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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남양유업대리점피해대책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증거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성환씨는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증거 은폐에 대해 "첫째 공정위 과징금을 내기 싫었던 것이고, 둘째 피해 대리점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 남양유업피해대리점 점주, 남양유업 증거 은폐 의혹 제기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남양유업대리점피해대책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증거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성환씨는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증거 은폐에 대해 "첫째 공정위 과징금을 내기 싫었던 것이고, 둘째 피해 대리점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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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있어야 대리점도 있다는 말만 믿었는데..."

남양유업 증거 은폐 의혹이 2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증거 은폐 의혹을 고발한 것이다. 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인 장성환씨(신중랑대리점) 컴퓨터에 남아 있던 로그 파일이 결정적 증거였다.

남양유업 증거 은폐 의혹 제기한 현직 대리점주의 용기

그 로그 파일에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5년에 걸쳐 장씨가 회사에 최초 주문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피해 물량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물증이었다.

실제 남양유업이 당시 발주 물량을 조작해서 대리점에 공급한 물량과 비교했더니 27%가 부풀려져 있었다. 장씨 대리점에서 5년 동안 올린 매출이 130억 원 정도였으니, 피해 규모가 35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민병두 의원실에선 남양유업이 지난해 일부 피해 점주에게 평균 7천만 원씩 보상한 점을 들어, 1800여 점주 전체 피해 보상 규모를 13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현직 대리점 컴퓨터에는 이 같은 물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왜일까? 장씨를 비롯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 대책위원회(가칭)' 소속 대리점주들은 지난 14일 오후 취재진 앞에서 이 로그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관련기사: '갑질' 논란 남양유업, 1000억 원대 증거 은폐 의혹).

남양유업은 '팜스21(PAMS21)'이라는 인터넷 주문 프로그램으로 대리점 주문을 받아왔는데 지난해 7월경 프로그램 업데이트 과정에서 과거 로그 파일들을 삭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아예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일종의 '증거 인멸'인 셈이다.

남양유업은 이 같은 증거 은폐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6년 12월에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구매 강제)를 적발해 시정명령 조치했다. 일부 피해 대리점이 당시 '팜스21'에 남아 있던 초기 주문 내역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남양유업은 2009년 7월경 주문 프로그램에서 대리점주가 주문 내역을 볼 수 없게 차단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5월 영업 사원 '막말' 사건을 계기로 남양유업 '갑의 횡포'가 사회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정위는 이번엔 124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리점 주문 내역을 5년간 보관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대리점주들과 상생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당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점주들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로그 파일'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법원에서 올해 공정위 과징금 119억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도 피해 대리점 주문 기록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점주 PC에 남아 있던 유일한 '물증'이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전직 점주나 그 사이 PC로 바꾼 현직 점주들은 '증거 인멸'을 피할 수 있었다. 장성환씨도 예전에 쓰던 PC에 남아 있던 로그 파일을 찾아냈다.

남양유업 주문 프로그램인 '팜스21'을 실행하면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면서 과거 로그 파일들이 사라진다.
 남양유업 주문 프로그램인 '팜스21'을 실행하면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면서 과거 로그 파일들이 사라진다.
ⓒ 민병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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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현직 대리점 대표인 장성환씨 컴퓨터에 남아있던 로그파일 내용. 장씨가 회사에 최초 주문한 물량이 나와 있다. 이를 회사 실제 공급한 물량과 비교하면 정확한 밀어내기 물량을 확인할 수 있다.
 남양유업 현직 대리점 대표인 장성환씨 컴퓨터에 남아있던 로그파일 내용. 장씨가 회사에 최초 주문한 물량이 나와 있다. 이를 회사 실제 공급한 물량과 비교하면 정확한 밀어내기 물량을 확인할 수 있다.
ⓒ 민병두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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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슈퍼 갑질 여전'... 대리점 피해 보상 도와달라"

남양유업은 지난해 피해 점주 108명에게 평균 7천만 원 정도씩 보상해줬지만 장씨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2년 전만 해도 장씨는 1200여 명에 이르는 현직 대리점주들이 만든 '전국대리점협의회'에 소속돼 회사 편에 섰다. "회사가 있어야 대리점도 있다"라는 회사 쪽 말에 '어용' 소리도 감수했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

남양유업은 피해 보상 요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직 대리점 프로모션 지원비를 두 배로 올려 입막음하려 했지만, 장씨처럼 보상금을 요구하는 대리점주도 적지 않았다. 그런 장씨에겐 보상금 대신 채권 압박 같은 불이익이 돌아왔다. 장씨는 회사가 당시 자신이 납품하던 대형 유통 업체를 다른 대리점주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장씨는 "남양유업이 손해배상 입증 자료인 로그 파일을 삭제한 이유는 공정위 과징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고, 피해 대리점들이 손해를 입증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대리점 사장들도 이 사실을 다 알지만 남양유업의 여전한 '슈퍼 갑질'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날 "우린 로그 파일을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증거 은폐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다른 대리점주 PC에 과거 로그 파일이 존재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같은 '반증'도 제시하지 않았다. 바로 전날까지 일선 대리점에 취재 기자를 데려가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겠다고 벼르던 태도와는 딴판이었다. 결국 그 공을 17일 공정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에게 넘긴 셈이다.


태그:#남양유업, #증거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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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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