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제시대 노동운동과 요즘 노동운동에 대해 강연회 하는 안재성 작가.
▲ 안재성 작가 강연회 일제시대 노동운동과 요즘 노동운동에 대해 강연회 하는 안재성 작가.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지난 9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안재성 작가라는 분이 강연회를 한다고 했습니다. 안재성 작가는 우연히 알게된 '이관술'이란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 저에겐 생소한 소설가지만 제가 관심많은 분야라 강연회에 참석 했었습니다. 안재성 작가는 1960년 생으로 강원대학교 축산과를 중퇴하고 강원 탄광촌을 시작으로 서울 구로공단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해왔으며 1986년 '동지'란 소설로 등단하고 파업,황금이삭,경성 트로이카,이관술,이현상 평전,거짓말 잔치(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실종작가 이태준을 찾아서 등을 펴낸 소설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파업'이란 소설로 제 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오후 7시경 북구청 옆에 위치한 오토밸리 4층으로 갔었습니다. 수십여명의 노동자와 활동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강단 현수막엔 "87년 노동자대투쟁 28주년 기념사업. 『파업』안재성 작가 초청 강연회. 일제강점기 노동자와 해방전후 노동운동."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안재성 작가가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백년전 우리네 생활과 지금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네요. 작년 세월호 참사에서 볼수 있었듯이 요즘은 제주도 같은 광광명승지만 수학여행 다니지 공장은 안가죠. 1920년대엔 주로 인천에 있는 성냥공장이나 금강산에 있는 조선인촌주식회사 같은 곳으로 수학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지금은 소고기가 비싸잖아요. 일제시대 땐 소고기 값이 돼지고기 값보다 쌌어요. 생선은 형편없이 쌌다고 해요. 책이 2원인데 그 2원으로 꽁치를 사면 400마리나 살수 있었습니다."

"1920년대 신문을 보니 동성애자가 비관자살 했다는 보도가 세 건이나 되었습니다. 동성애 여고생들의 동반자살도 있었구요. 그땐 무정부주의자나 공산주의자가 많았고, 성에 완전한 자유를 부르짓는 여성주의자들까지 다양했다고 합니다. 예로, 일제시대때 공산주의자 80% 가량이 양반계급 이었다고 하지요. 지금은 어떤가요? 도덕관념에 편중되고 반공주의자가 많지 않나요?"

"당시 인구가 2,500만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도 소설가나 시인,평론가가 있었는데 약 50여명이 활동 했었습니다. 일제시대땐 책 만들기도 힘들고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도 어려웠을 시대 였지요. 2,000부 정도 책이 팔리면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를 정도 였습니다. 이광수 조차 1만부를 넘지 못했으니까요. 지금은 인구는 두 배 밖에 안늘었는데 작가는 최소 1만 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요즘은 책 판매량이 10만부 정도는 되어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수 있어요."

빈부격차 이야기도 했습니다. 일제시대는 양반 중농까지는 집에서 부녀자들이 집접 옷을 지어 입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고기를 사먹을수 있고 학교 보내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주 극소수의 대지주나 서울에 집 한 채 더 사고 승용차 끌 정도 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빈부격차가 극단적이라 했습니다. 벽제갈비 8만 8천원, 타워팰리스 지하슈퍼의 물, 갈치 8만원 이라며 서민은 갈수도 사먹을수도 없는 부자들의 먹을거리 가격차이로 현실의 빈부차이를 비판 하기도 했습니다.

"정치는 어땠을까요? 일제시대엔 양반,평민,상민이 호적에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투표권이나 참정권,정당에 참여치 못하던 때 였어요. 여성운동,청년운동,노동운동 다 있었지만 극소수의 지식인만 참여하는 운동이었지요. 곰방대에 갓쓴 노인들이 많았고 상민들이 양반에게 절하지 않으면 하인들에게 매 맞던 시절 이었습니다. 요즘은 민주공화제로 정당이나 삼권분립이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구비되어 있는 시대죠. 그러나 계급적 본질은 더 심각한 차이와 차별이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어 노동자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노동자 이야기를 해보겠는데요. 1930년대 노동자들은 인력거나 인쇄소 직원 등 모두 합쳐도 50만이 채 안되는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대문밖 종연방직에 5백명,강주룡이 사장으로 있던 평양고무공장 등에 1천여명이 대기업 수준으로 지금 현대차나,중공업,삼성전자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임금 격차를 보면 공장노동자가 20원 정도, 교사나 기자가 40원 남짓, 군수가 80원 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훨씬 다층화 되어 있지요. 알바가 80만원 수준이고, 중소공장이 140만원 정도 되지요. 대기업 노동자 수천만원 된다지요? 임원급 임금은 수억원 된다고 하고요. 이렇듯이 임금 격차가 더 크고 복잡해졌습니다."

"노동시간은 어땠을까요? 일제시대엔 하루 12시간이 기본 이었습니다. 15원은 당시로 큰 돈이었습니다. 그 돈을 준다고 시골서 집단으로 여공을 모집해 공장을 돌렸는데 어린 여공들이 버티겠어요? 기숙사에서 도망 못치게 살벌하게 감시를 했지요. 높은 곳에 기숙사를 두었는데 탈출하다 추락하고를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87년 파업 이후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주 5일제로 외형상 나이진거 같지만 현실은 안그래요.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은 여전하고 힘든 일자리엔 취업을 거부합니다. 기숙사 탈출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요.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에 비해 비정규직 일자리도 못찾는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산업안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일제시대엔 안전시설이 전무했다고 합니다. 주물공장 풍경을 예로들어 설명했습니다. 뜨거운 용기를 들어 나르다 화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다반사 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산업재해는 엄청나게 일어나고 사망자나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조선소가 대표적인 공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용안정은 어땠을까요? 일제때도 비정규직이나 단기계약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몇개월,몇일 그런건 없었구요. 1년제로 시행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많았어요. 쿨리라고 하는 중국인은 70전,조선인은 1원,일본인은 1원 30전의 임금을 주고 일을 시켰습니다. 요즘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보다 더 많아졌지요.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훨씬 많아지고 알바노동자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계약직 계약기간이 3개월,1개월 단위로 간접고용 형태가 복잡해지고 노동자 권리가 나빠진게 현실입니다."

100년 전 노동운동 요구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대기업 위주로 노동조건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일 8시간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100 년 전엔 어땠을까요? 안 작가는 100 년 전 노동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일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쟁취한지 얼마 안되었잖아요? 100년 전에도 그런 노동자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이면서 회사에 요구한 것은 자료를 찾아보니 일일 7시간, 주 40시간을 요구했어요. 가족수당도 있었구요. 그땐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제가 있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이 극심하지요?"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87년 7월에서 9월 사이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 났습니다. 하루 아침에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아닙니다. 수천명의 대학생들이 노동운동을 하려고 노동현장에 들어갔습니다. 82년 이후 위장취업을 해서 노동현장에 들어가 학습 소모임을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온게 87년도에 대투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노동자도 공부를 해야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노동운동은 망합니다. 87년 이전처럼 학습 소모임을 많이 진행 시켜야 합니다. 감옥 갈 각오하고 학습 소모임도 열심히 조직하고 투쟁도 하고 해야 노동운동이 사회변화 동력으로 전환될수 있습니다."

안 작가의 강연회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노동자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노동운동은 망합니다."


태그:#안재성 작가, #파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