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더 비기닝>의 배우 권상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탐정:더 비기닝>로 4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배우 권상우는 "그동안 들었던 단절감을 작품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4일 개봉을 앞둔 <탐정 : 더 비기닝>(이하 <탐정>)은 권상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한다. 12년 전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기억한다면 얼추 가늠해 볼 수 있다. 온 몸을 던지는 코믹연기를 기반으로 애 딸린 유부남으로서 생활연기까지 가미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탐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만화방 주인이자 아내를 내조하는 애 아빠 강대만이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를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내용이다. 그간 권상우의 출연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여배우가 아닌 남자, 그것도 중년의 성동일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김하늘(<동갑내기 과외하기>. 2003년), 최지우(<천국의 계단>. 2003년), 정려원(<통증>. 2011년) 등과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 작품들과 이번 <형사>를 비교하며 "오히려 남자끼리 주고받는 연기라 더 기대됐고, 사실 더 편하긴 하다"며 "와이프(아내 손태영)도 그걸 더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4년만의 정면 돌파

 작정하고 망가진 권상우의 코믹연기가 기대되는 <탐정:더 비기닝>

권상우의 코믹연기가 기대되는 <탐정:더 비기닝>. 그간 권상우의 출연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여배우가 아닌 남자, 그것도 중년의 성동일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다. ⓒ (주)크리픽쳐스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시간이 벌써 이리 됐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2년이 지났네. 그때 분위기가 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최지우씨와는 친한 건 아니지만 1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사이다. 최근에 tvN 드라마에 나오는 걸 보면서 반가웠다. 엄마 역할이던데, 나도 그렇고, 둘 다 유부가 됐다(웃음)."

담담하게 말했지만, 한국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4년이란 시간은 톱스타 권상우도 초조하게 만들었다. 2011년 멜로 영화 <통증>으로 정극에 도전한 권상우는 흥행 실패 후 주춤했다. 그는 "사실 큰 공백은 없었다, 그동안 중국 영화 몇 편과 일본 활동을 이어왔다"면서도 "한국 영화에 대한 갈증은 그만큼 커졌다, 매년 신작 출연 기사가 나는 황정민 선배나 하정우씨를 보며 부러워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다 온 기회가 이번 <탐정>이다. 그는 "그동안 들었던 단절감을 작품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간 보였던 똑같은 액션이나 멜로가 아닌 내 방식대로 유쾌하게 풀고 싶었다.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 손태영의 남편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 애 아빠 권상우는 어떤 모습일까' 그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 재밌는 작품이길 원했다. <탐정>이 여러 모로 좋은 절충점이 된 작품이다."

영화 속 강대만과 달리, 현실의 권상우는 이른 나이 연예계에 데뷔해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 영화 <화산고>(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는 막연하게 배우가 되기 위해 고향 대전을 떠났던 20대 초반을 떠올렸다.

"배우로서 내 자리는 어디일까. 차라리 데뷔 전 아무 것도 모를 때가 더 행복했던 거 같다. 서울로 올라와서 모델 일도 하고 연기도 공부했으나, 막상 <화산고> 오디션 때 감독님 앞에서 보여줄 게 없어 절망했던 기억이 있다.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열정 하나로 시작한 건데 빈틈이 당연히 많았지.

벌써 결혼 8년차다. 가정은 아늑하고 아이도 좋지만 청춘 배우로 기억됐던 사람과 아빠 역할에서 충돌이 오더라. 가장이라는 무게감도 있고. <탐정>을 찍기 전 영화 <쎄시봉> 뒤풀이에 참석했을 때였다. 구석에 앉아 밥을 먹는데, 내 모습이 왠지 이방인 같더라. 내가 좀 멀리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권상우는 드라마보다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럴수록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각오도 했다. "<탐정>을 찍을 때 0에서 시작하는 마음이었고, 현장에 있을 때 행복감을 다시 느꼈다"는 그는 "여유를 갖고 내 능력에 맞는 역할을 찾아 열정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청춘 배우로 기억됐던 사람과 아빠 역할에서 충돌이 오더라"

 권상우-손태영 부부

권상우-손태영 부부 ⓒ 손태영 SNS


일을 제외하면 권상우는 가정에서 대부분의 활력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결혼하고 나니 외부 활동보단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에 따라 친구의 개념도 바뀌어 버렸다"고 그는 머쓱해했다. 축구 선수 아니면 닌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큰 아들과 마냥 예쁜 딸에 대해 권상우는 "공부를 잘하기 보단 행복을 찾아가는 아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자 배우인 아내 손태영에게 권상우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한창 드라마 촬영을 하고 영화를 고르던 와중 둘째 아이를 가졌기 때문. 권상우는 "와이프 역시 배우인 만큼 작품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나태해지자 않고 현장을 즐기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이라고 남을 의식하며 사는 게 아닌, 내 삶을 충실히 사는 게 중요하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진짜 추천할만하다. 대신 결혼 전까진 여행도 좀 혼자 다녀보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채워보는 것도 괜찮다(웃음)." 

이렇게 가정은 '반항아 삘' 충만했던 청춘 스타에게도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그 안정감을 기반 삼아, 청춘 배우를 넘어 중년 배우로 도약할 것인가. 그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영화 <탐정:더 비기닝>의 배우 권상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탐정>을 찍을 때 0에서 시작하는 마음이었고, 현장에 있을 때 행복감을 다시 느꼈다." 청춘 배우를 넘어 중년 배우로 도약할 것인가. 권상우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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