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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획하여 인터뷰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 기자말
청도, 삼평리는 아주 평화롭고 예쁜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길고 힘든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수 억원의 벌금에도 그들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싸웠다. 비록 송전탑이 들어섰지만, 그들은 아직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

지난 8월 말, 삼평리에서 열심히 싸우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할머니들을 직접 만났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 송전탑 투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할머니들은 진지해지셨고, 덤덤하게 삼평리 투쟁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아래는 인터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삼평리 투쟁의 시작.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싸움"
삼평리 할머니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삼평리 할머니들 삼평리 할머니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홍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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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평리 송전탑 투쟁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처음에, 삼평리가 송전탑 투쟁을 먼저 시작했고 그 이후에 풍각면 등 15개 동 사람들이 나서서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2012년도에 다른 동네들은 협상을 하게 되어서, 삼평리 혼자 투쟁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동네 어르신께서 어차피 삼평리는 송전탑이 세워지면, 땅을 버리게 될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젊은이들이 나서서 싸워보자라고 이야기하셔서 싸우게 되었다. 싸우기 위해서 이장을 뽑았지만, 그 이장은 싸우지 못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이후 송전탑 반대 투쟁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이장을 뽑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이장은 후에 찬성 쪽으로 돌아서며, 이장에게 도장을 맡겨 두었는데, 이 도장을 주민 의견서에 찍거나, 반대 쪽 사람들을 협박도 했다.

후에 싸움이 길어지면서 반대 주민들 또한 찬성 측으로 많이 돌아서게 되어서, 남은 주민들끼리 힘든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11월 공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격렬히 싸웠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고 우리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찬성 측과 한전이 짓는 마을 회관 공사를 반대 중이고, 재판 판결에 대해서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이 피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피해가 없으면 1억 7천만 원을 마을에 준단 말인가? 피해가 있으니 돈을 주는 거지... 그렇지 않은가? 피해가 없으면 한전 앞마당에 짓든가."

"힘들지만, 계속되는 싸움"

할머니께서 언급하신 책인 '삼평리에 평화를' 이 책에 삼평리 투쟁에 관해 자세히 적혀있다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셨다.
▲ 책 '삼평리에 평화를' 할머니께서 언급하신 책인 '삼평리에 평화를' 이 책에 삼평리 투쟁에 관해 자세히 적혀있다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셨다.
ⓒ 홍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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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격렬한 삼평리 투쟁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너무 많아서 하나씩 다 이야기 하려면 며칠 걸릴지도 모른다. 책 <삼평리에 평화를>이라는 책에 보면 우리가 열심히 싸웠던 내용이 많이 나오니 꼭 나중에 읽어보시길 바란다.

투쟁을 할 때, 늘 힘이 들었지만 용역이 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용역이 왔을 때의 이야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루에 20만 원씩, 심지어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도, 벌금을 매겼고, 걷잡을 수 없는 폭력도 우리에게 저질렀다. 용역의 폭력으로 할머니 한 분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의 투쟁도 더웠기도 더웠고, 격렬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사실 투쟁을 시작한 후부터 편하다는 생각보다 힘들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도 찬성 측과 한전이 짓는 마을 회관 공사를 막는 것도 힘이 부치기도 한다. 또, 한전과 동네 주민들과의 싸움으로 상처도 깊기에, 한전과 동네가 잘못한 점을 얼른 사과해 상처 받은 거 조금이라도 치유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철탑은 막지 못했지만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싸워 온 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밀양이나 삼평리나 여기까지 누가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삼평리 할매들이 마음을 너무 많이 다쳤다. 근데, 나중에 누가 이것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 한전 사장이 나와서 책임을 질것인가? 너무 궁금하다."

"함께 일어나 싸우자"

삼평리 옛 농성장 사진이다. 지금은 훨씬 더 튼튼하고 예쁘게 바뀌었다.
▲ 삼평리 옛 농성장 삼평리 옛 농성장 사진이다. 지금은 훨씬 더 튼튼하고 예쁘게 바뀌었다.
ⓒ 민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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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평리 투쟁은 7년간의 긴 투쟁이었고, 많은 투쟁에서 본보기가 된 투쟁이었어요.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며칠 전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4.3 평화 박물관도 다녀왔는데, 4.3사건이 제주도민의 아픔이었고, 제주 도민에게 필요없는 해군기지까지 들어서니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거기서 세월호 유가족, 용산 참사 가족, 쌍용자동차 가족들과 함께 무엇이 힘들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힘들었다는 얘기를 함부로 못할 것 같다.

마지막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기 모인 사람은  돈 많이 받으려고 자식 팔아서 하는 짓이다라는 이야기를 안 하겠지'라고 이야기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오늘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되는 날이 아닌가(인터뷰 당일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나 또한 손자가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서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잘 안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정말 그 분들 앞에서는 우리가 차마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분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사람들, #삼평리, #송전탑,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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