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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부모의 경제력) 격차에 따라 교육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교육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오늘의 교육 불평등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귀족학교(貴族學校) : 귀족 또는 고위층 인사의 자제들을 위하여 특별히 세운 학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귀족학교의 뜻이다. 한국에 사전적 의미의 귀족학교는 없다. 특정 계층만을 신입생으로 모집하는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우리 사회에서 귀족학교 논란은 지속해서 벌어졌다. 특히 최근 들어 '입시 명문'으로 떠오른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둘러싼 귀족학교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난하더라도 누구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다. 교육의 기회 균등을 보장한 헌법 31조 1항과 달리, 가난하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2014년 국민 3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9.8%)은 원하는 단계까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형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목고·자사고의 치솟는 학비에, 교육 불평등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들 학교가 계층 이동을 막고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보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일반고 학부모는 "성적 최상위권 아이들은 특목고에 가고, 상위권 학생이나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학생은 자사고로 빠진다"라면서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은 슬럼화된 공립학교에 간다"라고 꼬집었다.

특목고·자사고의 서울대 진학률, 일반고 압도

 학교 유형별 서울대 입학생
ⓒ 봉주영

최근 3년(2013~2015년) 동안 일반고(자율형 공립고 포함)를 졸업한 서울대 입학생은 5328명이다. 같은 기간 일반고 졸업생이 147만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매년 일반고 졸업생 1000명 당 3.6명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셈이다.

특목고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은 일반고와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3년간 특목고를 졸업한 6만4000여 명 중에서 2805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특목고 졸업생 1000명 당 43.5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고 서울대 진학률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사고 졸업생의 서울대 입학률도 일반고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3년간 자사고 졸업생 5만2000여 명 중 1662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1000명 당 입학자 수는 31.4명으로, 일반고 서울대 진학률의 8배에 이른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전국 학비 1위 민족사관고 2600만원, 공립 고교의 10배

 서울대 입학 상위 10개교 특목자사고 학비
ⓒ 봉주영

문제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1년 학비가 쉽게 입학에 엄두를 낼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5년 가장 많은 서울대 입학생을 낸 학교 10곳의 1년 학비(2015년 학교별 세입 예산안 기준, 등록금과 급식비·방과후학교활동비·기숙사비 등 수익자부담 비용 모두 포함)를 살펴봤다.

서울예술고의 1년 학비는 1인당 962만 원이다. 이는 서울 강북구의 한 일반 공립 고등학교 1년 학비(263만 원)의 3배를 웃돈다. 인문 계열에서 고교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외고는 어떨까. 대원외고 학생들은 1년 동안 987만 원의 학비를 부담한다. 대일·명덕외고의 1년 학비는 각각 1106만 원, 1040만 원이다. 모두 일반고 1년 학비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공립학교인 과학고의 1년 학비는 외고에 비해 쌌지만, 일반고에 비해서는 2~3배 비쌌다.

자사고 1년 학비는 외고보다 비쌌다. 용인한국외대부설고의 학생 1인당 1년 학비는 1247만 원이다. 일반 공립고 학비의 5배에 가까웠다. 최근 입시부정 의혹이 제기된 하나고의 1년 학비는 1431만 원으로, 일반고 1년 학비의 5배를 넘었다. 민족사관고는 우리나라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고등학교다. 1인당 1년 학비가 2598만 원으로, 일반고 학비의 10배에 가까웠다.

위에 언급된 자사고에 다니는 한 교사는 "학생 중에는 사회지도층·고소득층 자녀가 많다. 또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들어와도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강남 지역 학생들이 이 전형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면서 "학교 내부적으로도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주변 학교 학생들 역시 위화감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이성대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계층의 자녀들이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하고 계층 대물림 현상이 일어난다, 이들 학교가 사실상 귀족제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 결과 전체 교육은 파행으로 이어진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절망감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귀족학교 논란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서울대 정문
 서울대 정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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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 사립국민학교(현 사립초등학교)를 둘러싸고 귀족학교 논란이 벌어졌다.

1957년 2월 17일 치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서울사범대학부속국민학교(현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 초등학교)를 두고 "권세 있는 집 자식이거나 시험을 잘 치른 애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학교다, 특권학교라면 특권학교요, 귀족학교라면 귀족학교"라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나라 교육 실태에 대해 "입신출세의 잔재주만 가르치는 데 으뜸가는 학교를 가장 훌륭한 학교라고 떠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1974년 박정희 정부는 "일류 학교의 폐풍과 과외 등 입시준비 교육으로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고교평준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귀족학교 논란은 줄었다. 하지만 1984년 대원외고가 개교한 이후 고교 평준화가 흔들리고 입시 명문고가 다시 나타났다.

당시 외고는 정규 학교가 아닌 각종 학교로 분류돼 입시 위주의 편법적인 교과과정을 운영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초 대원외고는 서울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로 떠올랐다. 또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던 탓에, 등록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귀족학교 논란은 1995년 크게 불거졌다. 김영삼 정부는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5·31 교육개혁안을 내놨다.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을 보장하는 자립형 사립고(자율형 사립고의 전신)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정자 가톨릭대 강사는 그해 6월 20일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1980년대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일본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공립학교는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할 수 없어서 다니는 곳이 됐다"라면서 "(사립학교 선호 이유는) 궁극적으로 대학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명문대학 입시에 현저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명문 사립들이다, 도쿄대학 재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평균 수입이 기타 대학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점은 시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빈부차를 생각해볼 때 일본의 사립고보다 더 귀족적인 학교들이 양산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자사고는 귀족학교 논란 끝에 2002년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성을 더욱 보장하는 자율형 사립고라는 간판을 바꿔달았다. 5·31 교육개혁으로부터 20년, 자사고 시범운영으로부터 13년이 지났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귀족학교 논란이 거세다.

[2015년 교육 불평등 보고서]

① 집값 낮은 43곳, 서울대 입학 '제로'
①-2 조희연 "태어난 집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②-1 강남사람들의 '입시 성공 방정식'을 공개합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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