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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언제나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사랑해요"하고 속삭입니다.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아이들한테 늘 "사랑해"하고 노래합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우리는 마음으로뿐 아니라 입으로도 '사랑'을 늘 나누면서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노래를 부를 적에도 '사랑'이라는 말마디가 으레 깃듭니다. 밥을 지을 적에도 사랑으로 짓자고 생각합니다. 마실을 다닐 적에도 함께 누리는 사랑이라고 돌아봅니다. 가볍게 소꿉놀이를 할 적에도 서로서로 아끼는 사랑으로 함께 웃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이 땅에서는 어느 일이든 사랑으로 하는구나 싶습니다. 살붙이끼리만이 아니라, 동무끼리만이 아니라, 이웃끼리만이 아니라, 누구하고라도 사랑스러운 숨결을 나눌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서로 아끼면서 돕는 마음이 흐른다면 다투거나 싸울 일이란 없으며, 다투거나 싸울 일이 없을 적에는 군대나 전쟁무기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 서로 사랑한다

겉그림
 겉그림
ⓒ 대원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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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작고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는데. 좋겠다. 나도 쓰담쓰담 받고 싶다. 소름 돋아. 서른이 넘은 여자가 이 모양이라니. 이건 중학생만도 못한 수준이야." - <솔로 이야기③> 본문 10∼11쪽 중에서

"뭐,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최선입니다. 고탄다를 많이 좋아했고, 요령 없는 나의 최선. 고탄다, 고마웠어. 덕분에 생각났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래, 이런 기분이었어." - <솔로 이야기③> 본문 20∼21쪽 중에서

타니카와 후미코님이 빚은 만화책 <솔로 이야기> 셋째 권을 읽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저마다 '홀로' 사랑을 꿈꾸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책입니다. 다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혼자' 살지는 않아요.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를 다닙니다. 집에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제자매가 있습니다. 이웃도 많고 동무도 많아요. 그저 '이성친구'나 '애인'이라 할 사람이 없는 채 '홀로'인 이들이 이 만화책에 고개를 살며시 내밉니다.

"추억을 담뿍 담은 이 옷은 그냥 티셔츠가 아니었다." - <솔로 이야기③> 본문 26쪽 중에서

"그때 말이야, 그 쇼핑백을 버렸단 걸 알게 됐을 때 엄청 충격 받고 망연자실했는데, 한편으론 조금 안도했어." - <솔로 이야기③> 본문 40쪽 중에서

곰곰이 헤아려 보면, 사람들은 으레 "혼자셔요?"하고 묻습니다. 짝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말일 텐데, 짝이 없다고 하더라도 혼자인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혼자셔요?"하고 묻는 사람하고 마주보며 함께 있으니까요.

게다가 혼자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짝 없는 외톨이'라 하더라도, 이녁이 깃들어서 사는 집을 짓거나 손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톨이라 하더라도, 이녁이 입은 옷을 지은 사람과 가게에서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톨이라 하더라도, 이녁이 혼자 찾아가서 밥을 사다 먹는 가게가 있고, 온갖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가게에 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를 모는 사람이 있고, 택시나 비행기를 모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있고, 의사도 청소부도 있습니다.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할 뿐인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함께 있습니다. 내가 하나하나 이름을 살피지 못할 뿐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터전을 함께 일구면서 삽니다.

"유일하게 오로지 야마다만이 내 편이었고 정말 기뻤기에, 그게 사랑이든 사랑이 아니든, 다음엔 내가 유일한 야마다 편이 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솔로 이야기③> 본문 60쪽 중에서

"인생에서 이런 장면이 몇 번째인 걸까. 몇 번씩 반복되는 건 내 잘못인 걸까? 일방적으로? 귀신한테까지 이런 소리를 듣다니. 하지만 난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어째서?" - <솔로 이야기③> 본문 71쪽 중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예쁩니다. 마음을 따스하게 기울여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가슴속에 품으니 예쁘지요. 짝사랑이어도 예쁘고, 풋사랑이어도 예쁩니다. 불타는 사랑이든 차가운 사랑이든 예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참 예쁘다

아이들하고 함께 그림놀이를 하면서 으레 '사랑'이라는 글씨를 넣습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은 벽에 찰싹 붙여서 아침저녁으로 바라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그림놀이를 하면서 으레 '사랑'이라는 글씨를 넣습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은 벽에 찰싹 붙여서 아침저녁으로 바라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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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되기에, 나부터 나를 한결 아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되면서, 나부터 나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조금씩 씩씩하게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차근차근 기쁘게 아침을 엽니다. 부풀거나 설레는 가슴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기에 얼굴에 기쁜 웃음이 피어납니다. 들뜨거나 신나는 가슴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니 온몸에 기쁜 숨결이 고루 흐릅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너는 오래 살아. 사랑 받으면서." - <솔로 이야기③> 본문 76쪽 중에서

"지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특별한 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싶고, 새로운 곳에서 살아 보고도 싶어. 그 언젠가가 언제인데? 언젠가는 언제지? 지금인지도 몰라." - <솔로 이야기③> 본문 90∼91쪽 중에서

만화책 <솔로 이야기>는 '홀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정작 '혼자'가 아니라고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손을 맞잡고 나들이를 다녀야 '혼자 아닌 삶'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살을 섞거나 입을 맞출 만한 누군가가 있어야 '혼자 아닌 몸'이 아닙니다. 먼발치에서 서성이더라도, 손을 잡을 만한 누군가가 없더라도, 따사롭게 피어나는 그윽한 꿈으로 웃음지을 수 있는 하루를 연다면 누구나 '함께 있는 넋'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선물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거든요. 사랑은 바로 내가 나한테서 끌어내거든요. 나를 내가 스스로 아낄 수 있을 때에 사랑이 되거든요. 남이 나를 좋아해 주기에 사랑이 싹트지 않아요. 내가 나부터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아껴서 제대로 삶을 짓는 길을 걸을 때에 비로소 사랑이 싹틉니다. 내가 나부터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나부터 나를 제대로 아끼지 못한다면, 남들이 아무리 나를 좋아해 준다고 한들, 나는 나부터 믿지 못하니 다른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못해요.

종이를 오려서 만든 조각글씨를 엮어서 '사랑'을 주고받습니다. 살면서 언제나 가장 깊고 넓게 누리거나 나누는 한 가지라면 바로 사랑이로구나 싶습니다.
 종이를 오려서 만든 조각글씨를 엮어서 '사랑'을 주고받습니다. 살면서 언제나 가장 깊고 넓게 누리거나 나누는 한 가지라면 바로 사랑이로구나 싶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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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스미, 너 뭔가 빠뜨린 거 없니?"
"응? 없는데? 짐은 가방뿐이었고, 생활비도 잘 챙겼고."
"그, 그거 말고. 어제 뭔가 받고 싶었던 사람이 저기서 시무룩해져서 있는데."
"아, 미안, 미안 아빠. 진짜 미안해." - <솔로 이야기③> 본문 138쪽 중에서

말 한 마디에서 사랑이 태어납니다. 따스한 기운을 듬뿍 실어서 들려주는 말 한 마디에서 사랑이 자랍니다. 기쁜 웃음을 곱게 담아서 가만히 노래하는 목소리에서 사랑이 퍼집니다.

아이들이 연필을 손에 쥐고 하얀 종이에 '사랑'이라는 글씨를 그립니다. 나도 연필을 손에 쥐고 하얀 종이에 '사랑'이라는 글씨를 그립니다. 크레파스를 꺼내어 빛깔을 입힙니다. '사랑'이라는 글씨 둘레에 알록달록 무지개 그림을 그립니다. 언제나 사랑을 떠올리고 가슴에 담자고 생각하면서 사랑 그림을 방 한쪽에 붙여놓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이 그림을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 <솔로 이야기③>(타니카와 후미코 글·그림 / 한나리 옮김 / 대원씨아이 펴냄 / 2015.09. / 6000원)

이 글은 최종규 시민기자의 누리사랑방(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솔로 이야기 1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대원씨아이(만화)(2012)


태그:#솔로 이야기, #타니카와 후미코, #만화책, #만화읽기,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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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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