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대표팀이 2015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 도전장을 던진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7일 진천 선수촌에서 결단식을 갖고 오는 23일부터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아시아 선수권에 참가한다.

이번 대회에는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최소 4위 안에 들면 최종 예선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남자농구는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1997년 사우디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실질적인 사령탑이 바로 김동광 감독(공식 사령탑은 고 정광석 총 감독)이었다.

하지만 이번 농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전망은 썩 밝지 않다. 한국농구는 지난해 홈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그 이후 대표팀 운영에 사실상 손을 놨다. 사령탑 인선부터 난항을 겪으며 6월 말에야 김동광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할 시간도 턱 없이 부족했다.

아시아 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끌던 지난 해도 지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해외 전지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최소한의 구색을 갖췄다. 아시안게임 직전 출전한 농구월드컵으로 다양한 실전 경험과 세계 농구의 흐름도 익혔다.

총체적 난국 한국남자 농구대표팀

하지만 올해는 농구협회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표팀 운영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고, KBL도 리그 운영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대표팀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명색이 국가대표팀인데 전력 분석팀이나 장비 등 변변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팀과의 평가전이나 전지 훈련은 지난 8월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 출전이 사실상 유일했다. 대회 개막이 코앞인데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만나게 될 상대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아시아선수권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보다 대표팀의 전력은 하락했지만 아시아 농구의 추세로 떠오른 귀화 선수 영입 등도 예산과 행정적인 문제로 이번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현 대표팀 최종 구성 역시 난항의 연속이었다. 김동광 감독은 애당초 아시아선수권까지 부족한 준비 기간을 고려해 프로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려고 했으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존스컵 이후 하승진과 윤호영 등이 부상으로 탈락하고 강상재-문성곤-최준용 등 대학생 멤버들이 추가로 발탁됐다. 일관성 있는 세대교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상의 전력도 아닌 지극히 어정쩡한 대표팀이 탄생했다.

더구나 아시아선수권 개막이 코앞인 상황임에도 대표팀은 여전히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에 전념해도 모자랄 대학생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팀의 대학 리그 경기 출전은 물론 친선 경기에 불과한 연세대-고려대 정기전까지 차출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혹시라도 소속팀 경기 중 부상자라도 발생한다면 대표팀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관련 기사 : 동네 농구만도 못한 농구대표팀, 이대로 괜찮나).

이처럼 동네 농구만도 못한 후진적인 대표팀 운영은 한국 농구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아시안게임처럼 주목도가 높은 종합 대회가 열릴 때만 성적을 내기 위해 반짝 올인하고 대표팀에 대한 장기 투자나 시스템 확충에는 늘 뒷전이었던 농구계의 무능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

한국농구의 추락한 위상은 외부의 평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지난 16일(한국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아시아 파워랭킹을 9위로 평가했다. 한국의 공식 FIBA랭킹은 28위로 이란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 3위지만 매주 집계하는 파워랭킹에서는 신흥 강호 필리핀은 물론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대만에게도 밀렸다. 물론 FIBA 랭킹이 각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농구에 해외에서도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김동광 감독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최소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농구는 2009년 톈진 대회(7위)를 제외하면 4강을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번엔 4강조차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아시아농구에서 한국의 위상이다. 중국, 이란은 물론이고 필리핀이나 대만 등도 더 이상 만만치않다. 요르단 등 전력이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는 팀들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팀이 수준급 귀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이 중에는 NBA 경력을 지닌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

냉정히 말해 이번 대표팀의 현 상황은 한국농구의 대표적 흑역사로 꼽히던 2009년때보다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당시 허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프로 최정예 멤버로 구성됐지만 부상자 속출과 짧은 준비 기간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표팀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전력은 그때보다 더 약해졌고 준비와 지원은 더 열악했다.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한국농구의 현 주소를 감안할 때 어쩌면 이번 대회에서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가뜩이나 농구계가 각종 악재로 어수선한 가운데 국제 대회 성적마저 부진을 거듭할 경우 한국농구를 바라보는 대중의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어디를 봐도 긍정적인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믿을 구석이라고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뛰는 '선수들의 투혼과 책임감' 뿐이라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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