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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산리 마을카페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제조법을 만들고 전수한 고영주 카카오봄 대표. ⓒ 안홍기
"신산리 마을카페에 앉아 녹차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물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것, 너무나도 보석 같은 경험이 될 거예요."

한국 쇼콜라티에(초콜릿 공예가) 1세대 고영주 카카오봄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했다. 제조법을 개발하고 전수한 사람이니 당연히 추천할 수 있겠지만, 제주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설명하는 고 대표의 말에서는 자부심과 함께 어떤 설렘 같은 게 묻어났다.

사실, 고 대표를 인터뷰하러 간 건 기자의 오해 때문이었다. 맛있는 제주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레시피를 개발·전수한 게 고 대표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재능기부라고 지레짐작했다. 서울 유명 쇼콜라티에의 재능기부와 제주 토박이들의 열정이 만나 제주도 명품 아이스크림을 탄생시켰다는 '아름다운 나눔'의 줄거리를 미리 짜놨다.

하지만 "돈 받고 한 컨설팅"이라는 고 대표의 말 한마디에 준비해놓은 '인터뷰 설계도'는 산산이 조각났다. 돈을 받고 만들어줬을 뿐이라면 그게 기삿감이 되겠는가. 하지만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 대표의 모습에선 여느 '유료 컨설팅 사례'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애정이 묻어났다.

"기술 존중에 감동... 역사에 남을 아이스크림 만들기로"
제주올레 3-B 코스가 지나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새로 문을 연 마을카페. 주민들이 이 카페의 주메뉴 녹차 아이스크림을 준비하고 있다. ⓒ 안홍기
제주도 신산리 마을카페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제조법을 만들고 전수한 고영주 카카오봄 대표. ⓒ 안홍기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고 대표에게 녹차 아이스크림·초콜릿 컨설팅을 문의한 건 지난 봄. 본래부터 "걷는 게 유일한 스포츠이자 낙"이라는 고 대표는 이미 올레길 여행을 두 번 다녀온 상태여서 제주올레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단번에 응하진 못했다고 한다.

땅콩 아이스크림, 한라봉 아이스크림 같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사례도 있었고, 오설록 녹차 박물관같이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진 곳도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대표는 "컨설팅을 의뢰하는 제주올레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회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전문가가 와서 좀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고자 하니 도와줄 수 있겠는가, 상품 개발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겠다'는 이야기였어요. 제주올레 쪽의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 내가 가진 기술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는 거예요. 거기에 감동받았고 신뢰감이 생겨서 시작했어요. 사실, 계약대로라면 10개만 해주고 오면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50개나 해준 셈이 됐죠." 

일을 맡은 즉시 제주도 땅을 밟은 고 대표는 다시 한 번 감동받았다고 한다. 새로 열 마을카페에 대한 신산리 주민들이 관심이 매우 높았고,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아무거나 만들진 않겠다'는 생각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카페를 하시겠다는 주민분들에게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가장 맛있고 좋은 걸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역사에 남을 아이스크림, 우리나라에 없었던 아이스크림, 맛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신산리에 또 오게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에 모두가 의견 일치를 봤죠. 그러자면 만드는 과정이 좀 더 불편해져야 했고 원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카페에서 최고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만들어 팔고 있는 신산리 마을사람들. ⓒ 신산리 마을카페
고 대표와 신산리 주민들은 마을카페를 통해 하려는 일의 가치와 본질을 공유하고 협업을 시작한 셈이다. 고 대표는 "차트를 펼쳐놓고 초콜릿의 기초부터 시작했다, 새벽부터 밭일을 하다가 와서 조는 분도 계셨지만 강의를 하다 보니 어느새 깨어나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배우고 있었고 질문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열의가 대단했다"라면서 "그저 레시피 컨설팅하는 계약으로 시작했다가 신산리 주민들의 멘토가 됐고 이제는 그들의 동료가 됐다"라고 말했다.

"사실 제주도로 출장을 가면서는 일은 일대로 하고 나머지 일정은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신산리에서 너무 열심히 일했어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신산리 사람들에게 동화돼버린 거에요."

그렇게 탄생한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마을카페에 대해 고 대표는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다. 재능기부가 아니라 계약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신산리 사람들도, 고 대표도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는 사이가 됐다. 함께 만든 아이스크림·초콜릿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벨기에에서 초콜릿을 공부한 뒤 쇼콜라티에 경력 14년, 서울 서교동과 이태원에 수제초콜릿 전문카페 카카오봄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의 시각으로 본 제주 신산리 마을카페는 어떨까.

"좋은 메뉴와 그에 걸맞은 장소가 딱 맞아떨어진 곳이 신산리 마을카페에요. 올레길을 걷고 있는 순간 이미 인생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그 순간에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의 좋은 단맛을 더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겠죠."

○ 신산리 마을카페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33
전화번호 : 064-784-4333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카페에서 마을 특산품인 차광재배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 안홍기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신산리, #녹차아이스크림, #고영주, #카카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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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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