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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백록담
 한라산 정상 백록담
ⓒ Lu Hai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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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친구 두 명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4박 5일로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돌아오기 전날, 우리는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후에 출발하는 것이었다. 오전에는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그냥 호텔에서 쉬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공항에서 체크인을 한 후 힘들게 보안검색대에 진입했다. 줄이 너무 길었다. 빨리 대기실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 각각 따로 줄을 서기로 했다. 드디어 나와 친구는 검색대를 통과해 대기실에 들어왔는데 또 다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실수로 맥가이버 칼을 소지한 채 보안검사대를 통과했단다. 그 칼은 친구가 회사에 입사할 때 선물로 받은 것이어서 그냥 버릴 수 없었단다. 친구는 다시 짐을 부치러 돌아갔다고 한다.

평소에는 체크인 데스크에서 보안검사대까지 열 번을 왕복해서 걸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 모두 피곤한 상태였다. 더구나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친구는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 친구는 체크인 데스크에 가서 칼을 부치고 다시 긴 줄을 서서 보안검사대에 통화할 때까지 약 30분이나 걸었다. 친구는 힘들고 아파서 짜증이 났다고 했다.

몸이 지친 상태로 비행기를 타고 청주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우리 짐을 찾으러 갔다. 공항 직원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짐을 내려줬다. 그래서 우리는 금방 캐리어를 찾았다. 하지만 친구가 부쳤던 맥가이버 칼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은 다 짐을 찾고 나갔다.

우리 세 사람은 남아서 빙빙 돌아가는 캐리어 회전 테이블을 몇 번이고 쳐다보며 맥가이버 칼을 찾았다. "왜 안 나오지?", "설마 그 짐을 싣지 않은 건가?" "누가 가져갔나?", "그것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등 우리 세 사람은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했다. 모든 짐을 다 찾아가고 캐리어 회전 테이블이 멈췄다.

아무리 쳐다봐도 맥가이버 칼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공항 직원을 찾으러 가서 확인을 부탁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직원은 "누가 잘못 가져갈 수 있다, 아마 잘못 가져간 것이면 다시 돌려줄 것이다, 근데 작은 칼이기 때문에 몰래 가져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즉시 CCTV를 확인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공항 직원은 복잡한 행정문제가 있어서 바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의 대답을 듣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 칼이 그냥 이유 없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공항 쪽에서 칼을 싣거나 내릴 때 실수로 빠지거나 분실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 중 누군가가 귀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몰래 가져갈 수도 있다. 다양한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하든 공항 쪽은 우리에게 해결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몇 번이고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고, 30분을 기다렸지만 결국 칼을 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남에겐 작은 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의미 있는 칼이다. 우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받은 선물이며, 그 칼을 가지고 여기 저기 여행을 했다. 여행하는 도중에 그 칼로 와인도 따는 등 즐거운 추억을 담은 칼이다. 한마디로 칼을 잃어버리면서 우리가 이번에 함께 간 제주도 여행은 마침표를 찍을 수 없게 된다.

제주도 바다를 쳐다보는 친구의 뒷모습
 제주도 바다를 쳐다보는 친구의 뒷모습
ⓒ Lu Hai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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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잃어버린 친구는 무표정으로 집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친구를 위로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공항에서 나왔다. 그 친구가 차를 가져오는 사이 다른 친구와 난 대화를 나누었다. '누가 그렇게 나쁠까? 왜 그런 물건까지 가져야 하는지? 공항직원이 왜 그렇게 성의가 없이 대답하는지?' 등 우린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생각했다. 막 얘기를 끝내자마자 공항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칼을 찾았다! 칼은 회전 테이블 사이에 빠져버려서 보이지 않다"고 직원이 말했다. 맥가이버 칼은 다시 주인에게 돌아왔다.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긍정적인 태도로 일을 해결해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지는 대개 사람들이 밀집한 곳이라서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나쁜 사람이 있지만 좋은 사람도 많다. 우리가 미리 미리 물건을 잘 가방에 챙겨 놓았으면 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돼버린 것은 모두 우리 탓이다. 여행 중에 좀 더 조심한다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 도둑이 훔쳐간 것 일수도 있지만... 스스로 조심하지 못해서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의심하는 나쁜 도둑은 부주의하게 물건을 보관해서 잃어버린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여행 중에는 도둑도 조심해야 하지만, 내 스스로가 내 물건을 잃어 버린 도둑이 되지 않도록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번에 칼을 잃어버렸던 일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같은 비행기를 탔던 모든 사람들을 의심했다. 그리고 공항 직원을 원망했다. 그 직원은 주어진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는데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그의 노력을 다 무시해버렸다.

만약 맥가이버 칼이 우리한테 돌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들 마음 속에는 나쁜 도둑과 무책임한 공항 직원만이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간 후 가족들, 친구들과 같이 제주도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 반드시 맥가이버 칼의 스토리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우리 입장에서 스토리가 구성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칼을 다시 부쳤는지, 상상된 도둑은 얼마나 나쁘기에 그 작은 칼까지 탐내서 가져갈 수 있는지, 그리고 공항 직원은 우리 일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응했는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다시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좋은 일은 좀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나쁜 일은 이내 널리 알려진다는 말이 있다. 한 입 건너 두 입, 우리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도둑이야기는 무척 빨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 가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서로 경계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나쁜 도둑, 무책임한 직원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도둑들 응모글



태그:#도둑, #여행, #공항,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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