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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가을 꽃 중의 대표격인 구절초, 개인적으로 하얀 구절초보다는 분홍빛이 도는 구절초를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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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구절초, 쑥부쟁이, 참취꽃, 감국, 산국 등을 통칭하여 '들국화'라고들 부릅니다. 그러나 식물명칭에 '들국화'는 없으며, 그저 '들에 피는 국화과의 식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극화과의 가을 꽃 중에서 대표격을 꼽으라면,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졌으면서도 그리 흔하지 않으면서도 제법 귀티가 나는 구절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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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가막사리 북아메리카 원산인 1년생의 귀화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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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구절초 같은 가을꽃도 있지만, 예쁠 것 별로 없는 꽃들도 피어납니다. 미국가막사리 같은 꽃이 그런 것이지요. 별반 소용도 없으니 잡초로 분류되는 꽃인데다가 꽃은 꽃같지도 않습니다. 그저 나중에 씨앗이 맺혔을 때, 잘 달라붙기 때문에 아이들 놀잇감이나 되면 좋겠는데, 요즘 시골에서 아이들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미국가막사리 혹은 못생긴 취급을 당하는 가을꽃들도 사실 구절초처럼 온갖 단맛 쓴맛, 단빛 쓴빛 다 겪으면서 피어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못생긴 꽃들은 사실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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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엉겅퀴 곤드레나물의 재료가 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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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나물로 먹는 고려엉겅퀴 같은 꽃들은 대접을 받지요. 밭에 심겨지기도 하고, 화단에 심기도 하고, 씨가 떨어질라치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집 가까운 곳에 훌훌 뿌립니다. 못생겼으면, 이렇게 맛난 나물로 변신이라도 해야할 터인데 그런 재주도 없으니 그냥 잡초, 못생긴 잡초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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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미꾸리낚시 미꾸리낚시와 고마리의 중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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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년 내내 준비해서 피운 꽃인데, 남들 시선이 무슨 문제겠습니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가 기죽을 필요도 없고, 나는 나대로 그냥 피어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이상 피어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나의 모습 그대로인데, 예쁘지 않다는 타인의 시선에 주눅이 들 필요는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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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득찰 끈끈함이 느껴지는 진득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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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판단에 너무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자잘한 꽃같지도 않은 꽃을 달고 피어나는 진득찰 같은 꽃이 다른 꽃 혹은 사람들의 평가나 판단에 민감했었다면, 이렇게 자신있게 피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꽃은 그 어떤 꽃이라도 주눅들지 않고, 행여라도 예쁜 꽃이라고 우쭐대지도 않습니다. 꽃에게서 배울 삶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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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풀 이슬을 맺은 토끼풀/초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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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입니다. 봄부터 여름 내내 피어났고, 이제 가을을 맞이하여 거반 끝물입니다. 끝자락을 잡고 피어났어도 단 한번의 기회이므로 최선을 다해 피어납니다.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늦게 피어났고 홀로 피어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피어난 친구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들 삶의 자세 그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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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꽃 꽃술에 동글동글 꽃밥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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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자세히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작은 곤충들이 저에게 오는 이유는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간식거리일 수도 있고, 사탕일 수도 있겠지요. 거저 수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연에서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어느 한쪽을 착취하는 일이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그럴 경우라도 그들을 멸절시키는 방법은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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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매화 꽃술이 마치 이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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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가만히 보면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있겠습니까? 꽃마다 다르고, 같은 꽃이라도 또 다르고, 그래서 자연의 묘미는 신비한 것입니다. 사람들도 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지만, 저마다 다르지요.

그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자연의 질서일 터인데, 사람들은 자꾸 다르면 차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세상, 그 세상이 과연 살 만한 세상일까요? 달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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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꽃 씨방의 모양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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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질풀꽃이 씨앗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맺은 씨앗도 다 출가를 시켰습니다. 긴 겨울 흙에 기대어 쉬다가 내년에 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까 꼬박 일년인 셈입니다. 그 어떤 꽃도 자연에서는 일년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지요.

그 질서를 깨뜨리면 모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속성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씨앗은 있으되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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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릿대 전국 산지의 풀밭이나 골짜기나 물가에 자라는 다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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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꽃들, 너무 작아서 옹기종기 모여서 비로소 한 송이 꽃인듯 피어나는 꽃, 그런데 저마다 다른 꽃입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 커다란 한 송이 꽃을 만다는 것을 보면 바다의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큰 물고기 형상을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바다의 물고기를 본 적도 없을 것이지만, 삶의 지혜는 바다나 육지나 다르지 않은 것이겠지요. 가을꽃, 예쁜 꽃도 있고 못생긴 꽃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모두 귀한 꽃들이요, 일년을 꼬박 준비해서 피어난 꽃이니 모두 예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자기 안에 피어낼 것들 모두 마음껏 피워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