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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4년째를 맞고 있는 박원순표 서울시정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서울시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는 이제 행정의 힘만으론 부족하고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참여해야 가능하며, 주변의 '작은 변화'를 '큰 물결'로 이룰 수 있다는 게 혁신의 골자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혁신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편집자말]
 지난 7월 1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청년의회에서 청년의원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청년의회에서 청년의원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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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서울시와 특별한 '약정식'을 맺는 6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른바 '희망 두배 청년통장' 약정식이다. 희망 두배 청년통장은 저소득층 청년들이 일정액을 2-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서울시가 저축액의 50%-100%까지 추가로 적립해주는 사업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가입자가 월 15만 원을 저축하면 100%인 15만 원을 붙여주고, 비수급자에겐 50%인 7만5천 원을 적립해준다.

998명의 지원자 가운데 600명을 우선 선정했다. 이번 달에는 추가로 400명을 더 선발하고, 앞으로도 매년 1천 명을 뽑아 혜택을 줄 계획이다. 적립액은 교육비, 주거자금, 창업자금, 결혼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대표이면서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한영섭(35)씨는 이 통장을 제안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한 모든 청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고도 국가의 정책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정책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저축에 대한 즐거움을 알고 경제적 자립 습관을 형성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대학생기자단 인터뷰)

"청년문제 전담부서 만들어달라"... 청년정책과 신설로 이어져

서울시는 지난 2013년 8월 제1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를 출범시켰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청년문제에 대해 관의 관점을 넘어 청년 본인들의 관점에서 해결해보려는 시도였다.

권한이 명확하지도 않고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닌데도 서울시 홈페이지나 SNS를 보고 만 19세부터 39세 청년이 249명이나 신청했다. 학생(40%)이 가장 많았지만 청년활동가(24%), 직장인(20%), 자영업·기업인(12%), 기타(4%) 등으로 다양한 부류의 청년들이 모였다.

청정넷을 운영하고 있는 권지웅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이에 대해, "일반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통로는 민원을 넣는 것 외에 없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친구들과 모여 협의하면 기존에 시도하지 못했던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노동, 주거, 생활안전망, 창업, 문화예술, 여성, 마을 등 13개 팀으로 나뉜 청년들은 팀별로 모여 협의하고 4개월 후 시에 20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지난달 출범한 희망 두배 행복통장도 그 중 하나이다.

특히, 올 1월 서울혁신기획관실에 새로 생긴 '청년정책과'라는 생소한 이름의 부서도 청정넷의 정책 제안이 이뤄낸 성과이다. 다양한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안에 청년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안에 의해서였다. 청년들의 정책제안이 서울시 조직까지 새로 만들게 한 것이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홈페이지.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홈페이지.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 청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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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제안이 어려우면 '작당모의'라도 해보고...

1기에 이어 작년 10월 출범한 2기 청정넷은 271명이 참가해 올 9월까지 1년간 활동했다. 이번엔 12개 팀으로 나뉘어 15개 정책을 제안했고 이중 10개는 서울시의 검토를 거쳐 현재 추진중이다.

청정넷 참여자들의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서울시의 정책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시와 조율 과정에서 예산이나 인식차이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면 낙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기부터는 소소한 아이디어, 즉 '작당'을 제안하는 여유가 생겼다. 반드시 정책으로 제안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내놓고 함께 검증해보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를 '작당 모의'라고 부른다.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상처받을 일은 없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회에 좋은 오지랖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오지랖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기 청정넷은 자체에서 추천을 받은 사람과 외부 지원자 등 197명을 '청년의원'으로 위촉, 지난 7월 19일 '청년의회'를 열어 새로운 정책제안 19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대학생 기자단'을 별도로 꾸렸다. 39명의 대학생 기자들이 서울시 구석구석의 현안들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관찰한 기사들을 작성해 블로그와 서울시 홈페이지, 오마이뉴스 등에 올렸다.

대화하고 토론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청정넷 1, 2기와 청년의회를 모두 합쳐 서울시에 제안된 정책은 모두 54건. 이 가운데 7-8건은 실제 서울시의 정책으로 반영이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는 부서별 검토를 거쳐 추진되고 있으나 예산부족이나 법적 문제 등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도 10건 가까이 된다.

이같이 청정넷이 제안한 것이라고 모두 실제 서울시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담당 부서의 타당성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되길 원하는 청년들과 관련 법규, 예산을 따져봐야 하는 해당 공무원들 간의 소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에는 각 부서의 과장, 팀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권지웅 청년명예부시장은 "간담회를 열어보니, 공무원 분들도 저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것 같았다"며 "청년들의 제안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 듣고 많은 부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책이 통과되어 실행되기까지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어요. 희망 두배 청년통장만 해도 제안에서 실행까지 햇수로 3년이나 걸렸거든요. 그러나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제안이 실행에 들어가는 모습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계열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아무 반대급부도 없는데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서울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을 때가 많다"며 "이들이 제안한 정책들이 보다 많이 채택되도록 각 부서 담당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1월경 제3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모집계획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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