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상영작 표를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선 관객들

부산영화제 상영작 표를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선 관객들 ⓒ 성하훈


 2일 저녁부터 매표소 앞에서 노숙한 부산영화제 관객들

2일 저녁부터 매표소 앞에서 노숙한 부산영화제 관객들 ⓒ 성하훈


20년 성년이 됐지만, 긴 줄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고 길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워낸 원동력이 관객의 열정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게 매표소 앞에서 노숙을 불사하는 관객들의 모습이다. 하루 전부터 시작하는 밤샘은 전통이 됐다. 표는 한정돼 있고 원하는 사람은 많다보니 불가피한 일이다.

일반상영이 시작된 2일부터 티켓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터넷 예매가 매진된 영화를 구하기 위해 관객들은 2일 오전부터 줄을 섰고, 주말인 3일 이른 아침에 줄은 벌써 200m이상 늘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 관객들이었다.

이미 지난달 22일 인터넷 예매 첫날 8만장 이상이 팔리면서 주요 상영작은 인터넷 예매 분이 대부분 매진됐다. 당일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표는 작품 당 20% 정도. 이를 구하기 위해 24시간 대기와 노숙을 감수하며 영화표 한 장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태다.

그래도 밤샘 대기 여건이 많이 나아진 것은 20회를 맞으며 생긴 두드러진 변화다. 예전 남포동 시절에는 야외 노숙을 불사해야 했지만, 실내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그나마 사정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빠른 줄을 선택하기 위해 야외 매표소를 선택한 관객들도 많았다. 영화제 측은 이들 매표소에 한해 다른 곳보다 30분 먼저 문을 여는 것으로 열혈 관객들을 배려했다.

3일 오전 7시, 매표소가 문을 여는 8시 30분이 가까워 오면서 잠자던 관객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밤낮 기온차가 크다보니 담요나 두툼한 겨울 파카, 우천시를 대비한 비옷은 필수. 전날 야외나 실내에서 노숙을 한 관객들 중 일부는 종이박스와 돗자리 등을 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티켓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었다.

 3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영화제 표를 구하기 위한 열정으로 전날부터 노숙한 관객들이 매표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3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영화제 표를 구하기 위한 열정으로 전날부터 노숙한 관객들이 매표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 성하훈


이날 최고 관심작은 물고기 인간을 다룬 영화 <돌연변이>와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수호가 출연하는 <글로리데이> 등.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된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와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 등 이미 개봉했거나 현재 개봉 중인 영화도 관객들의 관심 작품에 포함돼 있었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까지 볼 수 있는 기회인지라 일반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도 인기 절정이었다.

3일 영화의 전당 실내매표소 맨 앞줄은 울산에서 왔다는 김형순씨였다. 김씨는 "전날 9시부터 자리를 맡아 놨고, 본격적인 줄은 11시부터 섰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예매는 여건상 어렵기 때문에 평일 상영작 1매만 예매했고 나머지를 구하기 위해 줄서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에 참여한지 5~6년 정도 됐다"면서 "예전에는 하루 3~4편을 관람했으나 올해는 2편 정도만 관람하고 다른 행사들을 즐길 예정"이라며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 위주로 작품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주로 20~30대들이 노숙을 불사하지만 야외매표소 앞에 형성된 긴 줄에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있는 50대 중년 여성도 눈에 띠었다. 그는 "서울에서 왔다"며 "표를 구하기 위해 전날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매진이 늦은 작품을 중심으로 인터넷 예매를 통해 3장을 예매했으나 비는 시간이 있어 아무 작품이나 1장을 더 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기작품들은 30분 안에 모두 매진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표를 구한 관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렇지 못한 관객들은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거나 반환표 등을 찾아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주말을 맞아 부산영화제의 티켓 전쟁은 절정을 이루는 모습인데, 특히 폐막까지 화제작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폐막일에 한글날 연휴도 끼어있어 8일까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인 4일 예매를 위한 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3일 아침 전날부터 밤을 샌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매표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3일 아침 전날부터 밤을 샌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매표 창구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 성하훈



부산영화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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