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주시청

관련사진보기


김승수 전주시장을 처음 만난 건, 지난 4~5일 전주시가 주최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 시장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등 저명 인사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얼마 전, 10년 전부터 추진해 사실상 결정이 났던 전주종합경기장 롯데쇼핑몰 유치 사업을 철회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관련기사 : "소득 3만불이면 행복?" 전주시장의 도발적 질문).

김 시장이 뒤엎은 롯데쇼핑몰 유치는 2012년(당시 전주시장은 송하진 현 전북도지사) 전주시의회를 통과해,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와 행정자치부의 투·융자 승인까지 받은 사업이다. 그가 말했듯, 전주시가 10년 전부터 진행해 온, 어찌보면 전주시의 숙원사업이었다. 

전국 지자체 사례를 다 뒤져봐도, 정부 승인까지 받은 사업을 기초단체장이 엎은 '사건'은 지금껏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롯데라는 대기업이었고, 김 시장은 2014년 당선된 일개(?) 초선 기초단체장이었다. 하지만 2012년 전주시의회를 통과한 롯데쇼핑몰 유치안을, 지난 7월 전주시의회 스스로 뒤집게 만들 정도로 김 시장의 의지는 강고했다.

문득 그가 무사할지 궁금해졌다. 24일 전주시청에서 만난 김 시장은 간혹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피로감을 쫓긴 했으나, "대한민국 혹은 전주라는 정체성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야지 쇼핑몰로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건 바보짓"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시장의 집무실은 매우 독특했다. 그의 책상은 앉은 키가 아닌 선 키에 맞춰 높이가 설계돼 있었는데, 그렇다보니 의자도 없었다. 김 시장은 "피곤할 경우,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서 일한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시장의 집무실은 매우 독특했다. 그의 책상은 앉은 키가 아닌 선 키에 맞춰 높이가 설계돼 있었는데, 그렇다보니 의자도 없었다. 김 시장은 "피곤할 경우,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서 일한다"고 말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인터뷰를 위해 들어간 김 시장의 집무실은 매우 독특했다. 그의 책상은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의자도 없었다. "피곤할 경우,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서 일한다"는 김 시장은 집무실 원색 벽면에 적힌 여러 글귀 중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라는 문장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전주종합경기장에 롯데쇼핑몰이 들어와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구도심에 위치한 전주종합경기장은 지리적으로도 전주의 배꼽이자, 심장부이다. 또 전라북도에 처음 생긴 경기장이다. 1963년 넝마주이와 구두닦이가 돈을 대고,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환갑잔치할 돈을 기부하고, 전주교소도 재소자들이 물건 만들어 판 돈으로 만든 경기장이다. (전주종합경기장에 담겨 있는) 전주가 갖고 있는 기억을 지우고 그곳에 쇼핑몰을 짓는 것은 시장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롯데 측은 공문을 통해 '일방적인 사업 변경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일방적으로 협약을 해지하면 법적 대응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는 의견을 전주시에 전달했다. 이에 맞서 김 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시의회까지 철회안에 동의했는데, 만일 롯데가 전주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소송을 제기해 온다면 시민의 이름으로 전면전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김 시장이 롯데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이유와 이를 가능하게 한 그의 시정 철학을 들어봤다. 아래는 그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전주 먹거리는 전주에서... '독립경제' 꿈꾼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라고 적힌 벽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도시는 기억의 집합이다"라고 적힌 벽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 지난 4~5일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2015 전주(아래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국제회의 전후의 변화, 혹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은.
"국제회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던질 수 있었다. 현재 전주시는 국제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정책화,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의아해 하는 분들도 많다. '지향점, 가치를 던질 순 있지만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국제회의에서 개·폐막 강연을 했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국제생태문화협회 대표와 전주를 떠나며 두 시간 정도 대화를 했는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말하더라.

전주시는 지역순환경제보다 더 강한 의미로 전주독립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식량 자급도시가 돼 보자는 것이다. 이는 호지 대표가 말한 '지역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엥겔지수를 갖고 전주시민의 먹거리 비용을 계산해보니 농축산 합쳐 1조 원에 달하더라. 하지만 이 중 전주에서 생산하는 것은 1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5000억 원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이게 전주 경제를 움직이는 축이 돼야 하고, 지역 경제의 틀이 되는 것을 넘어 시민의 먹거리 주권을 찾는 기재가 되는 것이다."

- 전주종합경기장에 들어오기로 한 롯데쇼핑몰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롯데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롯데쇼핑몰을 전주종합경기장에 들일 수 없는 이유를 말해달라.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투자 유치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쇼핑몰이 없는 곳이 없다. 쇼핑몰 때문에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이 전부 복제되고 있다. 도시 한가운데 쇼핑몰이 있고,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옆에 맥도날드가 있고, 그 옆에 휴대폰 가게가 있는….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똑같아지니 그 안의 사람들의 삶 역시 다 똑같아지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한여름 주말 오후,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쇼핑몰에 들어가 있지 않나. 이는 시민 대부분이 먹는 것, 보는 것, 사는 것 등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대한민국 시민의 삶이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쇼핑몰(을 막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한 쇼핑몰이 들어오면 주변 소상공인의 상권이 거의 초토화된다. 전주 뿐만 아니라 어디든 그렇다. 롯데에선 일자리가 늘고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일자리 2000개(비정규직 포함)가 생기는 만큼 쇼핑몰 밖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또 그곳에 입점해 들어가면, (쇼핑몰에 내는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의 마진율도 떨어지고, 공간도 롯데가 옮기라면 옮겨야 하는 등 노예처럼 생활하게 된다.

더해 대한민국 혹은 전주라는 정체성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야지 쇼핑몰로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건 바보짓이다. 다양한 특성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같아지는 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전주의 경우, 인구는 안 늘어나는데 도시가 팽창하면서 구도심이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방식으로 구도심을 아파트가 잠식하고 있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구도심은 원석 역할을 할 것이다. 남루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소중한 공간이다. 아파트 가득한 신도시를 보려고 전주를 찾는 사람은 없다."

"시의회 '철회안 통과... 롯데, 예상 못했을 것"

- 2012년 롯데쇼핑몰 입점안을 통과시킨 전주시의회가 이번엔 입점 철회안을 통과시켰다. 어떤 과정을 겪었다.
"설득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10년 전부터 진행된 사업인 데다, 의회 입장에선 입장을 번복하고 자기부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해당 지역에선 이미 투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그 지역 의원들은 특히 저항이 심했다.

철회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힘든 점이 많다. 처음 시장이 되고 간부회의를 열어 롯데쇼핑몰 철회를 이야기했을 때, 단 한 명도 동의해주지 않았다. 지금도 이와 관련해 공직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쇼핑몰을 통한) 낙수효과를 이야기하고, 내가 구상하는 것을 구상유취(입에서 젖내가 난다, 즉 말과 행동이 유치하다는 의미 -기자말)와 같은 발상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생각을 깨는 게 목표다. 어쨌든 롯데쇼핑몰 건은 '경제를 선택할 것이냐, 새로운 미래가치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다.

- 롯데의 반응은 어떤가.
"롯데에선 '설마 시의회에서 (철회안을) 통과시킬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 전북의 유일한 백화점은 전주에 있는 롯데백화점이다. 아직 경쟁자인 신세계, 현대가 전북에 발을 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는 롯데쇼핑몰을 전주 상권 뿐만 아니라 전북 전체의 상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생각했을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주시청

관련사진보기


- 롯데와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기 초반 본인의 계획을 한창 추진해야 할 시기인데, 힘이 롯데와의 싸움에 쏠리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쨌든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고, 그 부분에 힘을 많이 쏟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송이 시작되면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것을 1차 방어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1년 동안 전주를 찾는 관광객은 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걸맞는 켄벤션센터가 없어 전주는 관광도시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국비 300억 원을 받아 전주종합경기장 한 켠에 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인데 만약 소송에 들어가면, 롯데는 이를 빌미로 전주종합경기장을 건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국비가 내려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컨벤션센터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번 롯데쇼핑몰 건은 전주라는 도시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란 생각이 든다. 롯데쇼핑몰 입점을 막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도시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중요한 사건이다."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김승수, #전주시장, #롯데, #쇼핑몰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