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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에게 남겨놓고 간 아픔의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진정한 치유와 반성 없이 상처는 덧나고 분노는 증식되어 이 땅을 어지러이 배회하고 있다.

일본은 식민지 건설에서 '유곽'이라는 공간을 설치하고 이에 더해 요정과 색주가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몸을 성적 착취의 제물로 삼았다. 대한민국은 독립이후에도 일본을 경제적 파트너로 삼으면서 일본이 만든 성적착취의 공간을 지속, 확장하였다. 민족의 생존과 안보를 이유로, 여성을 제물로 삼아 성장하고, 그 결과 엄청난 규모의 성매매 산업을 키웠다.

그 한 편에 '자갈마당'이 존재한다. 그저 지우는 것이 아닌 진정한 치유와 반성은 어떻게 가능할지, 기억하고 살아갈 공간으로 여성인권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 일대 속칭 '자갈마당'은 일제가 역전주변에 만든 유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60~70년대 산업화의 곤궁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공공연한 인신매매가 이루어지는 여성인권유린의 현장이었지만 모두가 외면한 곳이었고, 80~90년대 성산업의 번창 속에 성매매알선업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 곳이었다.

조직폭력배들의 이권다툼으로 범죄가 여전히 만연해 있고,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지역 시민들에게 불안하고 두려운 장소이기도 하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잠시 주춤했던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의 불법행위는 경찰의 단속이 뜸해지고 지자체의 정책 부재 속에 지속되어 왔다.

현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일대는 지하철 3호선 역사와, 중구 도심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북성로와 불과 반경 1km이내에 있고, 수창초등학교가 인근 200m이내 위치하고 있다. 더 주요한 변화는 바로 옆 KT&G 부지에 1,000여 세대 규모의 고층아파트 신축공사다.

2014년말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의 급작스런 고공행진으로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간 관리 포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빼앗길까봐 여성들을 앞장세워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경우 집결지 정비, 폐쇄정책은 도시 정비나 개발업자들에게 내맡겨, 조직적 범죄자들이 개발의 직접적 당사자가 되어 막대한 개발이익을 서로 챙기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아예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미루었다.

반면 여성들은 폭력적 방식으로 밀어붙이기식 개발이 될 때 업주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넘겨지거나 업주들의 필요에 의해 시위에 동원되기도 한다. 당장 다른 곳으로 떠나야하는 여성들은 생계대책이 막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주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없이 그저 나오라고 내모는 것은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그녀들의 요구는 '성매매를 지속할 상황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다른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빈곤계층 여성들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로의 자유로운 이동과 다른 방식의 생계수단을 당장 찾으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요구다.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개발'과 '단속'이라는 폭력적 밀어내기가 아니라 지지와 지원이라는 전폭적 인권의식을 가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구여성인권센터는 2015년 9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인권교육센터 강당에서 "기억하는 역사 살아갈 역사 속 성매매집결지를 넘어 여성인권의 길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의 정비와 여성인권지원에 대한 대구시민여론을 파악하고 지역 각계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발표한 이번 토론회는 전국적인 성매매집결지 폐쇄와 정비를 위한 사업이 완료되거나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구의 경우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주변의 1천여세대 아파트 건립과 인근 지하철3호선 역개통 등 지역의 변화와 맞물려 이에 대한 긴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기획되었다.

<대구시민 성매매관련 연구조사 '대구시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코뮤니타스에서 진행한 대구시민 설문조사에서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폐쇄 후 공간변화에 대해서 여성인권 역사공원이 32.4%, 복합문화예술벨트 29.4%라고 답해 감추고 싶은 역사적 장소이지만 반성하고 치유하는 장소로 탈바꿈 되길 원하는 대구시민이 많았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이주비 및 생계비와 더불어 사회정착을 위한 지원금을 지원하자는 답이 38.8%, 이주비와 일정기간 긴급복지 지원형식의 생계비 지원이 32.3%, 이주비 정도만 지원하자가 18.3%였고, 경제적 지원을 반대한다는 8.1%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대구시민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구시민이 성매매집결지 공간을 역사와 문화, 인권의 공간으로 만들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조사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집결지 정비의 방향과 적확히 일치했다.

이번 토론회 전 2015년 3월부터 9월 초까지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에 현재 머무르고 있거나 최근에 나온 경험여성들과 20회차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년을 자갈마당에 있었던 여성은 세상에 복수하듯이 막살아 보겠다고 자갈마당에 왔지만 그 곳 여성들은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자갈마당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힘겹게 이어져왔던지 그녀들의 얘기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다. 우리 사회 여성들에 대한 왜곡된 낙인을 걷어내고 여성들을 만나야 한다.

여성들은 거의 24시간 대기상태에서 손님을 맞아야 하고 영업준비부터 밤새 홀박스라는 영업장 공간에서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까지 성매매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거의 매일의 모든 시간이다. 또 몸을 씻고 화장하고 머리하고 옷 입고 성매매를 위해 개인이 치장해야 하는 모든 비용과 성구매자에게 주어지는 음료수, 콘돔 등의 모든 것들이 여성들이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다.

물론 여기서 업주의 몫은 어김없이 50%, 현관 이모 10%를 떼어주고 남는 돈에서 제한다. 여성들은 돈이 없어 일을 시작하는데 성매매를 하기 위해 드는 일상의 모든 돈을 지출형식으로 받아 그것이 빚이 되고 이를 30일을 꼬박 채워서(일한 날짜가 30일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계산은 한 달 반이 걸리기도 하고, 두 달이 걸리기도 한다) 정산 받는 날 모두 제하게 된다.

"저게 골병든다니까, 정말로.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자기네들 애인하고 성관계 하는 거로 생각하나봐. 그게 아니거든. 그러다 보면 힘을 안 쓸 수가 없어. 조금이라도 안 부딪혀야 하잖아… 그러다 보니까 맨날 몸살처럼 아프고 뼈 쑤시고 그래."

성구매자들을 응대하는 일 자체의 육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절대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성매매는 여성들을 피임약 부작용 등을 포함한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등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게 만든다.

여성들은 성매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의 생활이 폐쇄적이고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외부의 정보나 지원에 차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당장의 주거도 없는 상황에서 내부의 업주나 소개업자 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바라는 지원은 주거와 생계비 지원이다. 여성들은 자신이 머물렀던 곳이나 돌아오고 싶지는 않은  '자갈마당'이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와 쉬어갈 자리가 있는 공원 같은 곳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자갈마당 집결지 여성들에 대해서는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자갈마당이라는 불리는 지역에 대해서는 자갈마당의 역사를 기억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여성인권이 담긴 문화의 공간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예산마련은 내부공간의 적절한 배치와 개발을 공존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매력적인 발상으로 공간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닐까.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이 미래를 위한 가치로 역사와 문화가 복원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고민되고 논의되어져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대구는 수치와 무지를 반성하고 인간이 중심에 놓이는 살고 싶은 곳으로 변화하는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권위와 함께 하는 시민기자단이 꾸려가는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글쓴이 신박진영님은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상담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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