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윌슨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폴 다노

브라이언 윌슨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폴 다노 ⓒ Battle Mountain Films


브라이언 윌슨은 비치 보이스의 리더이자 천재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술과 마약, 정신쇠약, 밴드 내외의 갈등으로 인해 점차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닌 시기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하여 칠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 중 한 명입니다.

영화 <러브 앤 머시>는 브라이언 윌슨의 삶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두 시기를 다룹니다. 브라이언 윌슨이 비치 보이스로 활동하던 시기와 주치의 유진 랜디에게 치료를 받던 중 두 번째 아내 멜린다를 만나게 된 시기, 이 두 시기가 교차되며 극이 진행됩니다.

영화는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천재의 내면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과 그를 이용하려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후자로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로 주치의 유진 랜디와 브라이언의 아버지입니다. 주치의는 환자에 대한 지배욕에 사로잡혀 있고,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둘은 모두 브라이언에게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합니다.

브라이언은 이들에게 상처 받으면서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는 이에 대한 다양한 원인을 제시합니다. 여린 천성, 아버지에 대한 인정투쟁, 환청으로 인한 정신쇠약 등이 그 예입니다. 남들보다 영악하지 못한 천재가 잇속 밝은 이들에게 착취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때 멜린다는 브라이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브라이언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는 멜린다를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묘사하는 함정을 피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덕분에 브라이언과 멜린다의 새로운 시작은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습니다.

 브라이언 윌슨(존 쿠삭 분)과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 분)

브라이언 윌슨(존 쿠삭 분)과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 분) ⓒ Battle Mountain Films


두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는 영화입니다. 폴 다노가 '펫 사운즈'를 만들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스마일'을 미완성하게 되던 시기까지를 연기하고, 존 쿠삭이 주치의 유진 랜디에게 치료를 받던 시기를 연기합니다. 폴 다노는 외모부터 걸음걸이, 느릿한 말투까지 젊은 시절의 브라이언 윌슨을 완벽하게 묘사합니다. 여기에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천재의 내면, 불안, 고독을 마치 체화한 것처럼 온전하게 보여 줍니다. 존 쿠삭은 주치의 유진 랜디에게 마치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휘둘리던 모습부터 멜린다의 도움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외모를 가진 배우가 한 인물의 각기 다른 시기를 연기하지만, 이 연결도 자연스럽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 모두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팝 레전드의 전기 영화인만큼 음악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브라이언 윌슨은 '펫 사운즈'라는 앨범을 만들면서 눈부시게 빛나는 발전과 도약을 이루었습니다. 영화는 브라이언 윌슨이 그 시기를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머릿속에서 샘솟는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구현해 가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명곡 '굿 바이브레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입니다.

영화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완전한 방식으로 브라이언 윌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따뜻한 찬사를 보냅니다. <러브 앤 머시>는 브라이언 윌슨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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