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군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폭격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군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폭격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공습하려다가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병원을 폭격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아프간 북부도시 쿤두즈의 MSF 병원이 미군의 폭격을 받아 의료진 12명과 환자 7명 등 19명이 사망했다. 숨진 환자 가운데 3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쿤두즈는 최근 미군이 탈레반에 빼앗겼다가 사흘 만에 탈환하는 등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MSF가 쿤두즈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이 지역에서 중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시설이다.

그러나 미군의 공습을 받아 건물이 불타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병원은 마비되고 말았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오폭 가능성을 인정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병원에 있던 간호사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굉음이 들리고, 폭격이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라며 "병실로 갔으나 환자 6명이 병상 위에서 불에 타 숨졌다"라고 증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폭격으로) 희생당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최종적인 판단을 위해 미국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 "미군, 병원 알고도 폭격했다"

미군에 공습당한 병원을 보여주는 국경없는의사회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미군에 공습당한 병원을 보여주는 국경없는의사회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 국경없는의사회

관련사진보기


나토는 "미군이 탈레반을 공격하려다가 MSF 병원이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당했을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군이 MSF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정밀 타격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간군이 미군에 탈레반 반군 요원들이 숨어든 위치를 알려줬고, 이를 통보받은 미군이 MSF의 병원 시설이라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긴급 야간 공습에 나서 폭격했다는 것이다.

아프간 국방부는 탈레반이 병원을 공격해 의료진과 환자를 '인간 방패'로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MSF는 폭격 당시 병원에는 의료진과 환자만 있었고, 탈레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반트 얀센 MSF 운영국장은 "병원이 공격을 받았다고 미군에 긴급 통보한 뒤에도 30분 넘게 폭격이 계속됐다"라며 "병원 본관이나 응급실, 집중 치료실 등 주요 시설이 정밀 타격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얀센 국장은 "어떤 경위로 폭격이 이뤄졌는지 독립적인 조사와 신속한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MSF에 따르면 지난해 쿤두즈 병원에서 2만2000명을 치료하고 5900여 차례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번 폭격 이후 의료진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인도주의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폭격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전쟁 범죄(war crime)에 해당한다"라고 비판했다.


태그:#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아프가니스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