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농구 전주 KCC의 기세가 무섭다. KCC는 지난 3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있었던 정규리그 원주 동부와의 첫 맞대결에서 88-84로 승리하며 4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 11월 6일 이후 696일 만의 4연승으로 2위 인천 전자랜드에 0.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포웰(21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과 전태풍(15점 5어시스트 2리바운드)이 팀을 이끈 가운데 김효범(17점 3점 슛 3개 3리바운드)이 외곽에서 확실한 지원사격을 펼쳤고 토종포워드 듀오 김태홍(16점 4리바운드 2스틸)과 정희재(10점 6리바운드)가 제 몫을 해줬다.

최근 약체로 전락한 KCC의 연승행진은 '뜻밖이다'라는 의견이 많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올 시즌 전망도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쉰 에이스 김민구(24·191cm)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가운데 선수층마저 얇아 기대를 걸기가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김태술(31·180cm)도 좋았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약체 KCC를 구원한 포웰의 위용

 전주 KCC의 리카르도 포웰 사진

전주 KCC의 리카르도 포웰 사진 ⓒ 전주 KCC


무엇보다 큰 문제는 취약한 골 밑이었다. KCC는 하승진(30·221cm) 외에는 골 밑 자원이 전혀 없다. 그나마 어느 정도 몫을 해주었던 노승준(27·196cm)은 군 복무 중이다.

이런 이유로 KCC 팬들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6·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3·203cm), 찰스 로드(30·200.1cm), 코트니 심스(32·205.1cm), 로드 벤슨(31·206.7cm) 등 빅맨 자원을 원하는 분위기였지만 5순위 지명권을 얻은 추승균 감독은 1라운드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33·191cm)을 선택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검증된 포워드 용병 리카르도 포웰(32·196.2cm)을 낙점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골 밑에서 상대 빅맨들과 싸워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지라 KCC팬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다. 설상가상으로 김태술과 하승진은 각각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으로 1라운드를 뛰지 못하게 됐고 정민수(27·192cm), 김지후(24·187cm)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이들이 모두 있다는 가정하에서도 하위권 후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팬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매우 깊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KCC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SK, 삼성 등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이제 1라운드 후반일 뿐이지만 애초 예상을 깨는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라운드에 뽑은 외국인 선수 포웰(14득점, 2.4어시스트, 6.8리바운드, 1스틸)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분석이다. KCC는 지난 시즌  타일러 윌커슨(27·202cm), 드션 심스(27·203cm) 등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은 바 있다. 이들은 득점력은 있었지만 다른 부분에서 역할이 미진했다. 설상가상으로 'BQ(바스켓 아이큐)'마저 낮고 거기에 맞출 의지조차 부족해 팀플레이에서도 악영향을 끼쳤다.

반면 포웰은 다르다. 비록 신장은 윌커슨, 심스보다 작지만, 팀 공헌도에서는 비교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포웰은 개인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정교한 슈팅과 돌파를 통해 고득점을 올릴 수 있지만, 자신의 득점보다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팀원들을 신경 쓰고 수비와 리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웰, 함께 하는 농구를 추구하다

현재 KCC 상승세에는 김태홍(27·193cm), 정희재(24·195cm)의 역할이 크다. 이들은 본래 3번 포지션에 속한 선수들이지만 팀 사정에 의해 4, 5번 빅맨 역할까지 맡는 상황이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 및 이름값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며 제 몫을 톡톡히 소화 중이다. 작은 신장에도 적극적으로 골 밑으로 달려들어 상대 팀 빅맨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리바운드를 따내는가 하면 득점에도 가세해 내·외곽에서 활약하고 있다. 8경기를 치른 현재 정희재(6.5득점, 3.8리바운드, 1.4어시스트), 김태홍(11.38득점, 4.9리바운드, 1.4스틸, 1.1어시스트) 모두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궂은일을 도맡아 수행하는 와중에서 이러한 성적을 올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골탈태가 아닐 수 없다.

정희재, 김태홍의 이러한 활약 속에는 포웰의 공로도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포웰은 그들이 움직이는 빈 곳으로 맞춤형 패스를 넣어주고 경기 전후로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해주는 등 선수 겸 코치 같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경험이 적은 그들이 흔들릴 때는 직접 나서서 상황을 해결해주는 안정감 있는 리더의 역할 역시 겸하는지라 여러모로 든든하다.

포웰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벤치에 있을 때도 끊임없이 동료들을 응원하고 팀 내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바쁘다. 국내 무대 초창기처럼 득점 기계의 위용은 떨어지지만 혼자 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하는 농구의 중심축에 서 있다.

이를 입증하듯 KCC는 최근 5경기에서 평균 4명 정도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 팀들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KCC로서는 최상의 경기내용이라 할 수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팬들조차 김지후, 정민수, 김태술, 하승진 등이 돌아오면 더 좋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분위기다. 포웰의 함께하는 농구가 KCC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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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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