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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인 이아무개씨가 결혼 전인 지난해 6월까지 대마초, 필로폰, 코카인 등을 15차례 상습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해 '봐주기 수사, 판결' 논란이 일었는데요.

차기 총선을 책임질 거대 여당 대표의 사위가 마약을 복용했고,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다?! 발칵 뒤집힐 만한 사안임에도 세상은 영 잠잠합니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 감싸기에 급급하고, 검증의 칼을 들이대야 할 언론은 영 무디기만 합니다. 봐주기 당사자로 지목되는 검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 말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나'에는 여러 집단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 보수 정권에 우호적인 검찰과 보수언론 등등이 그 주인공이죠, '나'로 포섭될 수 있는 '우리'가 한 건 감싸고, 남이 한 건 헤집는 그 족적 짚어 봤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중인 농어촌 지방 선거구사수 농성장을 찾아 농성중인 황영철 의원과 대화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중인 농어촌 지방 선거구사수 농성장을 찾아 농성중인 황영철 의원과 대화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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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구하기 나서... "부모된 마음 똑같은데"

김 대표 사위 마약 사건이 불거지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곧장 '김무성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검찰이 봐주기 했다'는 지적에 "보통 검찰은 구형량의 반 이상이 선고되면 항소를 안 한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부모 마음'을 언급한 의원도 있습니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부모된 마음은 다 똑같은데 자식 못 이겨 출가시킨 부모 마음은 오죽하겠냐"라며 "이런 상황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연결짓기, 의혹제기로 정치공세를 삼는 것은 인륜적 금도를 넘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참으로 이해 폭이 넓고 상대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새누리당,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대통령의 고교 동창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화삼씨의 모친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 발행업체에 연루된 권기재 전 청와대 행정관은 권양숙 여사와 먼 친척인데다, 노무현 대통령 처남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략) 결국 온 나라를 도박의 깊은 바다에 빠지게 하고 도박참여공화국으로 만들어 서민을 죽게 한 '바다이야기'는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바다이야기'로 떠들썩하던 2006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유기준 의원(현재 해양수산부 장관)의 브리핑 내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의 어머니가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있고,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권양숙씨의 20촌 친척임을 나열한 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돈의 팔촌도 아니고 20촌, 측근도 아닌 측근의 어머니가 한 일까지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겁니다. 참여정부 시절 새누리당이 어찌했는지 기억이 선명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만약 문재인의 사위가 김무성의 사위와 같은 일을 했음이 밝혀졌다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트위터)

[언론] 권양숙 '20촌'까지 파더니... 마약사건은 '잠잠'

조국 교수의 지적처럼, 언론 또한 빠질 수 없죠.

2006년 당시 '20촌' 관계를 먼저 끄집어 낸 건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70대 노인의 말을 빌려 "권 여사와 (권 전 청와대 행정관이) 먼 친척이라고 해도 같은 동네 출신이고 하니 그런 게 작용을 안 할 수가 있나, 정확한 내용이야 우리가 몰라도 청와대 들어갈 때 주위에서도 다 그런가 보다 했지"라고 전했습니다. 권 전 행정관이 청와대 입성 당시 영부인이었던 권양숙씨와의 인척관계가 작용했다는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접근은 당시에도 비웃음을 샀습니다. <기자협회보>는 블로거 '도로시'의 글을 기사로 소개했는데요. '도로시'는 "성씨끼리 모여 살았던 것을 뭔가 엄청난 관련이 있는 듯 끼워 맞춘 것도 궁색한데 하물며 사촌도 아니고 팔촌도 아니고 20촌이라니... 허무 개그도 이런 허무 개그가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 20촌까지 끌어들여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뒤졌던 <조선일보>. 김 대표 사위 마약 사건은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기사를 검색해 보니, 마약 사건이 불거진 지 3주 가량이 지난 10월 1일 현재까지 지면에 실린 뉴스는 딱 네 건 나오더군요.

그중 2건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김 대표 사위 이씨 마약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의혹에 관해서였습니다. 변호를 맡을 당시 이씨가 김 대표 딸과 사귀는 줄 몰랐다는 내용의 최 변호사의 인터뷰, 재판이 진행 중일 때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김 대표의 인터뷰를 친절하게 실었습니다. 나머지 한 건은 '알고보니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했다'라는 짤막한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의 소극적인 접근은 비단 <조선일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최근 새누리당 출입 기자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백그라운드 브리핑 질문을 하지 않기로 '협의'했다는 게 새누리당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사위 마약 사건으로 심기가 불편한 김 대표를 배려한 걸까요? 김 대표가 비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기자들 역시 꿀 먹은 벙어리마냥 질문 하나 던지지 못한 채 졸졸졸 김 대표 뒤만 쫓아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추석 전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기자가 '사위 마약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김 대표는 "당신하고 인터뷰하러 온 게 아니야", "얘 좀 내보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 일화를 두고 '용감한 기자'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공당의 대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용감한 일'이 되는 상황입니다.

A씨는 단순한 마약투약자가 아니었다. 마약 매매, 수수 등 거래까지 했다.
 A씨는 단순한 마약투약자가 아니었다. 마약 매매, 수수 등 거래까지 했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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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누구는 감싸고 누구는 망신주고? 두 얼굴의 검찰

김 대표 사위 사건을 두고, 검찰은 '수사가 종결됐다'더니 '사실상 종결'이라고, 이후에는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니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입을 닫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걸까요? 검찰은 김 대표 사위 집에서 발견한 주사기에서 신원 미확인 DNA를 확보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등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씨를 상대로 적극적인 공범 수사를 진행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검찰은 김 대표 사위 집에서 발견된 주사기 17개 중 9개 주사기에서 이씨 DNA가 검출됐지만, 해당 주사기 투약은 범죄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씨가) 초범인데다 검찰수사에 잘 협조했다"며 구형량을 낮췄고,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는데도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김 대표 사위 마약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동부지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입니다. "수사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네요.

그런데 '마약 복용설'이 돌고 있는 김 대표 딸이 '나를 조사하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는 건 슬쩍 확인해줬습니다. 동부지검이 처음부터 입을 닫은 건 아니었습니다. 왜 항소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검토한 결과 항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는데요. 이후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노 코멘트'로 철벽을 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김 대표 딸에게 우호적인 정보는 흘리고, 검찰이나 김 대표 사위 및 관련자에 관한 불리한 정보는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입니다.

검찰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불과 몇 달 전에 보였는데요. 바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그랬습니다. 지난 7월, 특별수사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보수언론 1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특별 사면 대가로 5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쪽지에 남긴, 즉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완종 리스트 8인'에 대한 내용은 총 6쪽, 노건평 씨 1인에 대한 내용은 총 4쪽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공들여 설명한 노 씨에 대한 혐의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을 왜 그렇게 정성들여 나열했던 걸까요?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제외한 6인에 대해서는 계좌추적도 안 한 검찰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설명 한 줄 없었는데 말이죠. "'노무현 일가 망신주기'의 일환 아니냐"는 야권의 한탄이 나온 이유입니다.

여기서, 다시 첫 번째 질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만약 문재인의 사위가 김무성의 사위와 같은 일을 했음이 밝혀졌다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검찰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김무성, #사위, #마약, #검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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