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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김무성 "오늘까지만 참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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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여권 내 주도권 다툼이 청와대까지 가세한 공개적인 권력 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고집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공개 비판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당·청 간 정면충돌은 물론 여당 내 친박(박근혜) 대 비박 사이에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의 공개 비판 : 분명해진 박 대통령의 뜻

청와대는 30일 김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5가지 불가론'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은 지난해 10월 '상하이발 개헌론 정국'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청와대의 대응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났을 때만 해도 "정치권 논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거리를 뒀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태도가 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갑자기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5대 불가론을 주장하면서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가 당내 친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단순한 기법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직후였다(관련 기사 : 친박 공세 받아친 김무성 "안심번호, 야당 안 아냐").

청와대 관계자는 "민심 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이 우려된다"는 점을 비롯해 전화 여론조사의 한계, 당 내부 의견 수렴 없이 김 대표가 독단적인 합의를 했다는 점까지 조목조목 지적했다(관련기사 : 청와대 "안심번호 공천제, 민심왜곡·세금공천 우려").

이는 당내 친박 의원들이 내놓은 비판과 판박이였지만 무게는 남달랐다.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이날 새벽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된 여야 합의 내용을 보고받은 후에 나온 청와대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 정확한 의중이 담긴 발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최근 친박계 핵심이자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이 제기한 '완전국민경선제 불가론'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이 분명해 진 것이다.

가이드라인 내린 청와대, 한몸처럼 움직이는 친박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김무성 "청와대 관계자가 당대표 모욕...오늘까지만 참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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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여당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를 무릅쓰고 김 대표를 저격하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이날 오후로 예정된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박 대통령의 뜻과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의원총회에서 벌어질 싸움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바람직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도 우려스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게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하고 엇나가기만 하는 김 대표에 대한 사실상 불신임 뜻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공천제를 고집하면서 대통령 의중을 배제하고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는 '김무성 체제'를 더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냐, 김무성이냐를 선택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친박계도 청와대와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명분에 효과적인 공격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친박계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싸워보겠다며 세 결집에 나섰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야당 친노에 힘을 실어주는 안이다', '김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게 친박의 논리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책임론을 물어 김 대표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됐다.

1년 전엔 김 대표가 무릎 꿇었지만... 이번엔 예측 불가능

결국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의 총공세에 김 대표 측이 반박하면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공천제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내 특별 기구를 만들어 추가 의견 수렴을 하는 것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관련기사 : 김무성 "전략공천은 안된다", 공천논의기구 만들기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양당의 공식 기구에서 토론해 거부될 수도 있고 더 좋은 안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며 별도의 당 기구 설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김 대표와 청와대·친박의 충돌은 앞으로 더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친박도 마찬가지지만 김 대표로서도 이번만큼은 물러서기가 힘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에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비공개 진행을 종용하고 있다.
▲ 김무성 "비공개로 하자고, 비공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에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비공개 진행을 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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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로서는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 중 개헌론을 꺼냈다가 청와대에 완패한 쓰린 기억이 있다. 당시 그는 박 대통령의 진노를 사자 "죄송하다"며 제 발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취임 100일에 맞춰 "(김 대표의 개헌 언급이)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위 관계자)라며 확인 사살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정치적 모욕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와대와 김 대표의 공개 충돌 1라운드는 청와대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지만, 이번 충돌의  결말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총선 공천권을 두고 벌어지는 당내 계파 간 권력 다툼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가 이번에도 제 발로 무릎을 꿇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 대표로서는 이번 싸움에서도 밀릴 경우 자리를 지킨다 해도 '식물 대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반격 "청와대 지적 다 맞지 않다"

김 대표의 강경한 태도는 의원총회 직후 내놓은 작심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박계를 향해서도 "인신공격하지 말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라고 경고를 보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청와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5가지 비판에 대해서도 "청와대 지적이 다 맞지는 않다, 5개 중 1개만 맞다"라며 "여론조사 응답률이 2%밖에 안 된다는 부분을 빼면 맞지 않는 부분,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반박했다(관련기사 : 김무성 "청와대 지적, 5개 중 1개만 맞아").

김 대표는 또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라고 강조함으로써 물러설 뜻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김무성 "오늘까지만 참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를 청와대 관계자가 조목조목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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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그동안 청와대를 대해왔던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완전국민경선제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만큼 당내 우군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청와대와 친박계의 국민공천제 흔들기를 구태 정치로 반격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친박계가 차라리 솔직하게 전략공천을 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과거 정치 권력자나 세력들이 밀실에서 하는 전략공천을 또 하자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도 "우리 국회가 권력의 눈치만 보는 후진적 거수기 국회로 계속 남느냐, 국민의 눈치를 보는 선진적 민주국회로 바뀌느냐 그 갈림길에 있다"라며 김 대표 쪽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청와대발 물갈이설'의 타깃인 대구 지역의 유승민계 의원들도 김 대표 측에 설 가능성이 크다.

친박도 세 결집... 양측 전면전 불가피

친박계도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후 친박계로 무게 중심이 기울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연일 공천 룰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대립하고 있다.

특히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유 전 원내대표 사퇴 불가론이 당내에 우세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의 뜻대로 유 전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쫓겨난 경험도 있다. 당내에서는 청와대와 친박이 김무성 체제 와해를 목표로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청와대-김무성 전면전]

김무성 "나 혼자 다 했나? 청와대와 상의했다
입술 깨문 서청원, 김무성 작심 비판
김무성, 청와대와 전면전 "오늘만 참겠다"
친박 공세 받아친 김무성 "안심번호, 야당안 아냐"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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