스튜디오 사람 공동대표, 건축사사무소 예감 cck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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