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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몽골. 온통 눈으로 뒤덮인 도시.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몽골. 온통 눈으로 뒤덮인 도시.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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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
 고지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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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접경이라 몽골의 사회주의화는 빨랐다. 그 사실을 짐작케하는 조형물.
 러시아와 접경이라 몽골의 사회주의화는 빨랐다. 그 사실을 짐작케하는 조형물.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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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차가운 울란바토르 외곽지역을 걷는 노파.
 바람 차가운 울란바토르 외곽지역을 걷는 노파.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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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겨울

영하 40도의 거리
들숨 속으로 얼음조각이 딸려왔다
무연탄 난방의 낡은 호텔
이방의 사내도 쿠빌라이가 되고 싶다
울란바토르의 여자들은
말처럼 단단한 허리
완벽하게 둥근 엉덩이를 가졌다
하여, 모든 신음은 거짓이다

토해지는 날숨처럼 대책 없는 초원
풀이 베어진 자리에 도시가 들어선다
러시아의 피가 섞여서일까
도심에 붉은 등이 걸리면
스무 살 처녀들은 웃음이 헤퍼지고
말을 잃어버린 사내들은
그녀를 채찍질 해 국경을 서성이지만
패배자의 깃발 같은 하얀 입김뿐

길들여져 고분고분한 야생마
정복자는 정복하는 방식을 잊었다
어지럼증에 휘청대며 늙어버린 땅
올 굵은 실에 육포처럼 매달린 적장의 코와 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떠도는 전설
그것들 모두가 부활의 약속인양 아프고
위성항법장치로는 황제의 무덤을 찾을 수 없다.


태그:#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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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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